마임이스트 유진규와, 가장 솔직한 육체예술이야기
게시일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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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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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김연주

 

마임이스트 유진규와, 가장 솔직한 육제예술이야기

 

 

“말과 침묵은 같은 뿌리다. 말은 수많은 진실을 속이고 자극하고 상처 입히며 우리가 사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다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침묵으로 끝난다. 여기서 마임이 시작된다.”

 

현대 마임을 일으킨 거장 마르셀 마르소가 남긴 말이다. 그는 “마임은 인간과 자연과 주변의 모든 요소들을 몸짓으로 일치시키는 예술이다. 그리고 인간과 사물을 나타나게 했다가 사라지게 하는 변형과 마술의 예술이고, 물, 불, 공기, 땅의 무게와 인간의 성격, 풍자, 상징을 보여주는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평소 쉽게 떠올리던 마임의 모습보다는 진지한 의미를 담고 있다.

 

마임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짓과 표정만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연극을 소설에 비유한다면 마임은 시로 비유한다. 많은 내용을 상징적인 몸짓으로 함축시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임의 연기는 양식화되어 있지만 무용의 양식과는 다르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도 마임을 연기했고, 현대에 와서 연기의 한 장르로 인정받았으니 그 역사는 유구하다.

어원은 그리스어 미모스(mimos)에서 유래했다. 이태리어로는 미미크(mimique), 프랑스어로는 미머(mimer), 영어로는 마임(mime)이라고 불린다. 마임하는 사람을 미머(mimer) 혹은 마임 아티스트(mime artist), 마임이스트(mimeist)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임이스트로 통용된다.

 

보통 사람들이 ‘마임’을 떠올리고 흔히 상상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삐에로가 나와 사람들을 익살로 즐겁게 하는 팬터마임이다. 마임과 팬터마임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마임 그 자체는 ‘몸짓예술’의 전반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같은 사전지식을 가지고 유진규를 만났다. 그는 춘천마임축제로 대중과 소통하는 마임 1세대 예술가다.

 

 

춘천몸짓극장

 춘천몸짓극장ⓒ손예운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았던 호기심 많은 소년

 

1968년 현대 마임의 시작을 이끈 롤프 샤레의 마임 공연이 서울에 소개되었다. ‘침묵에의 독무대’라며 설명되어있는 문구는 유진규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처음 마임을 접한 그는 건국대학교 수의학과를 중퇴하고 극장 '에저또'에 들어가 연기를 익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몇 동료 배우와 함께 마임이라는 예술형식을 무대에 올린 첫 한국배우가 유진규였다.

 

 

 

마임을 시작한 이야기가 재미있던데요.

롤프 샤레의 공연은 본 것을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당시 보러가라는 사람도 없었는데, 그냥 보러갔어요. 말 하나도 없이 혼자 무대에서 공연을 이끄는 모습을 본거죠. 그 때 이건 이상하면서 특이한 공연이라고 생각했어요. 1000석이 넘는 시민회관의 큰 무대에서 타이즈 입은 남자 하나가 나와 거의 두 시간 공연을 하는데, 신기한 것은 말은 한 마디도 안하는데도 무슨 말인지 다 알겠더라고요. 상상력으로. 또 엄청 웃기기도 했죠. 그 후 대학에서 연극을 했는데, 그 연극부 선배가 마임을 가르치더라고요. 대학을 그만두고 들어간 극단에서도 언어보다는 신체 중심 연극을 했고. 군대를 다녀오고서 마임과 연극 둘 중 고민하다가 몸을 사용하는 마임이 나와 더 잘 맞는다고 결정하고 내 이름으로 개인 발표회를 열기 시작했죠. 그렇게 마임인생이 시작되었네요.

 

 

마임을 시작할 때 어떤 매력을 느꼈나요?

사람과 교감을 하는 새로운 방법이었어요. 그동안 꼭 말을 해야 소통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마임은 몸의 움직임만을 가지고 내가 생각하는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전달할 수 있더라고요. 그게 마임의 매력이죠.

 

 

극단에서 처음 어떤 마임을 배웠나요?

우선 자신을 생각하는 대상으로 바꾸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연습실까지 오는 동안까지의 일들을 마임으로 표현하도록 하기도 해요.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핵심적인 요소만 보여주면서 본인의 여정을 마임으로 나타내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른 사람들이 알아맞히도록 했어요. 그렇게 생각을 몸의 말로 표현하는 수업을 받았지요. 나중에는 몸을 내가 원하는 대상으로 바꾸는 훈련도 해요.

 

 

그 때 소질을 발견했겠군요.

마임표현은 다른 사람보다 잘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표현하고 서로를 평가하는 그런 시간이면 제가 칭찬도 많이 받고 그랬죠. 왜냐하면 나는 롤프 샤레의 공연을 한 번 본적이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은연중에 마임이 연극보다 저에게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중간에 마임을 접은 적이 있던데요.

1982년 춘천으로 이사했을 때가 마임으로부터 손을 뗀 공백기였어요. 춘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한 공연기획자가 와서 ‘당신이 지금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마임은 사라질 것’이라고 설득하더군요. 그래서 7년이 지난 1988년에 복귀합니다.

 

 

‘태초에 몸이 있었다’ 춘천마임축제

 

1989년 유진규가 만든 춘천마임축제는 매년 5월 열린다. 영국 런던 마임페스티벌, 프랑스 미모스 마임페스티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10명도 안 되는 마임이스트로 시작해 현재는 1000명의 마임이스트들이 참여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 문화관광축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선정 최우수 문화관광 축제로 뽑혔다. 민간단체가 주관해 일궈낸 놀라운 성과다.

 

 

유진규 마임이스트

 

 

춘천마임축제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제가 복귀 공연을 하니 제자 동료들이 모이게 되었어요. 그래봤자 5명뿐이지만. 우리가 모이다보니 이왕 모인 것 한 번 마임을 살려보자고 마음을 모았어요. 그 다음 해인 1989년에 ‘한국마임페스티발’을 열었고 이것이 바로 현재의 ‘춘천마임축제’의 전신이에요. 그렇게 5년 후에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름을 바꿨죠.

 

 

어떤 목표를 설정했나요?

두 개였어요. 하나는 마임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이 축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마임을 즐기도록 하자는 것이었어요. 시간이 지나 점점 인기도 커지더라고요. 독특한 장르인데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내놓으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초기에 반응은 어땠나요?

춘천 시민들이 아주 좋아해주었죠. 인근 대학에서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친구들, 그리고 공무원들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춘천마임축제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모든 축제가 그렇듯 재정 문제가 가장 어려워요. 우리나라 축제에는 자생한 것, 타생한 것으로 두 부류가 있는데, 자생한 축제일수록 더 힘들죠. 지역의 자치단체나 정부가 원해서 타생한 것은 자치단체가 직원을 모집해주는 등 기본적인 지원을 해요. 반면 특정 당사자들이 필요해서 스스로 만든 자생축제는 운영하는데 힘들어요. 우리의 경우 마임이 사라질 위기를 극복해야 했기 때문에 마임의 생존이 걸린 축제였죠. 우리 자신을 위해서 우리 힘으로 해내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어요. 처음 몇 년간은 괜찮았는데, 축제가 점점 국제화되고 커지면서 어려워졌습니다. 또 당시에는 문화예술 전문 인력이 부족했는데, 그러고 보니 지금은 오히려 우리 축제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것 같네요. (웃음)

 

 

올해가 춘천마임축제 25년 되는 해인데요. 어떤 프로그램을 구상중인가요?

지금 내부에서도 25년이 됐다는 말을 쓸지 말지 상의 중인데, 축제의 나이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어요. 마임축제는 말 그대로 몸의 축제이고, 몸으로 보여주는 축제라는 테마에 집중해 왔어요. 재 작년부터 ‘태초에 몸이 있었다’는 문구를 쓰고 있어요. 그 전까지는 ‘미치지 않으면 축제가 아니다’였고요. 그때는 카니발 느낌으로 축제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마임축제가 갈 길이라고 매듭지었죠. 현대사회에서 마임을 어떻게 볼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에요. 그래서 축제의 시작과 끝을 ‘몸’으로 꿰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몸’이라는 요소는 마임의 기본 아닌가요?

우리 마임축제가 25년이 지난만큼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지는 않지요. 이제는 우리나라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발레페스티벌, 과천거리극축제, 하이서울페스티벌 등 재미있는 공연축제가 많아졌잖아요. 이런 축제들과의 경계를 잃지 않기 위해 차별성을 두려고 해요. 이 축제들이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을 고민해보니 바로 원초적인 ‘몸’ 그 자체라는 결론에 도달하더라고요.

 

 

마임, 그것은 상상력이다.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 내려온 마임은 유럽의 하층민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서민들의 애환과 기쁨을 대변하면서 ‘삐에로’가 부각됐고, 20세기에는 까만 타이즈를 입은 채 하얗게 얼굴을 칠한 코믹 팬터마임이 성행했다. 현대에는 희극적인 외형과 내용을 탈피해 순수한 ‘몸’을 통한 표현을 중시한다. 하지만 화려하고 재미있는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하다가 지금은 예술의 벽이 무너지면서 모든 장르가 뒤섞이게 되었다.

 

유진규의 마임은 팬터마임이 아니다. 얼굴에 분칠도 안 하고 안경도 벗지 않고 몸의 주름도 감추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 본인은 재미없다고 하지만 확고한 그만의 마임예술세계가 있다. 또한 늘 새로운 작품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마임이스트다.

 

 

찰리채플린

▲팬터마임을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시킨 인물 찰리 채플린. 희극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마임을 사용했다.

 

 

유진규작품 하얀방

▲ 유진규작품 <하얀방>

 

유진규작품 빈손

▲ 유진규작품 <빈손>

 

 

선생님의 마임은 성격이 어떤가요

제 작품은 현대적인 편에 속해요. 2002년 유럽에 작품 <빈손>을 들고 갔을 때, 난 이 공연을 마임이라고 소개했었는데, 그곳에서 내 공연을 마임으로 인정하지 않더라고요. 당시 그 곳 예술감독이 “당신 공연을 마임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오해한다. 유럽에서는 마임은 곧 희극적인 팬터마임으로 생각할 것이고 별로 관심도 없을 거다”며 ‘visual performance’라고 했어요. 마임이라고 부르기에는 시각적인 요소가 굉장히 강해 ‘physical theater’ ‘obje theater’ ‘movement theater’로 칭하기도 했어요.

 

 

<빨간방> <하얀방> 등 관객이 직접 배우가 되는 ‘방’ 시리즈는 마임 공연으로서 컨셉이 독특한데요.

그동안 나는 스타일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왔어요. 근데 어느 때부턴가 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있고, 왜 시간을 정해 놓고 몇 시에 오고 가라고 하는지. 나아가 '왜 공연은 이래야만 하는가’ '이렇게 안 하면 공연이 안 되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됐어요. 공연이라는 것이 어떤 공간에 와서 느끼면 되는 거지 꼭 보여주고 보여지는 관계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떤 공간 안에 여러 가지 설치물을 놓고 관객이 그 안을 돌아다니면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안해냈지요. 자기 스스로가 주인공이 돼서 느끼는 그런 형태의 공연이지요. 사실 관객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 ‘나를 한 번 재밌게 해봐라~’ 하고 상상으로만 체험하면서 머릿속 감상하고 끝나면 박수나 치는 공연보다는 관객이 직접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색인 오방색(청색, 흰색, 적색, 흑색, 황색)에 따라 다섯 개의 방을 하나씩 발표하고 있어요.

 

 

선생님의 작품들을 보면 조명, 소리, 오브제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왜 마임을 꼭 몸으로 보여줘야 되느냐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몸으로 그만큼 보여줬으면 보는 사람도 질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죠. 하는 사람도 그렇고. 그래서 이제 몸을 안 보여주는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요소들을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빈 손>에서는 한지로 몸을 조금씩 보여주거나 가렸고 아예 몸하고 섞어버리기도 했어요. 아주 깜깜한 상태에서 향불의 움직임만 보이게 했답니다.

 

 

왜 몸을 보여주지 않는 마임을 생각했나요?

당신이 몸이 보이지 않아도 몸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였지요. 깜깜하지만 그 안에서 “흠흠!” 헛기침을 하는 순간 관객은 연상을 하며 무대 위의 사람을 보는 겁니다. ‘또각, 또각, 또각’ 발자국 소리가 나도 그렇고요. 아무리 깜깜해도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 또 손전등으로 불빛을 눈에만 비추면 깜빡이는 눈동자만 보이겠죠? 하지만 사람들은 사실 그 눈동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일부를 통해 나머지 부분도 상상해서 보고 있어요. 아예 안 보는 게 아니라는 거죠.

 

 

마임은 상상력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어느 공원에 갔더니 한 광대가 허공에 풍선을 후- 불고 풍선 꼭지를 단단히 묶어 아이에게 건넨다. 아이는 행복한 얼굴로 풍선을 받아든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언제까지 손에 풍선을 들고 있을까. 마임의 세계가 언제까지 그 사람과 같이 갈 수 있을까. 마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마임은 상상의 세계다.

 

 

유럽 어릿광대

 ▲ 유럽 어릿광대

 

 

마르셀 마르소

▲ 마르셀 마르소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육체표현예술, 마임

 

예술장르의 성격이 분명한 마임이 왜 비주류라고 생각하세요?

주류예술에 속하는 미술, 음악. 무용 등은 당시 서양 귀족층의 지지와 후원을 받으며 발전했어요. 마임은 그와 다르게 서민층에서 생겨난 장르고, 어쩌면 천민예술인 것이죠. 귀족들보다는 대중과 함께 자랐어요. 가끔 마임을 포함해서 가면극, 서커스, 인형극을 연극과 같다고 생각해 버리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워요. 시대에는 늘 흐름이 있는 데 그 흐름을 잘 타면 장르가 확고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뮤지컬이 뜨는 것 같죠? 사실 뮤지컬도 인기가 많아진지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이처럼 마임도 세상에 두각을 드러내는 시대가 분명 올 거예요. 한 때 세계적으로 무성영화가 흥행했던 것처럼.

 

 

마임의 성장을 막는 데는 시대적으로 유행하는 사상과도 관련이 있었다. 플라톤은 몸이 이성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욕망으로 뒤덮인 몸에서 벗어나 영혼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때 비로소 인간은 이데아, 이상향에 닿을 수 있다는 ‘심신이원론’을 내세우다보니 몸은 하찮은 껍데기로 치부됐다. 17세기 들어서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며 몸과 영혼을 분리한 데카르트도 마임에게는 적이었다. .

 

하지만 19세기말에 이르러 니체가 오랜 세월 굳게 지켜오던 플라톤의 아성을 깨부쉈다. “나는 몸이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몸과 마음을 분리할 수 없다는 심신일원론은 메를로 퐁티, 비트겐슈타인, 죤 듀이 등을 거치면서 세련된 신체미학이 다듬어졌다. 몸에 대한 긍정적인 고찰이 이어지는 동안 마임 또한 예술로서의 견고한 사상적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마임은 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나요?

신체로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무용이죠. 무용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형식이 있어서 그것에 맞춰서 움직이고, 그것을 익히기 위해 수없이 많은 훈련을 하죠. 그러나 마임의 핵심은 이야기에요. 내 몸이 전하려고 하는 그 무엇이 중요하답니다.

 

 

마임은 꾸미지 않는군요.

폴란드의 한 마임니스트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추구해요. 각자 표현 스타일이 다른 것이죠. 공연을 위해 움직임을 구상하고 어떻게 보일지 고민 하지만, 그 움직임을 억지로 꾸미지는 않아요. 뭔가 아름답게 하려면 직접적인 표현은 나오기 어렵잖아요. 옷을 하나 더 입는 것과 비슷하죠. 무용이나 음악 미술 등 클래식은 다 그래요. 우리는 마구잡이니깐. (웃음)

 

 

몸치도 마임을 할 수 있나요?

그렇죠. 어떤 몸이든 상관없어요. 모든 몸은 움직이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모습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마임이니까. 몸치든 아니든 그 몸을 가지고 있는 건 그 사람 뿐이에요. 수단으로서의 움직임인 동시에 목적으로서의 움직임이 마임이니까요.

 

 

마임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학 무용과나 연극과에서 마임을 과목으로 가르치긴 하더군요. 그러나 현재로선 정규적으로 마임을 가르치는 학교는 없어요. 배우려면 극단에 들어가거나 개인적으로 사사 받아야 해요.

 

 

마임을 잘하기 위한 비결은?

마음먹은 대로 표현하는 것이 제일 잘하는 것이에요. 마음먹은 대로 표현하려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해요. 하나가 되는 순간 마음먹은 대로 표현이 되죠.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것이 어떤 말인가요?

예를 들어보죠. 길을 가는데 오토바이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피해야죠! 바로 그 때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거예요. 마음이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몸과 마음은 분리돼요. 그래서 마임을 잘하려면 몸과 마음이 함께 있는 상태에서 표현을 해야 해요. 그 때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이 나옵니다.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인데, 아픈 곳은 없나요?

아프지 않죠. 움직이고 싶은 만큼 원하는 대로 움직이면 되니깐. (웃음)

 

 

국내 1세대 마임니스트로서의 목표는?

일단 제가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마임축제와 개인 작품. 두 가지를 다 잘했으면 좋겠어요. 이 시대에서 몸이 무엇이냐. 몸 자체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공연을 추구해요. 사실 ‘몸’ 측면에서 금기사항이 많아요. 벗으면 안 된다거나 성 정체성 문제 등에 민감한 편이죠. 몸 자체에 대한 요소들을 드러내고 축제를 통해 몸의 자유를 표현하고자 해요. 또 난장판이나 아수라장 도깨비난장, 이런 걸 더 본격적으로 극대화시키고 싶어요. 공연 면으로는 몸의 자유 표현, 축제적 요소로는 난장판! 여기에다 개인작품도 열심히 해야겠죠. 사회적으로 억압된 몸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우리의 몸 자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을 하려고요. 몸은 마음이고, 마음은 곧 마임이에요.

 

 

‘마임은 마음입니다’라는 말처럼 마임은 솔직하다. 붓을 거치는 미술이나, 악기를 거치는 음악과는 달리 마임은 그 어떤 형식이나 물체를 거치지 않은 가장 순수한 예술인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몸에 있다. 그 드러냄이 마임이다. 그러니 마임은 마음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손예운 대학생기자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부 yeye92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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