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의 변신, 농촌의 공공시설의 변화를 꾀하는 유현준 건축가를 만나다
게시일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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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김연주

 

마을회관의 변신, 농촌의 공공시성의 변화를 꾀하는 유현준 건축가를 만나다

 

밭과 논이 펼쳐져 있는 곳에 새로운 건축물이 지어졌다. 얼핏 보면 미술관같기도 하고 카페 같아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긴 마을 사람들이 가장 이용을 많이 하는 마을회관이다. 농촌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의 건물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농촌의 마을회관의 모습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마을회관들은 그동안 모두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이 그 지역의 날씨와 지형에 맞는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유현준 건축가를 만났다.

 

 

공공건물로 지역의 발전을 꿈꾸다

 

농촌 공공건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건축이 많이 발전했는데 그 혜택이 대부분 도시에 집중되어있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디자인에 대한 것에서 뒤쳐지는 것이다. 요즘 지방에 공공건물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돈을 똑같이 사용하면서 디자인은 없는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면 같은 돈을 쓰더라도 더 멋진 건물을 만들 수 있다. 일례로 요즘 사회적 기업 같은 곳에서 펀드를 사회로 환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쪽박촌의 벽지를 새로 도배해주거나 페인트칠을 해주거나 한다. 이걸 다 하는데 10억 정도 들지만 5억을 들여서 마을회관 같은걸 하나 지으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거다.

 

 

공주 시에 특별히 많은 마을 회관을 지었다.

공주시 시장님이 좀 깨어있다. 건축을 통해 공주시를 발전시켜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게 하고, 주민들의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근데 우연찮게 아는 분이 홍익대 미대 교수로 계셨고 홍익대와 상호협력협약를 체결하게 되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는 마을회관과는 좀 다르다. 전시관 같은 느낌도 있다

시골하면 딱 생각나는 그런 건물이 있지 않나.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집. 아이들이 그리는 집 모양. 처음에는 시골 분들이 그런 형태의 집 말고 새로운 디자인의 건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 물론 쉽게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다. 초기에 지었던 건물에는 하얀색을 많이 썼는데 하얀 건물은 너무 쉽게 더러워지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더라. 선입견이 있는 거다. 그들의 머리 속엔 집이라는 고정된 사고가 있고 이른 형태는 집이 아닌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아지면 그 사람들의 생각을 트여주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농촌의 공공시설, 어떤 의미가 있나

특히 시골 같은 곳의 마을회관은 그냥 회의정도를 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온 마을사람들이 다 같이 사용하는 공공주택같은 개념이다. 할머니들이 모두 오셔서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같이 식사도 한다. 혼자 지내는데 계속 난방을 할 수 없으니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서 모여서 주무시는 분들도 있다. 대부분은 낮에는 마을회관에 다 와서 계신다. 그래서 마을회관 건물 하나를 잘 지어주면 30~40가구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공건물을 설계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일단은 예산안에 지어야하는 것이 젤 중요하다. 두 번째가 그 지역에서 건설하는 분들의 기술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가지고 가도 그들이 소화를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그들이 다루기 쉬운 재료, 그들의 기술력, 그리고 예산까지 고려해서 답을 찾아야한다. 건물을 지을 대지에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복잡해질수록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장 심플한 방법을 찾아서 그 분들이 손쉽게 지을 수 있는 건축디자인을 하는 것에 큰 중점을 두고 있다.

 

 

공공건물이 변하면 농촌에 어떤 영향을 줄 거라고 예상하는지

사실 예측하기 어렵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집장사들이 짓는 집에만 살았기 때문에 그게 전부일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건축 공간이라는 것은 사람의 생활공간을 프레임하는 중요한 것이기때문에 어떻게 해서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건물축을 통해 자기 마을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예를 들면 ‘공주’를 떠올렸을때 심리적으로 어떤 하나의 공간을 생각하게 되는거다. 다른말로 하면 랜드마크다. 또한 요즘은 마을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게 쉽지 않다. 옛날 사람들은 공동체를 위해 보통 축제를 하거나 장을 열었는데 이런 마을 회관이 지어지면 그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공간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거다. 이런게 하나 지어지면 마을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역주민들을 위해 어떤 공공건물을 설계하고 싶은지

간단하다. 마음 편안하게 느끼셨으면 좋겠다. 그 곳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고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고 이런 거다. 그 건물을 생각하거나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따뜻한 느낌이 든다, 계속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물. 그리고 그 사람들이 건물을 이용하면서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현준 건축가 그를 들여다보다

 

유현준 건축가의 설계사무소 역시 하얀색 벽과 하얀색 책상, 의자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문득 설계사무소는 왜 대부분 하얀색인지 궁금해져 살짝 여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건축디자인을 하는데 주변에 너무 많은 색이 있으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 대답을 들으면서 유현준 건축가가 하얀색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그는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학과장과 개인 건축사무소 ‘Hyunjoon Yoo Architects’ 소장이다.

 

건축사무소

 

 

어떻게 건축을 시작하게 되었나

멋있게 이야기하고 싶은데(웃음). 주변에 건축하는 사람이 없어서 고2에 건축가라는 직업을 처음 알았다. 사실 미술은 어려서부터 좋아해서 중학교 때는 예고를 가서 미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인문계를 가게되었고 그 후 외우는 걸 워낙 싫어하고 못해서 이과를 갔다. 근데 난 이과생인데 수학을 안 좋아했다. 그래서 수학에 관련된 공대, 외워야하는 의대 등을 다 빼고 나니까 남는 과가 건축학과밖에 없더라.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과목 4과목 미술, 지리, 물리, 지구과학 이 과목이 겹치는 과가 건축과였기 때문에 별 고민을 안했다.

 

 

설계를 할 때는 영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영감을 얻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게 있나

특별히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건 건축을 너무 예술적으로만 봐서 그런 것 같다. 건축을 예술이라고 이야기하면 직관적이고 자기 만족적인 성향이 많을거다. 하지만 건축은 1%의 영감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굉장히 합리적인 판단을 필요로 한다. 예전에는 왕이나 교황만 만족시키면 되었지만 지금은 은행투자자, 도시계획자, 클라이언트 등 여러 의사결정자들을 만족시켜야하니까 최대한 합리적인 답을 찾아야한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답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그걸 합리적으로 설명해야하고.(웃음)

 

그래서 영감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사이트를 많이 보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대지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과 요구조건들을 만족시키면서 이 사이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필요조건을 찾는 거다. 일종의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건축가는 힘든 직업인것 같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건축의 매력이 있다면

학생일 당시엔 그림 그리고 만드는걸 좋아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즐거워했던 것 같다. 첫번째 위기는 졸업을 해서 사무실에 취직을 했을 때였다. 내가 생각한 거랑 너무 달랐다. 내 건물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하는 거였고 내가 디자인을 하더라도 건축주의 요구사항이나 상사의 요구사항이나 이런 것들에 의해서 하는 것이니까 사실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거의 바닥이었다.

 

그러니까 재미도 없고 돈도 안되고. 게다가 사회에 나와서 보니까 건축가라는 사람들이 힘이 없다는 걸 느끼게됐다. 그만 둘까라는 생각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같이 사무실에 다닌 친구가 있었는데 걔가 자꾸 자기가 건축을 엄청 잘하는 것처럼 행동을 하더라. 착각이었지만.(웃음) 거기에 승부욕이 발동했다. 전에는 나보다 미술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열이 받았었는데 건축에도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맘대로 포기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건축에 관한 관심이 많다. 땅콩집과 한옥도 열풍인 것 같은데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득이 높아진 거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아파트 값이 안 올라서. 건축이라는 것은 지극히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활동이라고 본다. 옛날부터 누구나 다 마당이 있는 자기 집에 살고 싶어 한다. 근데 아파트에 살았던 이유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온수가 나온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문을 잠그고 나가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유한춘건축가

건축가가 사회적으로 어떤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보이지 않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물이나 공기는 의식을 못하기 마련이다. 공간도 그렇다. 공간은 인간이 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 요구조건이다. 창세기를 보면 신이 인간을 창조한 스토리가 나오는데 신이 빛을 만들기 전에 공간이 이미 존재한다. 빛보다 전단계인 거다. 그 공간에 빛을 만들고 땅을 만들고 공기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까 모든 창조의 기본이 공간이 되는 거다. 우리가 의식을 못해서 그렇지 우린 공간에 많은 부분을 컨트롤 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301호에 살 때하고 1201호에 살때가 다르다. 301호에 살 때에는 4층부터 그 위로 사는 사람들이 다 나를 내려다본다. 근데 1201호에 살면 11층밑으로는 다 내려다보면서 살게 되는 거다. 이런 식으로 모든 공간들을은 힘하고도 연관이 되어있고, 미묘하게 사람들은 공간에 억압을 받고 건축에 의해 컨트롤당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건축가들이 생각하고 디자인을 해야한다. 공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며, 계단이 좋은지 복도가 좋은지, 발코니는 왜 필요한지를 얘기하고 고민을 하고. 건축물뿐 아니라 도시도 마찬가지다.

 

 

건축을 때 사람의 심리나 엄청 광범위한 것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엄청나게 다각도로 봐야한다. 이걸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건축가고. 왜냐하면 이걸 많이 본다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공감을 찾아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영감과 직관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가 그거다. 건축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되었을 때엔 자기만족적인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멋있게 디자인을 했는데 왜 이런형태가 나왔냐고 물으면 이유가 없는 경우다. 서울시청사는 그 건물을 돋보이기 위한 컨셉으로 만들어졌고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처마의 형태로써 그런 디자인이 나온거다. 하지만 동대문프라자는 얼핏보면 비슷하지만 왜 그런 형태가 나왔는지 대답을 못한다. 프로세스가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좋은 건축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걸 공부하고 고민해야하나

좋은 건축가가 나오기 위해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굉장히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때에 굉장히 다양한 과목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전방위로 많은 지식과 다각도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건축 외의 것을 많이 공부하는 것이 건축을 하는 데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 또 디자인교육의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가르쳐주지않고 경쟁을 시키는것. 전에는 베틀그라운드를 만들었는데 난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자고 했다. 사실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별로 없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경쟁을 하면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는게 중요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건축은 어떤 것인

영적인 감동을 주는 건축을 하고 싶다. 건축에 레벨이 있는데 육체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드는 것은 기능적으로 다 해야 하는 것이고 똑똑한 사람들은 다 할 수 있다. 근데 혼적으로 감동을 주는 건물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요즘 먹고살기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하는데 먹고살기 위해 우리가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우리가 너무 원하는게 많아서 그것만들 쫓기때문인것 같다. 그걸 뛰어넘어 내가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구나 하는 건축을 하고 싶다. 손쉬운 방법은 종교건축이지만 일상에서도 그런걸 느낄 수 있는 건축이면 좋겠다. 화장실만 가도 사색에 잠길 수 있고, 샤워를 할 때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유현준 건축가는 마지막으로 대기업을 가고 싶은 학생이나 설계사무소를 가고 싶은 학생이나 너무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은걸 하라고 말해주고싶다고 했다. 건축학과니까 꼭 설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유현준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을 많이 생각하면서 설계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디자인한 마을회관들은 분명 주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 같다. 앞으로도 지역발전을 위한 공공건물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시골여행을 하다가 만날 수 있는 멋진 디자인의 마을회관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다솜 대학생기자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forcheckma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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