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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공연

강채나 개인전 《슈퍼 샐러드 볼》

강채나 개인전 《슈퍼 샐러드 볼》

분야
전시
기간
2026.10.02.~2026.10.17.
시간
13:00-18:00
장소
서울 | OMG SEOUL
요금
무료
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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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중고등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교복 위에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강남 학부모들이 일제히 몽클레르 점퍼를 입고 다니는 게 한동안 미디어에서 회자된 것을 기억할거다. 남의 눈치나 유행을 좇기보다 더 희귀한 것을 찾거나 자기만의 색을 제각기 만들려고 하는 건 2000년대생들이 사회로 나오면서 더 특징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듯 보인다. 이런 문화적 경향이 강채나의 회화에 담겨있다. 두드러지면 튀는 것이 되던 때가 멜팅 팟의 세계였다면 나를 두드러지게 하는 것을 찾는, 모든 재료의 맛과 색을 살린, 샐러드 볼의 세계는 잘게 세분화된 유행과 취향을 큐레이션 한다. 정보 접근은 더욱 쉬워지고 생산은 다양해졌으며 하나의 신념이 전체를 지배하기 어려운 것처럼 취향은 작은 그룹들 사이에서 더욱 세밀하게 쪼개져 개인으로 포개어진다.




강채나는 이번 전시에서 가족, 친구, 아르바이트, 반려동물 〈Duboo〉, 탈것, 옷과 액세서리, 빈티지, 음악, 좋아하는 음악가와 관련된 물건, 팻말, 영상통화 〈FaceTime〉, 정신건강, 성중립적인 인물 등 일상의 세계에서 자신에 의해 선택된 물건과 사람, 장소와 상태를 그려 병렬로 늘어놓는다. 개인의 사소한 물건들이 모여 자신과 비슷한 세대의 초상을 만들 듯이 강채나의 회화에서는 이미지들이 위계 없이 놓이고 취향의 목록 자체가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된다는 듯 전시장 곳곳에 늘어놓는다. 이 전시는 어떤 좌대도 놓지 않았다. 맨발로 그녀의 방 안에 들어가 이것저것 냄새를 맡으며 오밀조밀 들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환풍기 쪽에 걸려 있는 크롬하츠 캡을 쓰고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이 전시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강채나의 작업으로 대변되는 세대는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용기와 개방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갈수록 빨라지는 속도와 스트레스, 압박, 가늠할 수 없는 정보의 양, 타인의 판단에 쉽게 노출되는 거대한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모순적인 세대이기도 하다. 반면 이들은 대중문화를 그저 우상화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소화하고 릴스나 쇼츠 같은 미디어 환경을 자신의 경제적 활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소셜 네트워크에 일상을 공유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주어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자란 것을 우려하는 세간의 인상 판단과는 달리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배제하는 힘도, 자기다운 것을 찾기 위해 탐색하는 힘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힘도 강화되는 듯 보인다.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는 판단도 빠르다. 오롯이 자신의 감각에 몰입하고, 오래된 것들을 탐닉한다. 강채나는 LP를 수집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닌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다. 작가는 바래졌거나 한때 일부에게만 귀하게 여겨졌던 문화의 다양한 측면들을 다시 지금의 시간에 위치시킨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상, 경제적인 제한 때문에 가질 수 없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 속 이미지들, 전설적이거나 취향 공동체 안에서 ‘레전드’로 회자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 영상, 레어한 패션과 음악까지 모두 작가의 샐러드 재료다.




〈나안 괜찮아〉에는 ‘나는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Chocolate Matter〉에 적힌 Sweet Trip의 노래 가사는 자신을 신뢰하는 연습과 성장하고자 하는 용기를 떠올리게 하고 〈Papa〉에서는 묵묵히 변함없는 어른의 평점심을 담았다. 〈화가날 때 나는 아무것도 못해〉에는 두 주먹을 찬물에 담가 감정을 다독이는 지혜를 보여주고 〈Ma friends!〉에서 몸 전체를 휘감은 붉은색 타투에는 거대한 신념이나 힘을 과시하기보다 소소한 메시지를 담았다. 플리마켓 돗자리 위에 가지런히 개어 늘어놓은 〈수파 샐러드 볼〉의 주인공은 작가가 갖고 싶은 빈티지 티셔츠들이다. 그 중 한 티셔츠에 등장했던 원숭이 캐릭터는 인형이 되어 작가의 물감통 위에 놓였다. 그 그림의 제목이 〈쉬는 시간〉인 걸 보니 이번에는 인형이 다시 작가로 의인화 된 모양이다.




강채나는 자신의 취향을 집대성하려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다가 마음에 차지 않으면 일부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다시 다른 취향이나 그때의 감정적 상태들로 채워가며 그림을 완성한다. 기호식품을 고르듯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찾고 남들이 지나쳐버린 오래된 것들을 다시 들춰보고 어떤 영역에는 제법 깊이 들어가기도 한다. 에이펙스 트윈의 1999년 싱글 〈Windowlicker〉 을 그린 이유도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하는 해외 쇼핑몰 이미지, 레어한 패션, 욕망의 대상들을 바라보고 수집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 중 하나다. 작업실에 들를 때면 자기가 좋아하는 간식 갖가지를 지퍼백에 가득 담아 건네는 작가는 자신의 취향을 샐러드 볼에 보기 좋게 담았다. 로메인 잎 사이로 떨어진 치즈 조각이나 빨간 후추 알맹이를 찾듯 그림과 전시장 곳곳에서 벗어놓은 양말이나 작은 노트를 발견하는 기쁨도 함께할 테다.


해당 공연·전시 프로그램은 주최자·공연자 등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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