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특별전 : 청바지를 통해 보는 삶
게시일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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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청바지 특별전 청바지를 통해 보는 삶 : JEANS 청바지 2014.10.15 WED - 2015.2.23 MON

ⓒ손정민 


 

남녀노소 모두 어울리고, 어느 계절에나 입기 편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옷은? 지금 당신이 입고 있을지도 모르는 ‘청바지’가 바로 그 답일 것이다.


처음부터 청바지가 지금과 같이 대중적인 옷은 아니었다. 한때는 “도대체 사대부 집안에 어디서 그런 옷을 입고 다니냐!”라는 불호령으로 청바지가 아궁이에서 활활 태워지던 시절도 있었다. 청바지에는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른 기억들이 공존하기에, 청바지에 대한 이야기가 모이면 그것이 곧 우리 민속 기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2년간 청바지에 대한 국내외 조사, 연구의 결과물을 소개하는 ‘청바지 특별전’을 열었다. 이 전시에서 단순한 의복을 넘어서 ‘세계를 보는 창’으로 선택된 청바지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까? 격식 차린 정장 대신 내 몸에 잘 맞는 청바지를 입었을 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청바지들을 둘러보자.


 

시대별로 볼 수 있는 청바지와 역사

▲ 시대별로 볼 수 있는 청바지와 역사 ⓒ국립민속박물관


 

변화하는 청바지

청바지의 역사는 변화무쌍하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최초의 청바지는 160년 전 미국 광부들의 작업복으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 청바지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6.25 전쟁 즈음이었다. 미군들이 작업복으로 입었던 청바지가 전쟁 이후 시장에서 거래된 것이다.


 

영화 속 청바지를 보고 당시 청년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영화 속 청바지를 보고 당시 청년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국립민속박물관

 

 

그것을 시작으로 제임스 딘과 같은 스타들이 청바지를 입고 등장하는 영화가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청바지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지만 당시에 청바지는 구하기도 어려웠고 가격도 고가였다. 그 시절 패션에 일찍이 눈을 떴던 멋쟁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가며 겨우 구해서 입던 옷이 청바지였던 것이다.


 

음악다방을 재현한 공간. 당시 유행했던 음악과 가수의 경험담을 들어볼 수 있다

음악다방을 재현한 공간. 당시 유행했던 음악과 가수의 경험담을 들어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청바지는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다. 지금은 낯설고 의아하지만 ‘여자가 치마를 입지 않고 청바지를 입으면 천박한 것이다’는 사회적 편견이 있었다. 그러한 편견에 맞서 당당히 청바지를 입고 여성의 활동성과 능동성을 드러냈던 여성운동처럼 청바지는 다양한 정치, 사회 영역에서 청춘들의 자유와 저항 정신을 상징했다. 청바지를 입고 음악다방에 모여 통기타를 치며 밤새 노래를 부르던 청춘들의 이야기가 그 시절 청바지 속에 녹아있다.


 

오늘날의 청바지

오늘날의 청바지 ⓒ국립민속박물관

 

 

1980년대부터 경직됐던 사회 분위기가 점차 자유로워지면서 청바지는 특정 연령층이나 계층에 한정되지 않고 널리 통용되는 편한 일상복이 되었다. 그렇게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의식으로 변화한 청바지는 이제 더 이상 기성세대와 청년의 갈등을 상징하거나 저항의식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개성이나 매력을 위해 선택되곤 한다. 몸매를 한껏 부각하는 스키니 진이나 찢어진 청바지를 흔히 볼 수 있으며 자신의 몸에 따라 주름과 워싱을 잡아 ‘나만의 청바지’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전시관 내부

 

전시관 내부 ⓒ국립민속박물관

 

 

 


청바지전에서는 이처럼 변화무쌍한 청바지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첫째로 ‘청바지, 탄생과 확산’에서는 청바지의 탄생부터 1970년대 청바지를 다룬다. 두 번째 파트인 ‘청바지, 일상 속으로’에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다룬다. 청바지의 탄생 시기, 최초의 청바지 브랜드인 리바이스 로고부터 오늘날 월드컵 응원 수단으로 쓰인 청바지까지 다양한 실제 청바지들이 연대순에 따라 흥미롭게 배치되어있다. 변화무쌍한 청바지가 시대에 따라 겪는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당시를 추억하게 하는 대중문화예술, 맨발의 청춘과 양희은 씨

당시를 추억하게 하는 대중문화예술, 맨발의 청춘과 양희은 씨 ⓒ손정민, 국립민속박물관

 

 

편안한 청바지

이번 청바지전이 특별한 이유로 전시회에 흐르고 있는 ‘캐주얼’한 분위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하얀 벽면에 손댈 수 없는 작품들, 발자국 소리만이 조용히 들려오는 다소 엄숙한 분위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청바지전은 다르다. ‘민속’이라는 것이 결국 ‘우리네 삶의 이야기’인 만큼 어렵고 복잡하고 낯선 것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청바지전이 세계를 바라보기 위해 택한 수단은 우리에게 익숙한 매체들, 가령 광고, 영화 포스터, 당시 음악다방에서 흘러나오던 대중가요 등이다. 심오한 해석을 필히 요구하기보다는 ‘아! 그때 그거!’ 하는 반가움과 친밀함이 먼저 즉각적으로 찾아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청바지 모델인 이재연 씨

우리나라 최초의 청바지 모델인 이재연 씨 ⓒ국립민속박물관

 

 

또한 민속학은 구술 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되어있기에 전시회 자료의 대부분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이 차지하고 있다. 가령 우리나라 최초의 청바지 모델인 이재연 씨가 들려주는 우리나라 청바지 초창기 시절 멋쟁이들의 청바지 공수 이야기, 청춘의 상징이었던 음악다방에서 통기타를 쳤던 가수 양희은 씨가 들려주는 당시 청년들의 모습, 청바지가 너무 좋아서 팬클럽까지 만든 청바지 마니아들의 청바지 사랑 이야기 등등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두런두런 펼쳐놓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시대와 문화에 젖어들 수 있는 것이다.


 

편안히 앉아 인터뷰 영상을 보고 듣는 중인 관객들

편안히 앉아 인터뷰 영상을 보고 듣는 중인 관객들 ⓒ국립민속박물관

 

 

관람 방식 역시 어떤 전시보다 편안함을 추구했다. 전시 중간에는 청바지로 만든 푹신한 쿠션들에 몸을 편안히 뉘인 채로 헤드셋을 끼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소극장에는 아예 본격적으로 신발을 벗어두고 소파처럼 길쭉하게 준비된 청바지 쿠션 의자에 누워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적막한 긴장감보다는 나지막이 나누는 즐거운 대화가 전시회의 활기를 더한다. 청바지전은 말 그대로 청바지와 닮아있다. 신선하고, 동시에 익숙하고, 자유롭고, 편안하다.  

 

 

청바지 Blue jeans 보고서 - 보신 후에 제자리에 놓아주세요.(Please put it away after you finish reading it.)

자세한 연구 내용은 두툼한 보고서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손정민

 

 

모두의 청바지

청바지 특별전은 2년간 진행된 밀도 있는 물질문화 연구의 결과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연구를 토대로 한 민속 전시라니 왠지 딱딱하거나 고루할 것도 같다는 선입견과 달리 청바지 특별전이 신선하고 흥미로울 수 있었던 것은 참여형 전시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일방적이고 고정적인 시각 대신 다양한 발화자의 기억들을 자유롭게 펼쳐 커뮤니티 큐레이팅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청바지는 우리 모두의 옷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일 수 있었다. 


 

추억의 흔적을 남기고 간 관객들

추억의 흔적을 남기고 간 관객들 ⓒ손정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시대에 따라 배치된 청바지와 사람들의 음성 자료들 중 각자의 역사를 발견한 관객들은 “그래. 바로 이게 우리 시대지! 나는 어릴 때 말이야……”라며 자신의 추억을 꺼내놓고는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엄마가 젊을 때 입었던 청바지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그 시절 그랬지’ 공감하기도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수집한 이야기 위에 관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참여형 전시, 청바지전의 특별함은 비로소 완성된다.


 

청바지에 담긴 의미 - 자유(自由 freedom), 실용(實用 practical), 저항(抵抗 rebellion)

청바지에 담긴 의미들은 다양하다 ⓒ손정민

 

 

청바지에는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보편성과 또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특수성이 공존한다. 세계에 가장 널리 퍼져 나간 의류 중 하나인 청바지는 많은 사람들의 옷장에 하나쯤 있는 대표적인 옷이 되었다. 유행에 따라 선호되는 스타일이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유행이 지났다고 없어질 옷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그 옷이 품고 있는 드넓은 공간과 유구한 시간에 따라 수많은 이야기가 녹아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흔히 입고 있는 바로 그 청바지를 통해 충분히 우리의 민속,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를 그려볼 수 있다. 그러니 민속이나 역사라고 해서 장엄하거나 고리타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청바지는 ‘쿨’하고 편하니까!

 

 

 

 

문화체육관광부 손정민 대학생기자 연세대학교 철학과 clazzimi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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