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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공연

2026 어미홀 프로젝트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

2026 어미홀 프로젝트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

분야
전시
기간
2026.10.20.~2027.02.14.
시간
4-10월 10:00-19:00 / 11-3월 10:00-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대구 | 대구미술관
요금
성인 1,000원 / 소년, 청년, 대학생, 군인, 예술인 700원
문의
대구미술관 053-803-7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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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대구미술관은 2026 어미홀 프로젝트를 통해 프랑스 현대미술가 스테판 티데(Stéphane Thidet)의 작품세계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1974년 파리에서 태어난 티데는 설치와 조각을 중심으로 영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해 왔다. 그의 작업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놀이, 자연에 대한 경험이 자주 등장하며, 익숙한 사물과 자연 현상을 낯선 상황에 놓음으로써 질서와 우연의 경계를 흔든다. 때로는 친숙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그의 작품에는 현실과 상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으며, 그 안에는 호기심과 즐거움, 그리고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과 불안이 함께 자리한다.


티데의 작품에는 물, 불, 바람, 식물과 같은 자연의 요소와 함께 침대, 오두막, 배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 사물들은 본래의 기능과 목적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다. 익숙한 것들이 서로 다른 조건과 관계 속에 놓이면서 현실의 질서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와 닮았지만 어딘가 다른 풍경이 만들어진다.


이번 전시의 제목 《시간의 어긋남(Out of Sync)》은 이러한 티데의 작업 방식을 함축한다. 여기서 ‘어긋남’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이 뒤틀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능과 합리성, 효율성에 맞추어 움직이는 현실의 질서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 상태이자, 익숙한 세계에 작은 틈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가깝다. 그리고 바로 그 틈에서 사물은 다른 가능성을 얻고, 일상의 질서는 잠시 흔들리며, 시적인 순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18미터의 어미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작들을 새로운 환경에서 선보인다. 《불면》은 여러 개의 철제 침대에서 식물이 자라는 설치 작품이다. 침대 위의 조명은 잠든 사람 대신 식물을 비추고, 휴식과 수면을 위한 침대 위에서 식물은 전시 기간 동안 천천히 자라고 변화한다. 잠들지 않는 식물의 시간과 인간의 휴식을 위한 사물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익숙한 침대는 낯선 풍경으로 변모한다. 침대라는 정해진 구조 안에서도 식물은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으로 자라며 작품의 모습을 계속 변화시킨다. 따라서 이 작품은 완성된 모습으로 멈춰 있는 설치작품이라기보다, 전시가 이어지는 동안 조금씩 변화하는 살아 있는 풍경에 가깝다.《공허의 회전》에서는 길이 5미터에 달하는 목조 범선이 허공에 매달린 채 천천히 회전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배는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원을 그리며,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반복되는 움직임을 이어간다. 길게 뻗은 돛대의 끝은 바닥에 펼쳐진 모래 위를 지나며 원을 그리고, 그 움직임은 조금씩 흔적으로 쌓여간다. 배는 조각인 동시에 끊임없이 선을 그리는 거대한 드로잉 장치가 되고, 허공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시간을 재는 커다란 시계추처럼 보이기도 한다.불은 티데의 드로잉과 영상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중요한 매개다. 드로잉에서 작가는 수없이 반복되는 작은 점들을 불로 태우며 화면을 만들어간다. 오랜 시간과 집중을 요구하는 이 과정에서 작은 점들은 가느다란 선을 이루고, 선들은 화면을 가로질러 물결처럼 미세하게 흔들리며 겹쳐진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이나 악보를 연상시키는 정교한 질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치밀한 반복은 완전한 통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불은 작가가 설정한 질서를 따라가면서도 미세하게 번지고 흔들리며 예상하지 못한 흔적을 남긴다. 반복적인 행위로 만들어낸 질서와 그 질서를 조금씩 벗어나는 불의 움직임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것이다.영상에서 불은 또 다른 방식으로 등장한다. 초록의 풀과 민들레가 펼쳐진 평온한 풍경 속에서 불붙은 나뭇가지가 민들레 홀씨에 차례로 닿는다. 불이 닿을 때마다 가볍고 여린 홀씨는 순식간에 타들어가고, 이 행위는 하나의 민들레에서 다음 민들레로 반복된다. 연약한 생명에 의도적으로 불을 가져다 대는 행위는 목가적인 풍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긴장을 만들어낸다. 행위는 의도되고 반복되지만, 불이 번지고 사라지는 순간까지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드로잉과 영상에서 불은 이처럼 작가가 설정한 질서 안에 들어오면서도 그 질서를 조금씩 벗어나며 예측할 수 없는 흔적과 변화를 만들어낸다.


전시 제목에서 보듯 《시간의 어긋남(Out of Sync)》은 서로 다른 시간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시간을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받아들이지만, 티데의 작품에서 시간은 저마다 다른 속도와 리듬으로 흐른다. 어떤 것은 자라고, 어떤 것은 사라지며, 어떤 것은 반복되고, 또 어떤 것은 움직이면서도 같은 자리로 되돌아온다. 서로 다른 시간들은 한 공간에 공존하지만 완전히 하나의 박자로 맞춰지지는 않는다. 시계가 측정하는 시간과 우리가 몸으로 경험하는 시간이 언제나 일치하지 않듯, 우리의 몸과 일상, 사회와 내면의 시간 역시 때로는 맞물리고 때로는 어긋난다. ‘Out of Sync’는 이처럼 서로 다른 시간과 리듬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일치와 간극까지 아우른다.


그러나 이러한 ‘어긋남’은 시간의 차원을 넘어 사물과 세계의 질서로 확장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배는 정해진 궤도를 돌지만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고, 휴식을 위한 침대에서는 사람이 아닌 식물이 자신의 속도로 자란다. 정교하게 반복되는 드로잉에서는 불이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평온한 들판에서는 여린 민들레가 하나씩 불에 사라진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장면에서 인간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만들고 사용해 온 사물과 그 흔적이 남아 움직이고 변화한다. 티데는 인간의 이야기를 직접 재현하기보다 익숙한 사물과 자연 현상이 맺는 관계를 바꾸어 놓는다. 침대와 배, 식물과 불은 익숙한 관계와 질서에서 조금씩 벗어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변화하며, 사물과 자연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3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어미홀 프로젝트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은 이처럼 서로 다른 시간과 리듬, 질서와 우연, 통제와 이탈이 만나고 어긋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그것은 시간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가 세계의 질서와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익숙한 것들이 제자리에서 조금씩 벗어날 때, 현실은 이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미세한 어긋남 속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감각과 시적인 가능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 4개월 동안 어미홀에서는 식물이 자라고, 배가 천천히 원을 그리며, 불이 남긴 흔적과 서로 다른 시간의 리듬이 함께 머문다. 전시가 이어지는 동안 조금씩 달라지는 이 풍경에 잠시 머물며, 그 속에서 생겨나는 감각과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해당 공연·전시 프로그램은 주최자·공연자 등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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