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제21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안효찬 《친근하면서도, 낯선》
- 분야
- 전시
- 기간
- 2026.06.04.~2026.09.06.
- 시간
- 4-10월 10:00-19:00 / 11-3월 10:00-18:00 / 매주 월요일 휴관(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정상 개관)
- 장소
- 경북 | 포항시립미술관
- 요금
- 무료
- 문의
- 포항시립미술관 054-27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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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포항시립미술관은 제21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안효찬의 개인전 《친근하면서도, 낯선》을 개최한다. 장두건미술상은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초헌 장두건(포항, 1918~2015) 화백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지역 미술 진흥을 위해 지난 2005년 제정되었으며, 매년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역량 있는 작가를 선정해 왔다.
포항 출생의 안효찬(1990-)은 조각과 설치로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작동하는 욕망의 구조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폭력의 메커니즘을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근대 이후 가속화된 문명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현대 문명의 발전은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희생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이중적 사건이다. 빛이 존재할 때 그림자가 드리워지듯, 문명의 비약(飛躍)은 자연의 소멸과 함께 나타난다. 이번 전시 《친근하면서도, 낯선》은 이러한 관계에서 출발해, 그 구조 속에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질문한다.
안효찬은 축소 모형으로 특정 장면을 구성하는 디오라마 형식을 통해 도시의 단면을 재구성하며,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디스토피아적 풍경을 구축한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현실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연출된 리얼리티에 가깝다. 작품 속 도시는 건설이 진행 중인 현장인지, 이미 쇠락한 폐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로 제시된다. 녹슨 철근과 시멘트 덩어리, 기울어지고 미완의 상태처럼 보이는 건축물들은 익숙한 도시 풍경을 환기하면서도 비현실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감각은 익숙한 것이 낯설게 뒤틀릴 때 발생하는 언캐니(Uncanny)의 정서와 맞닿아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그것이 연출된 장면임을 알면서도 동시에 실제 사건의 일부처럼 받아들이게 만든다.
불안정한 도시 풍경 한가운데 등장하는 돼지는 이러한 감각을 한층 더 직접적인 차원으로 끌어낸다. 건설 구조물의 기초로 깔려 있거나, 절단된 몸으로 현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돼지는 현대 문명이 어떤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를 암시한다. 안효찬의 작품에서 돼지는 인간 욕망의 부산물이자, 자본주의 시스템을 폭로하는 물질적 증거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돼지는 문명의 성취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이면을 함께 노출한다. 결국 안효찬의 작업은 고정된 장면이 아니라 생성과 붕괴가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이며,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는 구조를 드러낸다.
이러한 구조는 이번 전시에서 물리적인 장치로 확장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관람차가 공간의 중심을 형성한다. 실제로 회전하는 관람차는 개별 조각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며, 전시 전체를 거대한 디오라마로 작동하게 한다. 도시의 낭만과 유희를 상징하던 관람차는 이곳에서 멈추지 않는 시스템의 은유로 전환된다. 새끼 돼지가 매달린 채 반복적으로 회전하는 구조는 유희를 폭력으로, 쾌락을 희생으로 뒤집으며 그 구조의 작동 방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같은 궤도를 따라 반복되는 움직임은 발전과 상승을 암시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을 바로 그 회전의 중심부로 초대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이상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작은 세계를 굽어보는 순간, 우리는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은 존재였음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명확한 해답 대신, 우리가 간과해 온 세계의 이면을 펼쳐 보이며, 그 회전 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되묻는다. 녹슨 구조물 사이에서 위태롭게 고개를 든 나무 한 그루처럼, 문명의 그림자는 오늘도 회전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