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2026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릴레이 프로젝트 《야간주행》
- 분야
- 전시
- 기간
- 2026.07.30.~2026.08.12.
- 시간
- 화-일 09:30-18:00 / 월요일 휴관
- 장소
- 충북 | 청주시립도서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 요금
- 무료
- 문의
-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043-201-4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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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2026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릴레이 프로젝트 개인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20기 입주작가 14명이 입주기간 내에 제작한 창작 성과물을 전시로 선보이는 릴레이 프로젝트를 2026년 7월 30일부터 12월 30일까지 총 7회차로 나누어 진행한다. 본 전시는 릴레이 개인전의 첫 시작인 1회차로 정주원 작가의 전시《야간주행》이다.
[작가노트]
올해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면서, 매주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지냈다. 월요일 밤에 청주에서 서울로, 목요일 밤에 서울에서 청주로 이동하는 삶이다. 공간의 이동은 시간도 두 개로 나누며, 삶의 모드가 자연스레 구분되었다. 서울에서의 3일은 작업 외의 일을 하고, 청주에서의 3일은 작업을 한다. 그러다 보면 경계에 있는 하루는 모드 변경 및 예열의 시간으로 지나간다. 이동은 주로 차가 안 막히는 밤 시간에 하게 되는데, 이 '야간주행'이 모드를 전환하는 일종의 스위치가 된다.
이어지지 않고 분절되는 시간 속에서 하나의 연결된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제한된 시간은 작업 또한 짧은 호흡으로 하게 했다. 오히려 더 집중이 될 때도 있었지만, 이번 주에 그린 그림과 저번 주에 그린 그림 사이의 간극이 커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 흐름으로 작업을 완성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분절된 시간과 반복되는 물리적 이동이 만드는 변화를 작업에 고스란히 드러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작업을 나의 가용 시간처럼 작은 단위로 쪼개어 보기로 했다.
〈덮어놓고 일단 구르기〉(2026)는 전시장 두 벽을 벽화처럼 덮고 있는 대형 드로잉 설치 작업이다. 총 72장의 그림이 서로 이어지고 끊어지기를 반복하며 이미지를 구성한다. 작업을 이루는 각각의 그림은 전체를 위해 치밀히 계획된 부분이 아니다. 그렇다고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독립적인 그림 또한 아니다. 그들은 그룹이 되어 함께 그려지다가 이내 자리를 바꿔 다른 그림과 연결되기도 한다. 정해진 제자리 없이 그려지는 이 작업은 어떠한 형상을 향해 가기보다는 그저 구르고 있는 현재, 그때그때의 구르기를 보여준다. 고정되고 완결된 이미지가 아닌, 여러 겹의 현재들이 뭉쳐 있는 상태에 가까운 것이다.
전체를 한 번에 보기 어려울 만큼 커진 작업은 더 이상 작가의 통제 가능 범위 안에 있지 않다. 어쩔 수 없으니 '덮어놓고 일단 구르자.'는 태도로 임한다. 어디로 어떻게 구를지도 모르고 완성될 이미지의 결말도 모르는 채로 그저 구르고 있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그리고 구르고 있다는 그 사실이 나를 묘하게 안심시킨다.
전시장 한쪽의 작은 방에는 〈매끈한 밤들〉(2022-2023)이 있다. 이 작업은 지금까지 해왔던 50여 점의 도자 작업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전시용 좌대가 아닌 책상 위에 펼쳐진 작업들은 전날 저녁 미처 치우지 못한 물건들이 널브러진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정형의 판을 만들고 표면을 파내며 드로잉한 작업, 캔버스 형태의 〈가짜 캔버스〉 연작, 몽골에서의 경험과 다시 마주한 기억의 단상을 책이나 노트, 편지지 등의 형태로 만든 작업이 뒤섞여 있다.
〈매끈한 밤들〉에서는 지나온 밤의 시간들을 한자리에 모아보고자 했다. 나는 회화 외에 도자, 드로잉, 설치 등의 작업도 해왔지만, 이들을 중점적으로 보여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 작업들은 때때로 회화로는 닮을 수 없는 덩어리나 물질성에 닿기 위한 방법이었고, 때로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쉴 곳이기도 했다. 회화 작업이 나의 낮이라면 이 작업들은 밤이라고 생각한다. 밤의 시간과 낮의 시간이 분리될 수 없듯, 내가 다루는 여러 매체 역시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과 도자 작업을 전면에 내세워 쌓여온 밤의 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야간주행》은 나뉘진 시간을 사는 방식을 작업의 형식에 적용해 삶과 작업을 연결해 보려는 시도이자, 그동안 내 작업에서 밤이었던 매체들을 불러오려는 시도이다. 삶의 어쩔 수 없는 조건들을 껴안고, 그래도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