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시에나, 안녕 시에나>
게시일
20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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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희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기억의 방이 있다. 제 12회 대산대학문학생 수상<시에나, 안녕 시에나 >

 ▲제 12회 대산대학문학생 수상<시에나, 안녕 시에나>ⓒ창작집단 빛과 돌


 제12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시에나, 안녕 시에나>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젊은 예술가들은 세상 밖으로 계속 나오는데, 이들의 활동을 격려해줄 만한 지원은 넉넉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 문학상은 신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어 예술계의 순환과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신인 예술가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는 단체들이 늘어난다면 다소 경직된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예술가들도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에 감각을 열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아 자신의 예술을 발전시켜 나아갔으면 한다.

 

포스터 -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 속 괴물의 먹이가 된다)시에나, 안녕 시에나(제12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3.4 수 - 3.27 금,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어린 시절의 상처로부터 왜곡된 언어, 그 언어를 바로잡기 위한 기억속으로의 여행.)

▲<시에나, 안녕 시에나> 포스터 ⓒ창작집단 빛과 돌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소외감을 경험한 여자(시에나)가 여기에서 기인한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당시의 기억으로 들어가는 이야기이다. 한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타인의 입에서 나오는 달콤한 위로도, 자신의 의지를 통한 망각 또는 미화도 아니다. 그 상처를 직면할 수 있는 용기만이 효력을 발휘한다. 이 작품은 치유를 위해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자의 이야기다. 공연장 문이 닫히면, 우리는 이 여자의 비밀스러운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공연 연습 장면  ◀공연 연습 장면 ⓒ창작집단 빛과 돌

 

작품에는 연출의 의도가 수많은 장치로 촘촘히 배치되어 있었다. 반복되는 대사들은 그 내용은 같았지만, 호흡이나 강약에 변화를 줌으로써 모두 다른 의미를 전달했다. 관객들은 그 모든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배우들의 눈빛, 동작, 대사, 심지어는 대사와 대사 사이의 간격, 호흡까지 모든 요소가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80분 동안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은 적이 없다. 그만큼 몰입도가 대단한 작품이었다. 극단 ‘창작집단 빛과 돌’에서 올리는 이 작품은 수상자이자 작가인 임빛나씨의 희곡을 남편 진용석씨가 연출했다. 부부가 함께 만든 작품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에 재학 중인 임빛나 작가와, 극작과 전문사 출신의 진용석 연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기자 : <시에나, 안녕 시에나>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진용석 연출 : ‘환경운동’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바쁜 부모, 이러한 부모 아래서 소외감을 느끼는 딸 시에나. 이 세 사람이 중심인물입니다. 부모의 바쁨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어요. 어떤 대의명분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 대의명분을 ‘환경운동’으로 설정했고요. 이 상황에서 아이가 받은 외로움, 소외감, 상처는 자기 내면을 향하게 됩니다. 자신을 괴물이라고 인식하고, 악하다고 인식하게 되지요. 유년시절의 이 같은 상처는 성장한 시에나에게도 영향을 미쳐 결혼생활의 실패와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초래합니다. 때문에 성장한 시에나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아이, 즉 과거의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 커다란 줄거리입니다.

 

임빛나 작가와 진용석 연출

▲임빛나 작가와 진용석 연출 ⓒ한채현

기자 : <시에나, 안녕 시에나>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어떤 뜻으로 해석하면 좋을까요?

임빛나 작가 : <시에나, 안녕 시에나>에서 ‘안녕’은 hello와 goodbye 둘 다를 의미합니다. 한국어에서는 hello와 goodbye 모두 ‘안녕’이라는 한 단어로 수렴되잖아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만난다는 의미에서 ‘안녕’은 hello가 되고, 그런 아이와 다시 이별한다는 의미에서 ‘안녕’은 goodbye가 됩니다.

 

기자 : 임빛나 작가님은 학교에서 연출을 전공하셨고, 진용석 연출님은 극작을 전공하셨어요. 연출을 전공한 작가, 극작을 전공한 연출. 어떻게 된 건가요?

임빛나 작가 : 저희가 스스로 규정하기에 저(임빛나 작가)는 작가의 영혼이고, 이 사람(진용석 연출)은 연출의 영혼이에요. 그런데 전공을 선택할 때는 잘 맞는 것을 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극복하자는 생각을 해서 저는 연출을, 남편은 극작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전 작가적인 사람이지만 연출을 함으로써 한 단계 성장하고자 했던 거예요.

진용석 연출 : 이번 작품에서는 극작과 연출로 저희의 역할이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은 함께 쓰고 함께 연출했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 사람이 글 쓰는 것에 계속해서 영감을 주었고, 이 사람 역시 제가 연출하는 것에 영감을 주었거든요.

 

(좌. 어린 시에나 -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 속 괴물의 먹이가 된다.)(우. 성인 시에나 - 나는 평생을 괴물에게 쫒기며 살아왔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더 이상 이 괴물에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어린 시에나, 성인 시에나 

 ▲어린 시에나, 성인 시에나 ⓒ창작집단 빛과 돌


기자 : 부부 예술가로 함께 작업하는 것의 장점 혹은 단점이 궁금합니다.

임빛나 작가 : 부부 사이다 보니, 일반적인 작가와 연출 사이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대화를 작가와 연출로서 많이 해요. 서로의 작업이 마음에 안 들면 비난과 공격도 하고요. 일과 생활의 구분이 없다 보니 일의 의견충돌도 쉽게 감정적 충돌이 되곤 하는데,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과정 덕분에 목적지에 굉장히 빨리 도달하기도 해요.

보통의 작가와 연출은 연습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데, 저희는 24시간을 함께 있잖아요. 정말 좋은 점이 있다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혼자 있으면 그냥 지나가버릴 수도 있는데, 둘이 이야기를 하면 그 아이디어를 붙잡고 있게 된다는 거예요. 늘 붙어있으니까 24시간 동안 스터디를 하는 것 같아요.

진용석 연출 : 글을 쓰다 보면 막히는 순간이 있는데, 이때는 계속 앉아서 애를 써도 진전이 없어요. 그런데 둘이 있으면, 내가 막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사람한테 해결책이 있고, 이 사람이 막히는 부분은 나한테 해결책이 있어요. 내 돌파구가 상대한테 있으니 아웃풋이 잘 나와요. 단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하다보니 장점이 참 많네요.


기자 : 국가적 대표성을 가지는 국립극장에 공연을 올렸어요.

임빛나 작가 : 국립극장은 사설 공연장들에 비해 대관료가 합리적이에요. 대신에 대관심사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지원서를 작성했고, 결국 이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데에 성공했어요.


기자 :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에 당선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빛나 작가 : 제가 쓰는 글은 대외용과 은밀한 용(개인용)이 있어요. 대외용은 희곡적 배움에 입각해 완성해 내는 것들이고, 은밀한 용은 제 마음 가는 대로 쓴 글이에요.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은밀한 용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산대학문학상은 새로운 시도를 열린 마음으로 보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응모할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당선이 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진용석 연출 : 옆에서 보기에, 빛나가 자기 예술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내가 보기에 괜찮다’는 것에 대해 이전보다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 좋습니다.


(좌. 시에나의 엄마 - 또래에 비해 우리 아이는 지나치게 응석이 심한 것 같아요. 잠깐도 떨어져 있기 싫어한다니까요.)(우. 시에나의 아빠 - 따뜻한 집, 좋은 음식, 자기만의 방. 부족한게 없는데도 감사할 줄을 모른다니까요.) - 시에나의 엄마와 아빠

▲시에나의 엄마와 아빠 ⓒ창작집단 빛과 돌


기자 : 작가와 연출로서 <시에나, 안녕 시에나>의 관전 포인트를 제시한다면?

임빛나 작가 : 무대에서 일어나는 자극에 마음을 열어주세요.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작품을 감상하면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칠 수가 있어요.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은 계산된 것이니,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 동작, 소리에 관객 분들이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자 :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이신지.

임빛나 작가 : 저는 작가로서 좋은 작품을 많이 쓰고 싶어요. 이것저것 써 놓은 것들이 많은데, 이 습작들을 조금씩 다듬어서 세상에 내 놓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또, 저희는 수익을 내서 단원들에게 매달 월급을 줄 수 있는 극단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아주 적은 금액의 급료 밖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단원 모두가 작품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극단을 만들고 싶어요.

진용석 연출 : 저는 연극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사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의감이나 선, 사회가 결코 휘어져서는 안 되는 방향에 대한 인식 같은. 인생의 철길이 있다면,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감상자의 철길이 0.01mm라도 행복한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한 쪽으로, 정의로운 방향으로, 인간을 보다 존엄하게 대하는 방향으로요. 이것이 연극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작품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언어에 대한 작가적 고민과 이를 설명하기 위한 이야기. 즉 추상적 주제의식과 구체적 틀(서사)을 교묘하게 연결했다. 따라서 극은 환상과 사실, 과거와 현재, 내면과 외면을 계속해서 교차하며 제시한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무대에 온전히 집중하는 순간, 관객은 복잡한 듯 보였던 그 접점을 발견하며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악가가 소리 자극에 예민하고, 무용수가 움직임 자극에 예민한 것처럼, 작가는 언어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다. 언어에 대한 낮은 역치는 작가에게 끝없이 깊어지는 고민을 선사한다. 이러한 고민을 구체화하고 하나의 희곡으로 완성한 작가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작가의 고민과 의도를 마법처럼 무대 위에 그려낸 연출에게도 따뜻한 환호를 전하고 싶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 공연일정

 

한채문화체육관광부 한채현 대학생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sparkling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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