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배병우의 ‘카메라로 그리는 수묵화 이야기’
게시일
2011.04.12.
조회수
9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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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사진작가 배병우의 카메라로 그리는 수묵화 이야기

지난 4월 4일, ‘소나무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사진작가 배병우가 대학로를 찾았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하는 ‘우리 시대 예술가의 명강의’의 두 번째 강의자로 나선 것. 160석이 마련된 강의실을 꽉 채우고도 서서 강연을 들으려는 참석자가 있을 정도로 배병우 작가의 인기는 대단했다. ‘사진’이라는 시각적 도구를 통해 세계와 소통한 경험담을 들려주고자 강단에 섰다는 배병우. 땅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소나무가 어떻게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는지 그 지혜로운 이야기를 듣고 돌아왔다.


배병우 사진작가 노트 내용글

이미 기술 만능으로 변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연의 초월적 우월함을 못 느끼고 있다. 문명에 가려진 근원적 아름다움을 되찾는 것이 나의 작업의 목적이다.

- 작가 노트 중에서



화가를 꿈꾸던 바다소년, 사진과 만나다


배병우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술대학에 진학한 그는 우연한 계기로 사진을 접하게 되어 독학으로 실력을 연마했다. 작업 초기부터 주로 산과 나무, 하늘과 바다를 담았는데 바다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경험이 그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배병우 작가는 강연 내내 “자연은 사람과 같다”는 말과 함께 자연을 단지 ‘촬영의 대상’이 아닌 ‘신체의 연장선’으로 대하는 태도를 지녀야 함을 당부했다. 사진가가 피사체로만 자연을 본다면 이미지만을 생각할 뿐이어서, 주변에 흐르는 자연의 미세한 아름다움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배병우 작가 = 소나무 작가


사진작가 배병우를 떠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소나무를 생각한다. 그와 소나무는 동일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자연물을 찍던 그는 갑자기 어떻게 소나무를 떠올리게 된 것일까. 배병우 작가는 바다를 촬영하던 중 갑자기 “우리의 풍경은 뭐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 때부터 그는 가장 한국적인 자연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소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낙장송 되얏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 성삼문 -


배병우 작가는 통계상 “우리나라 사람의 70%가 나무 중에서 소나무를 가장 좋아한다.”며 한국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소나무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한국인의 품성을 나무에 국한시켜 비교했을 때 소나무와 가장 비슷하다”는 것이 배병우 작가가 생각하는 ‘한국인이 소나무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대답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유교적 가치관을 중시하여 사시사철 푸르고 곧게 뻗은 소나무를 동경하고 한국인의 품성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여겼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세계의 여러 사상과 문화가 공존하다 보니 우리 스스로가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배병우 작가는 이러한 계기로 한국인의 본래 모습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찍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 중 <경주>

▲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 중 <경주> ⓒ배병우 스튜디오



세계와 ‘통(通)’하다


이어서 배병우 작가는 소나무 시리즈 외에 자신의 다양한 작업과 전시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1984년부터 시작한 소나무 사진으로 명성을 떨친 그는 2005년에 미국의 유명가수 엘튼 존이 '경주 소나무'라는 작품을 고가에 구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9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의 사진집 <청산에 살어리랏다>를 선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에는 <2010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의 공식 포스터의 주인공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렇게 세계적으로도 사랑을 받고 정치적으로도 큰 역할을 하는 소나무 사진을 그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배병우 작가는 사진이 쉬운 언어이기 때문에 소통이 더 쉬웠다고 말했다. “서예나 한국화라면 서양인이 이해하기 어려웠겠지만 사진은 회화보다 더 쉽게 이해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하며 그는“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진이란 혼자 찍고, 혼자 보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널리 알려져야 한다며 그것이 진정한 소통임을 전했다. 배병우 작가는 소나무 외에도 알함브라 궁전과 창덕궁 작업을 하게 된 계기와 여러 에피소드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설명하고 이어서 바다와 섬, 산과 오름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왼쪽부터) <산>과 <제주도>

▲ (왼쪽부터) <산>과 <제주도> ⓒ배병우 스튜디오


한 시간 반 정도의 강연이 끝나고, 작가와 참석자의 Q & A 시간이 진행되었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참석자들의 궁금증으로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중 참석자의 심도 깊은 질문이 하나 나왔다.


Q. 요즘 우리나라 젊은 사진작가들의 합성사진이나 디지털작업이 굉장히 수요가 많고 각광을 받고 있는데, 아날로그를 고수하는 사진가의 입장에서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100년 전 만 레이라는 작가가 있었는데 사진의 형식을 파괴하고 카메라 없이 사진작업을 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빛은 잘 이용했지요. 그는 현재까지도 ‘천재‘라고 불리는 사진작가입니다. 우리가 왜 백남준 작가를 위대하다고 할까요? TV라는 매체를 예술로 인식한 최초의 사람이기 때문이죠.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을 깨뜨리는 것은 좋습니다. 결과물이 좋고 독창성이 깃들어 있으면 도구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Q & A 시간이 끝나고, 강의 전에 참석자 전원에게 나눠준 번호표를 추첨하여 배병우 작가의 첫 단행본 <빛으로 그린 그림>을 나눠주는 행사도 마련되었다. 5명의 당첨자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참석자의 아쉬움을 담은 탄식 소리와 박수소리가 강연장에 울려 퍼졌다. 당첨자 모두 함박웃음을 지으며 선물 받은 책에 작가의 사인을 받았다. 소나무 한 그루와 초가집이 있는 그의 사인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배병우 사진작가 Q&A

 

배병우 사진작가

 

Q. 오늘 강연을 한 마디로 표현하신다면요?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소통이자 가장 어려운 소통방식입니다. 모두가 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그 중에 눈에 띌 만큼 뛰어나기가 어려운 것이죠. 하지만 오늘 강연을 통해 제가 먼저 겪었던 여러 가지 경험을 듣고, 세계로 소통하는 훌륭한 영화감독이나 회화작가들이 배출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Q. 예술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사진을 찍는 사람을 포함한 예술가를 꿈꾸는 이라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첫 번째는 생각이고, 두 번째는 표현입니다. 사진으로 이야기하자면 생각만 해도 안 되고 무조건 찍기만 해도 안 되는 것이죠. 생각 없이 사진을 찍게 되면 일생동안 사진은 쓰레기가 됩니다. 처음부터 생각을 하면서 찍어야지 훗날 나이 들어서 작업이 축적되었을 때 한 방향으로 흐르는 맥이 이어져 훌륭한 작업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예술은 이론과 작품이 밸런스를 유지해야 합니다.


참석자 인터뷰

김점순 (삼성토탈기록문화원)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강연을 신청해 듣게 되었어요. 하지만 사진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해서 강의가 따분하고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배병우 선생님이 설명도 재미있게 해주시고, 평소 궁금했던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답변해 주셔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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