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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공연

2026년 다섯 번째 박물관 속 작은 전시_송자대전판

2026년 다섯 번째 박물관 속 작은 전시_송자대전판

분야
전시
기간
2026.09.30.~2026.11.24.
시간
10:00~19:00
장소
대전 | 대전시립박물관
요금
무료
문의
042-270-8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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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1907년 9월, 충북 괴산 화양동에 있던 환장사煥章寺가 의병의 숙소로 쓰였다는 이유로 일본군 진압대에 의해 불타 없어지면서, 장판각에 쌓여 있던 송자대전판도 함께 잿더미가 되었다. 정조대에 새겨져 120여 년을 이어온 책판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책판을 다시 새기자는 뜻은 곧 모였으나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조선총독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10년대에도 송자대전중간소를 조직하고 이름난 인사들이 참여해 복각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은 1920년대, 전국의 유림이 뜻을 모아 화양소제고적보존회 華陽蘇堤古蹟保存會를 조직하면서부터였다. 대전 소제동 기국정에 사무소를 두고, 회장과 총무를 비롯한 임원진이 각 도에 지방부를 두어 회원을 모집했다. 전국의 회원들과 편지와 엽서를 주고받으며 사업을 이어갔다.


십여 년간 사업비 부족과 사무소 이전 등 여러 어려움을 겪은 끝에, 1926년 대전 남간정사에서 5천여 매의 책판이 다시 새겨졌고 책으로 간행을 마치기까지 다시 4년이 걸렸다. 조선의 유학이 저물어가던 시기에 전국의 유림이 뜻을 모아 이뤄낸 성과였다.


그러나 그 책판의 일부는 제자리를 떠났다. 1970년대 초 책판은 서울 인사동의 한 골동품상에 나와 있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한국지부에 근무하던 애런 고든이 이를 사들여, 1972년 귀국하며 여동생에게 선물했다. 벽에 책판을 걸 수 있도록 금속 원형 고리를 달았고, 책을 찍었던 글자 위에는 은색 안료가 덧칠해졌다. 책을 찍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이국적인 장식품으로 쓰였다.


반세기 넘게 이 책판은 낯선 벽에 걸린 장식품이었고,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떤 사정 끝에 새긴 글자인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해 대전으로 돌아온 이 책판은 이제야 제 이름과 내력을 되찾았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이름을 잃은 채 낯선 자리에 놓인 우리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돌아오는 길은 그것을 알아보는 눈과 관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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