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전시소개

황인지 작가는 오랫동안 삶의 순간들 속에서 감정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 왔다. 한지에 채색된 화면 위에 부유하듯 남겨진 몸짓과 감각의 흔적들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세계이며, 일상의 섬세한 감정들을 시각적 언어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 《사랑이라는 질병 Love and Illness》에서는 이러한 감정 서사를 한층 밀어붙여, 사랑이라는 감정의 양가성-구원과 파괴, 치유와 감염-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는 미묘한 정서의 흔적들을 넘어 감정이 몸에 미치는 급진적이고 신체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감정의 표면이 아니라 감정이 몸에 남기는 징후들을 추적하는 회화적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질병'은 실제의 병리학적 의미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의 삶에 침투 하고, 머물고, 흔적을 남기는 방식을 비유하는 개념이다. 사랑은 기쁨이면서 동시에 통증이고, 위로이면서 갑작스러운 붕괴이며, 한 사람을 살리는 동시에 잠시 무너뜨리기도 한다. 작가의 회화 속 몸과 손은 색이 바래지고 경계가 흐릿한 형태로 등장한다. 화면을 이루는 먹과 호분의 얼룩은 어떤 유형의 질병으로 인한 증상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랑에 잠긴 몸짓의 미세한 떨림과 기척으로 읽힌다. ‘감염’에 가까운 감정의 흐름을 회화의 언어로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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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8-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