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전북청년 2025 : 보이지 않는 땅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11.14.~2026.02.22.
- 시간
- 10:00 ~ 18:00 *매주 월 휴관
- 장소
- 전북 | 전북도립미술관
- 요금
- 무료
- 문의
- 063-290-6878
- 관련 누리집
- 바로가기
전시소개
전북청년 2025 : 보이지 않는 땅
‘위태로운(precarious)’, 할 포스터(Hal Foster)가 동시대 미술의 경향 중 하나로 짚었던 이 형용사는,[1] 오늘날 청년 세대가 딛고 선 삶의 토대를 설명하는 유일한 단어가 된 듯하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올해 <전북청년> 선정 작가 박경덕과 이올은 89년 이후 ‘동시대’,[2] 즉 더 이상 자본주의 이외의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된 세상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이다.[3]
이들 세대는 태어나서부터 온/오프라인으로 구별되는 디지털 세계의 문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했고, 성인기로 나아가며 ‘평평하게 연결된 세계’라는, 신자유주의가 약속했던 환상이 거짓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그 세계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지 못한 채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땅으로 발을 딛게 된 세대이기도 하다.[4] 서로의 연대와 유대는 마치 접속과 분리가 자유로운 네트워크처럼 느슨해졌고, 이제 기성 세대가 만든 질서에 온전히 뿌리내리지도, 그렇다고 단호히 돌아서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세계의 실패’와 ‘자신의 실패’는 더 이상 구분이 어렵다.
이처럼 어느덧 위태로움이 삶의 보편적 조건이 된 상황에서, 이번 전시의 두 작가 박경덕과 이올은 각자의 시선과 방식으로 주어진 세계를 마주한다. 박경덕은 스스로의 세상을 보호하기 위해, 그 안팎의 경계를 구분짓고, ‘멀티버스(multiverse)’라는 이름을 빌린 금속 세계를 짓는다. 차가운 금속 키네틱(kinetic) 식물들로 이루어진 그의 세계는, 불확실한 현실과 달리, 통제 가능한 질서로 작동하는 곧고 단단한 세계다.
이올은 ‘의례(儀禮)’라는,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구조를 살핀다. 그는 "가부장적 질서가 모계(母系)를 통해 전승되는" 역설적 경험들을 겪으면서도,[5] 섣불리 비판이나 거부의 자세로 기성을 바라보는 대신, 우선 그 이야기 속으로 다가가고 기록하려 한다. 어쩌면 그에게 피로 이어진 공동체—혈육(血肉)—는 억압의 상징인 동시에, 아슬아슬한 현재를 지탱해 줄, 과거로부터의 견고한 뿌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