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서울변방연극제, 퇴장하는 등장 1
- 분야
- 연극
- 기간
- 2025.09.05.~2025.09.07.
- 시간
- 금요일(20:30), 토요일 ~ 일요일(15:00)
- 장소
- 서울특별시 | 이화 시네마떼끄
- 요금
- 전석 35,000원
- 문의
- 02-74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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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소개
작품소개
뺨을 맞지 않아도 부어오르는 삶.
“단 한 번도 제대로 등장하지 못한 채, 퇴장만을 반복해야 했던 순간들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을 거야, 언니는.”
토마스는 선생님에게 불려 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엉덩이 열 대를 맞고 난 후, 미래의 찰스가 맞을 매를 자신에게 대신 때려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찰스이자 재스민의 사이에 서 있어야 했던’ 그 아이 찰스를 학교에 남겨 두고, 뺨이 부은 채로 매트리스를 타고 떠난다. 토마스가 떠난 후 찰스는 크리스마스 학예회 무대 위에서 자연스러움의 수위 안에서만 기괴할 수 있는 아이를 연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그 무대에 갇혀 있었던 세실리아가 건넨 쪽지를 받는다. 그 쪽지는 아주 과거, 무대에서 등장을 기다리다 지쳐 스스로 퇴출되기로 결정한, 세실리아에게 언니라고 불리던 아이가 찰스에게 보낸 쪽지이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등장하지 못한 채 퇴장만을 반복해야 했던 순간들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자연스럽게 부자연스러운, 우는 얼굴들이 있다. 등장했지만 등장하지 않은 것처럼 퇴장의 등장을 하는. 갇힌 커튼콜의 무대. 세계에서 퇴장하지도 등장하지도 못해 때로는 스스로 퇴출되기로 결정한 존재들이 있다.
세계는 진화했다. 기괴한 존재들을 허하는 듯하다. 하지만 세계가 정한 기준의 자연스러움의 기준 안에서의 기괴함을 벗어나는 순간 뺨을 때린다. 닫힌 자연스러움의 세계 속에서의 그럴듯한 자연스러움의 기괴함 속, 자연스럽게 매끄럽게 기괴해지라 하는 세계.
하지만 그러한 세계 속에서 뺨을 맞을 미래를 이미 가져다 쓴 이유는 미래에 뺨을 맞을 친구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더 이상 나 같은 아이들을 때리지 못하는 학칙을 만들기 위해. 물리적 체벌을 금하는 학칙은 만들어졌다. 하지만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다.
크리스마스 학예회 무대에서 무대가 강요하는 자연스러움의 관습에 영원히 갇히게 된 존재들, 혹은 한 뼘의 매트리스를 타고 바다 위를 떠돌고 있는 존재들, 등장도 퇴장도 하지 못한 채로 끼어 있다가 스스로 퇴출되기로 한 존재들을 부른다. 손을 잡지 못해 사라진 혹은 손잡아주느라 사라진 혹은 손을 잡아주지 못해 사라진 존재들. 그리고 그 존재들을 애도하는 모든 존재들을 애도했기에 혹은 미리 애도하느라 미리 도착해 있는 글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