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안내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어떤 이는 글쓰기란 허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나의 생각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며 공감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나르시시즘이고 허영심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가오싱젠은 2000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데, 창작의 조건으로 고독을 꼽았다. 창작이란 고독에서 우러나온다는 뜻인데, 여기서 고독이란 외로움이 아니라 방해받지 않고 진정 혼자서 생각을 묵힐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역시 나르시시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영보다는 자유의 의미다. 미디어가 세상을 장악해버린 소란스러운 이 세상에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면,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고독은 필수이다.
예술을 창조하는 이라면 사회의 대변자가 된다거나 정치적 사건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특정 사상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는 순간 작가는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게 되고, 오로지 그 틀 안에서만 생각이 맴돌게 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과거를 전복할 만한 혁명적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고 해서 참신한 작가나 예술가가 되리라고 믿는 것 또한 오류이다. 그렇게 하면 혁명 그 자체를 위한 혁명이 되어, 과거의 것과 다르면 이유를 불문하고 맹목적적으로 좋다는 식으로 창작의 본질이 변하기 때문이다. 문예비평가인 발터 벤야민이 말했듯 “새로운 것은 항상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왔던 것 중의 하나”일 뿐이다. 결국 새로움이란 얼마나 더 충격적인가가 아니라, 자기만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창작을 둘러싼 여러 선입견들을 깨뜨리면서, 자유롭게 스스로의 감성으로 주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