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동네 책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아시나요?
게시일
2010.08.09.
조회수
5172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2-3704-9044)
담당자
이유진

요즘은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틈만 나면 슬리퍼 직직 끌며 집 앞 서점에 들려 유난히 피부가 하얗던 서점 오빠나 누나 뒤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던 기억은 이제 그저 잊힐 기억일 뿐인 건가. 뭔가 우울하고 만사가 귀찮은 비 오는 날이면 더 생각나던 우리 동네 그 책방의 자리엔 자장면집이 자리 잡았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서점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 매년 서점 100여개가 문을 닫았다. 반면 서점의 면적은 늘어나 대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점가 ‘빅4’로 꼽히는 교보문고·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리브로 등 대형서점은 2001년 16개에서 2009년 62개로 늘었다. 이들 서점은 전체 서점 수의 2.17%에 불과하지만, 면적은 29.1%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서점 장악력이 커지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이 같은 추세로 봤을 때 대형서점에 밀려 동네서점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네 서점이 줄면 독자들도 선택권을 잃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대형서점들이 엄청난 양의 책과 할인 가격으로 출판 시장을 독식하는 동안, 소박한 동네 서점은 생존을 위해 동네 학생들이 사야만 하는 책 ‘참고서’들을 팔기 시작했다. 그것도 불안하여 복권과 담배 장사도 병행하는 이들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서점 주인들은 자신을 ‘주인’이 아닌 ‘생존자’라고 칭하고 있었다.


앨리스’ 대신 ‘헌 책’으로 가득한 이상한 나라


소소하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이상한나라의 헌책방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소소하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이상한나라의 헌책방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 정하늘


그렇게 동네 서점의 1승조차 허락지 못한 완패이자 참패로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고난이야 말로 최선을 다 할 기회라 하지 않았는가.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몇몇 동네 서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책과 함께 문화도 파는 제 3의 공간이 되기로 한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공간에서 이야기 파는 동네 책방. 그 중 동화 속 엘리스가 매일 책방을 지키며 헌책을 읽고 있을 것만 같은 응암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선 각종 문화 행사가 많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7월 18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는 영화 상영회와 판소리 공연이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취재를 다녀왔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상북)은 입구부터가 남달랐다. 아기자기한 터널이 마치 어릴 적 동화책에서 엘리스가 뻔질나게 드나들던 토끼굴과 비슷하다. 무언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 만 같은 설렘으로 헌책방의 문을 여는 순간, 시계 바늘이 거꾸로 움직이는 ‘엘리스 시계’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여기는 일반적인 세상과 다르니 마음껏 쉬고 즐기다 가라는 의미 같아서 그저 반갑다. 또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관련된 각종 수집물들과 아기자기한 장난감들, 그리고 예쁘게 잘 정돈된 책들이 아담한 헌책방을 더욱 아기자기하게 만든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판소리도 즐기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진행된 바닥소리의 판소리 공연 장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진행된 '바닥소리'의 판소리 공연 장면 @ 정하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는 이미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영화상영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책방을 가득 매우고 있었고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살펴보니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꼬아 아이에서부터, 눈빛이 초롱초롱한 20대 청년, 그리고 아버지뻘 되는 중후한 아저씨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영화에서 안타까운 장면이 나올 때에는 여기저기에서 “에이!” “어머나, 어떻하나.” 라는 탄성이 나오더니 우스운 장면이 나오면 다들 눈치 볼 것 없이 껄껄 웃는다. 영락없이 어릴 적 시골 이장님 댁에서 모두모여 텔레비전 시청하던 모습 그대로이다.


곧이어 젊은 소리꾼들의 판소리 모임인 ‘바닥소리’의 판소리 공연이 열렸다. 소리꾼들은 판소리 공연 시작에 앞서 관객들에게 추임새와 판소리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 해 주었다. 이런 공연 전 관객들과의 대화는 남녀노소, 연령에 관계없이 공연의 이해도를 높이고 재미를 더해주었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패러디한 판소리에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방귀 며느리’란 동화를 패러디한 판소리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은 국민들이 모두 아는 ‘아리랑’으로 장식되었다. 관객 모두가 어깨를 들썩이고 장단을 맞추며 신명나게 노래했다.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의 이야기가 있는 소리는 색다른 경험이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헌책방 또는 동네 책방들은 단지 책을 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대형 서점들에 빼앗겨 영영 사라지나 싶었다. 하지만 벼랑 끝에 있던 작은 서점들은 스스로 존재해야만 하는 가치를 만들어 냈다. 바로 ‘책과 사람사이의 소통’이다. 책과 함께 동네 구석구석의 각기 다른 문화가 공존하는 동네 서점들은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이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일명 ‘동네 문화의 메카’가 되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소박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읽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푹푹 찌는 이번 여름엔 대형서점 대신 동네 서점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지극히 편안한 반바지 추리닝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말이다.


윤성근 mini interview

mini interview


윤성근 이상한 헌책방의 이상한 주인장

 

윤성근

이상한 헌책방의 이상한 주인장


이상한 헌책방의 이상한 주인 윤성근씨(35)는 원래 잘나가던 대기업의 IT전문가였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10년 동안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었다. 그리고 책이 좋아 결국 책방 주인이 되었다. 책을 파는 그에게 철학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 읽은 책 가운데 꼭 남에게 권할 수 있는 책만을 팔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물건의 품질에 책임을 지는 가게주인의 자세라고 생각한 그는 자연스럽게 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그가 직접 읽고 추천하는 ‘중고서적’을 파는 헌책방이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란?

이 책방은 제가 살아가는 삶과 철학, 가치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사라져가는 동네 문화공간을 살리자고 목소리를 내는 곳이기도 하고요. 단순히 책이라는 물건을 사고파는 곳은 아니죠. 돈 버는 곳도 아니고요. 물론 이 공간을 유지하려면 돈을 벌긴 벌어야죠. 돈은 가게를 유지 하는 정도로 괜찮아요. 내가 필요한 것 이상 가지지 말자는 게 제 믿음이거든요.


‘서점’을 넘어서 훌륭한 ‘문화 공간’을 만들었는데, 윤성근에게 ‘문화’의 의미는?

문화는 나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소위 고급문화, 특권문화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 저는 조금 부정적입니다. 돈 많은 사람만 즐길 수 있는 것, 일부 계층만 즐길 수 있는 것도 문화라면 문화지만 제가 생각하는 문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결국 문화가 우리 삶과 떨어져있는 건 가치가 없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사는 삶과 완전히 일치된 문화,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문화입니다. 말하자면 사는 것 자체가 그대로 문화가 되는 거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꿈은?

물론 동네 문화공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추리닝 입고, 슬리퍼 신고 책 보러 올 수 있는 곳이죠. 저녁 먹고 하릴없이 소파에 앉아 TV보는 대신 근처 책방에 와서 책 보고 차 마시며 담소 나눌 수 있는 곳 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대하여 더 알고 싶다면?

www.2sangbook.com


글/사진_정하늘(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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