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기획초청 <고도를 기다리며>_ 극단 산울림이 기다린 50년의 ‘고도’
게시일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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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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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국립극단 기획초청 <고도를 기다리며>

극단 산울림이 기다린 50년의 ‘고도’


시골길, 앙상한 나무가 한 그루 서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그 나무 아래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실없는 수작과 부질없는 행위를 반복하며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이어서 포조와 그의 짐꾼 럭키가 등장하여 많은 시간을 메운다. 그리고 그 기다림에 지쳐 갈 때쯤 한 소년이 등장하여 말한다. ‘고도씨는 오늘 밤에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시겠다고 전하랬어요,’ 이렇게 어제인지, 오늘인지, 혹은 내일일지 모르는 하루가 저물어 가는데… (국립극단 소개 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공공기관인 국립극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단체로서 매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명동예술극장이 42년 만에 국립극단의 전용 극장으로 돌아옴으로써 연극제작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게 되었다. 명동예술극장은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역사와 함께 어느덧 한국 문화예술과 연극의 성지로 자리잡아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가운데 그 위상을 지키고 있다.

 

명동예술극장

[▲ 명동예술극장 ⓒ박새봄]


한편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고 있는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1969년 초연 이래로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금까지 약 1,500회의 무대를 통해 22만 관객에게 꾸준한 호응을 받았으며 극단 산울림의 성공 역사와 함께해왔다. 5월 9일부터 6월 2일까지는 특별히 이 작품이 국립극단의 명동예술극장에 초청받아 다시 한 번 막을 올린다.

 

나무 근처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에스트라공

[▲나무 근처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에스트라공 ⓒ국립극단]


<고도를 기다리며>의 원작자인 사뮈엘 베케트는 20세기 현대연극의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희곡 작가로 1969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사뮈엘 베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해에 극단 산울림은 한국에서 <고도를 기다리며>의 첫 막을 올리고,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번 공연에 함께하는 블라미디르 역의 정동환·이호성 배우, 에스트라공 역의 박용수·안석환 배우는 모두 몇십 년 동안 이 작품과 함께해온 배우들로 이제는 관객들로 하여금 여유가 넘치는 관록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임영웅 연출의 50년, 그리고 이들과 합을 맞춰온 그 긴 시간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더욱 뜻깊다.


산울림의 고도, 50년 동안의 기다림


극단 산울림은 50주년을 맞이하며 산울림의 역사와 현재를 조망하는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다. 5월 18일에 열린 토크콘서트에서는 정동환·안석환 배우, 심재찬 연출가,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임수현 예술감독, 그리고 김명화 평론가와 함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극단 ‘산울림’ 토크콘서트 제1회

[▲ 극단 ‘산울림’ 토크콘서트 제1회 ⓒ박새봄, 극단/소극장 산울림]


블라디미르 역 정동환 배우 : 이 희곡은 수백 가지로 표현이 가능할 겁니다. 1948년도에 처음 공연이 된 것이니 무수한 극단에서, 수많은 형식으로 공연이 되어왔을 테니까요. 중요한 것은 ‘왜 한국에서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50년 동안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고, 아직까지도 그것이 유효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임영웅 선생님께서 무수한 실험과 연습을 통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50년 전의 공연과 지금의 공연이 결코 똑같지가 않다는 것이 특징이죠. 고전으로서 시대에 맞추어 진보하고 적응하며, 개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임영웅 연출가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 시대에 맞는 연극’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중요한 상징인 나무

[▲ <고도를 기다리며>의 중요한 상징인 나무 ⓒ박새봄]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 : 나무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나무 또한 최소 50년 이상 한 자리에 있었다는 느낌입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오기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인 거죠. 나무도 고통스럽게 그 세월을 견디며 서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변하지 않는 나무인 소나무를 생각하게 되었고, 특별히 오랜 시간이 흐르며 뒤틀린 채 자라나는 한국의 나무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꼬여있는 모습을 통해 그 기다림의 고된 감각을 투영한 것입니다.

 

고고(왼쪽)와 디디(오른쪽)

[▲ 고고(왼쪽)와 디디(오른쪽) ⓒ국립극단]


에스트라공 역 안석환 배우 : 저는 운명적인 만남은 쉽게 헤어질 수 없다고 봅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서로를 친근하게 대해주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숙명적 만남에 있습니다. 한 사람이 형이상학적이라면 다른 한 사람은 형이하학적인 상태입니다. 따라서 그 둘을 합해도 한 사람이 되는 것이죠. 이처럼 사뮈엘 베케트는 작품에 대칭적 관계를 드러냅니다. 고고와 디디, 포조와 럭키라는 네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이 네 사람을 합쳐도 결국은 한 사람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고와 디디는 수평적 관계를 나타내고, 포조와 럭키는 수직적인 관계를 드러내니까요. 이 넷을 뭉치면 한 사람의 사고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나를 떼어놓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결국 나의 선과 악을 나눌 수 없듯이, 고고와 디디 또한 떨어뜨릴 수 없는 관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 내가 기다리는 ‘고도’


에스트라공 역 안석환 배우 : 만일 고도를 ‘자유’로 본다면, 제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자유는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는 느낄 수가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죽었을 때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겠죠. 지금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을가를 고민해보면, 완벽한 자유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나의 고도는 ‘하루 하루의 일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을 잘 견디는 것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에스트라공의 신발

[▲ <고도를 기다리며> 에스트라공의 신발 ⓒ박새봄]


블라디미르 역 정동환 배우 : 이 작품을 고통스러운 서사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오늘’만 본다면 이 안에는 우정과 사랑,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이라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테의 신곡에서 나타나는 지옥문의 현판에는 이런 말이 걸려 있습니다. ‘이 문을 들어서는 자들이여,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에는 희망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기다리고, 그것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건 살만 한 세상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자연도 있습니다. ‘검은 것만 있더니,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푸르게 되어 있다.’라는 대사는 그러한 사실을 빗대어 표현합니다. 자연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우리에게 희망이 있고, 자유롭다는 것이니까요. 에스트라공이 ‘이만 가자.’고 하면, 블라디미르는 ‘가긴 어딜 가, 오늘 밤에는 고도가 올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배불리 먹고 습기 없는 짚을 깔고 말이야.’라고 대답하죠.


사는 데에는 그 정도면 충분한 것인데 우린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습니다. 자꾸 저 너머를 바라보고 더 많은 것을 원해요. 그러나 이 정도면 인간이 살 수 있을 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사뮈엘 베케트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인사

[▲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인사 ⓒ박새봄]


1970년대에 사뮈엘 베케트가 직접 연출하였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서는 ‘조형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무대와 동선, 상징 등을 활용하여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이전 무대에 오른 한국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 또한 조형적 측면을 부각시켰기에, ‘작가의 의도에 부합한 연출이다’라는 비평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제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깊이 있는 철학적 은유를 통하여 각 세대에게, 그리고 개인에게 당신의 ‘고도’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임영웅 연출가는 원작에 충실함과 동시에 동양적인 색채를 가미한 연출을 통하여,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질문에 대해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고전이 가치있는 이유는 삶의 본질을 조망하되,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제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세계에서 정답은 자신만이 만들어갈 수 있는 것임을, 내가 기다리고 있는 ‘고도’란 독자적이고 새로운 것이 될 수 있음을 이 작품은 이야기한다. 2019년을 지나고 있는 나에게 ‘고도’는 무엇일까. 바로 지금, 당신의 오늘을 움직이도록 만들고 있는 그것의 이름을 나는 묻고싶다. 그에 대한 대답이 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 날짜 : 5. 9. ~ 6. 2.

○ 장소 : 명동예술극장

○ 공연시간 : 평일 저녁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화요일 쉼

○ 입장권 : R석 5만 원, S석 3만 5천 원, A석 2만 원

○ 소요시간 : 170분 (인터미션 15분 포함)

○ 문의 : 1644-2003

○ 관람연령 : 14세 이상 (중학생 이상)

○ 자막 : 영문자막 매주 목, 일요일

○ 주최 : 국립극단

○ 제작 : 극단 산울림

○ 작 : 사뮈엘 베케트

○ 연출 : 임영웅

○ 윤색 : 오증자

○ 출연 :정동환 이호성 박용수 안석환 김명국 정나진 박윤석 이민준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4기 onewspringg@naver.com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 문화학과 박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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