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필름을 되살려 떠나는 시간 여행_한국영상자료원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게시일
2019.05.23.
조회수
1197
담당부서
디지털소통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빛바랜 필름을 되살려 떠나는 시간 여행_

한국영상자료원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50년이 넘은 오래된 필름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흔치 않은 경험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당시 사람들의 시선과 정서가 영화에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여행’의 뒤에는 많은 이들의 오랜 노력이 숨어 있다.


수십 년이 지나 닳기도 하고, 색이 변하기도 한 필름을 영화관의 큰 화면 위에 구현할 수 있는 것은 기술자들의 복원 작업 덕분이다. 복원은 기술적인 이유로 오랜 시간 관객들을 만나지 못한 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재창조’의 작업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 영화사의 명작을 재조명하기 위해 ‘복원 기술’이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5월 2일부터 31일까지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라는 제목의 영화제를 진행한다. 한국 영화사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한국영상자료원의 발굴 복원을 통해 재창조되었고, 이 영화제를 통해 긴 세월을 거슬러 오늘날의 관객 앞에서 상영된다.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 앞 

[▲한국영상자료원 앞 ⓒ문지예]

 

시네마테크 KOFA 내부

[▲시네마테크 KOFA 내부 ⓒ문지예]


한국영상자료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공공기관으로, 한국영화 수집, 보존, 복원, 연구를 통해 미래 세대에 영화를 전승할 수 있도록 ‘국가 자원화’한다. 또한 국내·해외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두 개의 상영관을 갖춘 시네마테크 KOFA와 한국 영화사 관련 전시 또는 영화 교육을 진행하는 한국영화박물관을 운영한다. 영화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KMDb도 살펴볼 수 있다.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어떤 작품들이 상영될까?


시네마테크 KOFA 앞에 걸려 있는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포스터 

[▲시네마테크 KOFA 앞에 걸려 있는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포스터 (영화 <성춘향>의 한 장면) ⓒ문지예]


영화제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는 아래와 같이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분에 속한 상영작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이 상영되는지 정리해 보았다.


▷ 한국 영화사의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이정표와 같은 작품들을 상영하는 ‘프롤로그 – 한국영화와 테크놀로지’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성 영화 <미몽>(1936), 최초의 컬러 영화 <무궁화 동산>(1948), 50년 전 제작된 3D 영화 <악마와 미녀>(1969), 국내의 마지막 35mm 필름 영화 <설국열차>(2013)를 비롯해 10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1961)에 판소리, 타악 연주, 재즈 공연을 결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한 작품 <필름 판소리, 춘향>(2019)을 상영하는 ‘파트 1 – 고전의 재창조’

▷ 유실 필름으로 분류되었다가 극적으로 수집되어 관객들에게 공개되는 작품들(‘KOFA 수집 작품’)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복원된 작품들(‘KOFA 복원 작품’)을 상영하는 ‘파트 2 – KOFA 수집·복원전’

: ‘KOFA 수집 작품’으로는 <대심청전>(1962), <이 땅에도 저 별빛을>(1965)을 비롯한 4편의 작품이, ‘KOFA 복원 작품’으로는 <성춘향>(1961), <귀로>(1967)를 비롯한 6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 해외에서 복원된 고전 필름 영화(대만, 덴마크, 벨기에, 스웨덴, 홍콩 등 해외 작품)를 상영하는 ‘파트 3 – 해외 필름 아카이브·스튜디오 복원전’

: 해외의 스튜디오에서 복원된 13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특히, 마르타 메자로스의 <두 여자>(1977), 허안화의 <풍겁>(1979)과 같은 해외 여성 거장 감독들의 여러 작품이 관객들을 만난다.


○ 상영작/내용 참고: 시네마테크 KOFA 5월 리플릿

 

시네마테크 KOFA 5월 리플릿

[▲시네마테크 KOFA 5월 리플릿 ⓒ한국영상자료원]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상영 일정과 예매 방법은?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의 자세한 상영 날짜와 시간, 상영관은 아래 시네마테크 KOFA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장 예매의 경우 영화 상영일 1일 전부터 예매 가능하며, 인터넷 예매의 경우 영화 상영일 5일 전부터 한국영상자료원 누리집에서 예매 가능하다. 현장, 인터넷 모두 1인 2매까지 예매할 수 있으며, 인터넷 예매 시 한국영상자료원 누리집에 회원 가입해야 한다.


기자가 직접 떠난 시간 여행! <성춘향>(감독 신상옥, 1961) 관람과 복원 토크


영화 시작 전 상영관에서 티켓 기념 촬영 

[▲영화 시작 전 상영관에서 티켓 기념 촬영 ⓒ문지예]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상영작 중 기자는 5월 12일 오후 2시에 상영된 <성춘향>(1961)을 직접 관람하였다. <성춘향>은 한국영상자료원 기술자들 2017년부터 2년간의 복원 작업을 하였으며, 그 결과 기존 자료는 107분 분량이었으나 이번 영화제에서 최초로 144분 분량의 영화를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성춘향>(1961) 개봉 당시 포스터

[▲<성춘향>(1961) 개봉 당시 포스터 ⓒ네이버영화]


개봉 이후 거의 60년의 시간이 지난 작품이기 때문에 필름의 색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영상의 색이 다른 부분에 비해 눈에 띄게 붉은 부분도 있었고, 장면의 흐름이 갑작스럽게 끊기기도 했다. 최근 영화에서는 흔치 않은 롱테이크*가 자주 등장했고,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한 듯 조금씩 흔들리거나 기울어 있는 장면도 있었다. 이외에도 배우들의 말투, 대사와 행동에서 묻어나는 유머에서 현재에는 찾아볼 수 없는 ‘옛맛’이 느껴졌다. 이처럼 오늘날의 관객들이 빛바랜 필름 특유의 감성, 과거의 영화 촬영 기법, 유행, 유머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복원 기술과 기술자들이 노력 덕분이다.

*롱테이크: 한 장면이 1~2분 이상 편집 없이 길게 진행되는 것

 

영화 상영 후 복원 토크

[▲영화 상영 후 복원 토크 ⓒ문지예]


영화 상영 후 <성춘향> 복원에 참여한 기술자들이 그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복원 토크가 이어졌다. 복원 토크 진행을 맡은 사회자(사진 가장 왼쪽)의 첫 질문은 ‘<성춘향>을 복원 대상 작품으로 선정한 이유’였다.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고전 소설 「춘향전」을 각색한 영화가 제작되었는데 <성춘향>(1961)은 한국 영화 최초로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된 작품이자 작품 전체가 천연색으로 촬영된 작품이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시네마스코프: 표준인 4:3 비율보다 좌우를 더 넓힌, 넓은 스크린에 상영하는 영화


<성춘향> 복원과 관련된 여러 일화 중에서도 자막 제거, 색조와 관련된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2년 전, 즉 복원 이전 <성춘향>의 필름에는 영문 자막이 남아 있었다. 기술자들은 복원 과정에서 이 영문 자막을 지우기로 결정했다. 이미 세월에 의해 많이 훼손되어 있는 필름의 자막을 제거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세계적으로 전례가 많지 않은 생소한 작업이었다. 색조 보정의 경우 자연스러운 색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필름의 붉은 색조를 탈색하고, 이후 다른 색조를 덧입히는 등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복원 토크에 참가한 기술자들은 자막 제거 작업과 색조 보정 작업 사이 순서를 정하는 것 역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제작 당시의 사회적 맥락과 감독, 배우 등의 의도는 복원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다. <성춘향>의 경우 복원을 시작했을 때 이미 신상옥 감독, 이영표 촬영 감독, 춘향과 몽룡을 맡았던 주연 배우들이 모두 작고한 후였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생생한 조언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는 언급도 있었다.


시네마테크 KOFA에서 한국 영화사 100년 맛보기


2019년 현재에서 잠시 벗어나 ‘아날로그 감성’, ‘옛맛’을 느끼고 싶다면, 시간의 흐름이 담긴 필름의 색감이 궁금하다면, 시네마테크 KOFA를 찾아 복원 기술로 영화관 화면 위에 구현된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5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영화제 ‘발굴, 복원 그리고 재창조’ 이후에도 11월까지 ‘여성’, ‘독립영화’를 주제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전은 계속된다. 6월에는 ‘세계 속의 한국 영화, 한국 안의 세계 영화’를 주제로 한 상영회가 열리고, 7월 또는 8월 중으로 ‘독립 영화’, ‘여성’을 주제로 한 기념전이 이어진다. 7월 이후의 상영회 및 기념전은 일정과 상영작이 확정되고 나서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소중한 자원인 영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행사인 만큼, 또 직접 찾아가 본 영화제 현장이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기자는 앞으로 이어질 시네마테크 KOFA의 기념전이 벌써 기다려진다.


시네마테크 KOFA 이용안내

○ 매주 월요일 휴관

○ 모든 상영작 무료

○ 영화 상영 시간에 맞춰 정시 입장 준수, 상영 시작 이후 입장 불가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4기 answldp9@hafs.kr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불어불문학과, 정치학과 문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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