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욕망이 현실이 되는 곳_유쾌한 창작가무극 <금란방>
게시일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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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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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성은

감춰진 욕망이 현실이 되는 곳_유쾌한 창작가무극 <금란방>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을 위해 지친 심신을 달래줄 유쾌한 창작가무극이 등장했다. 바로 조선시대 클럽을 표방하는 <금란방>이다.



창작가무극 <금란방> 포스터 

[▲ 창작가무극 <금란방> 포스터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금란방>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인 예술의전당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국공립예술단체인 서울예술단이 함께 주관하는 작품이다.


예술의전당은 1982년 ‘종합문화센터 건립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된 이래 '문화예술의 창달과 진흥, 국민의 문화예술향유기회 확대'를 목표로 해왔으며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했다. 한편, 서울예술단은 30년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매년 3~4편의 창작공연 제작을 통해 대한민국 창작공연의 산실로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신과 함께>, <다윈 영의 악의 기원>로 대표되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은 한국적 소재와 한국적 음악극인 ‘가무극’ 공연 양식을 활용하여 현대적이면서 완성도가 높은 창작공연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중 창작가무극 <금란방>은 18세기 조선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여 그 동안의 가무극 중 가장 전통적인 면모를 잘 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편된 한국적 가무극, 금란방으로 입장해보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입구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입구 ⓒ노희정] 

 

창작가무극 <금란방 /> 포토존(사진 촬영 구역) 

[▲ 창작가무극 <금란방> 포토존(사진 촬영 구역) ⓒ노희정]


조선시대 전기수가 풀어주는 매력적인 이야기 속으로

 

금란방을 찾게 만드는 인기 전기수 이자상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금란방을 찾게 만드는 인기 전기수 이자상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금란방>은 전기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극 속 이야기와 전기수가 들려주는 극중극 이야기로 이루어져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물한다.

*전기수: 조선 후기의 직업적인 낭독가


이자상이 읽어주는 소설 속 인물, (왼쪽)정희와 (오른쪽)해후

[▲ 이자상이 읽어주는 소설 속 인물, (왼쪽)정희와 (오른쪽)해후 ⓒ서울예술단]


영조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신하인 사대부 김윤신은 소설을 읽을 때 감정을 싣지 못한다는 이유로 호통을 당한다. 결국 그는 도성의 유명한 전기수인 이자상을 찾아가 비법을 배우고자 여장을 하고 겉으로는 부녀자들만 모인다는 고급 찻집이지만 사실은 밀주방인 금란방으로 향한다. 이때 이자상은 ‘요세인연*’ 이라는 제목을 붙인 두 인물의 사랑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이에 감탄한 김윤신은 제자가 되기를 자청한다.

요세인연: 빛나는 세상의 인연이라는 의미심장한 뜻.



(오른쪽)몸종 영이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소망을 노래하는 (왼쪽)매화 아가씨 

 [▲ (오른쪽)몸종 영이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소망을 노래하는 (왼쪽)매화 아가씨 ⓒ서울예술단]


아버지 김윤신이 정해준 정혼자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매화는 마음을 달래고자 이자상의 이야기를 들으러 금란방으로 향한다. 이때 금주단속 특별 수사대인 그녀의 정혼자 윤구언은 정체불명의 여성으로부터 금란방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받고 금란방으로 향하게 되고, 모든 인물은 금란방에서 조우하게 된다.


금기를 깨고 욕망을 실현하는 장소, 금란방



금란방 최고의 인기 전기수인 이자상 

         [▲ 금란방 최고의 인기 전기수인 이자상 ⓒ서울예술단]


극을 관통하는 두 가지 중심 소재는 ‘술’과 ‘전기수’다. 극의 배경인 18세기 조선은 엄격한 금주령이 자리 잡고 있던 시대였다. 그러나 극 속 가상의 공간인 ‘금란방’처럼 밀주를 빚는 비밀공간이 만들어지는 등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금란방에 모인 사람들도 술을 통해 금기를 넘어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한편, 이 시대의 유흥을 대표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낭독가인 전기수다. 병자호란 이후 나라가 차차 안정을 찾아가자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서민들이 늘어났고, 이에 발맞춰 소설을 생생하게 읽어주고 보수를 받는 직업인 전기수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배우처럼 뛰어난 연기를 펼치기도 하고, 이야기의 속도와 끝맺음을 조절해 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하는 등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었다.



이자상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조르는 사람들 

    [▲ 이자상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조르는 사람들 ⓒ서울예술단]


극 속 두 중심 소재 모두 누군가의 욕망을 달래주고 금기를 깨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특히 전기수라는 직업은 금란방을 찾은 부녀자들의 실제 삶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금란방의 인기 전기수인 이자상 스스로도 남장을 통해 사회적인 명망을 얻는 수단이 된다.


결국 술을 마시며 전기수가 풀어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금란방’은 모든 금기가 깨지고 욕망이 실현되는 장소가 된다.

  

젊고 신선한 감각을 더한 퓨전 사극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노희정]


<금란방>은 18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퓨전 사극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인 연출과 무대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조선시대 클럽으로 재현된 금란방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극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실제 클럽처럼 종이 입장권 팔찌를 손목에 두르고, 배우들은 푸른 조명이 번쩍이는 통로에서 관객들을 반긴다. 무대 위에 설치되어 있는 봉을 이용해 배우들이 춤을 추기도 한다. 이렇듯 실제 현대의 클럽을 연상시키고자 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의상들도 대부분 퓨전한복으로, 김윤신은 양복처럼 보이는 개량 한복을 입고 있으며, 전기수인 이자상은 흰색 컨버스 화를 신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로남불*’이라며 사자성어인 듯 아닌 듯 신조어가 턱턱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금란방은 현대적인 요소와 어우러져 금기를 넘어서는 사람들의 욕망과 자유로움을 현대인에게도 통쾌하게 전달한다.

 

금란방 석에 앉아 금란방의 단골이 되어보자

 

무대 위 ‘금란방 석’

[▲무대 위 ‘금란방 석’ ⓒ노희정]


창작가무극 <금란방>은 관객들을 직접 무대에 포함시키는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했다. 바로 무대 위 좌석인 ‘금란방석’을 별도로 마련한 것이다. ‘금란방석’을 선택한 관객들은 배우들이 착석하는 좌석 바로 뒷줄부터 앉을 수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세밀한 연기와 생생한 공연을 눈앞에서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금란방석’에 앉은 관객들은 금란방의 단골손님이 되어 극의 요소에 포함될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극에 역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관객이 된다.



금란방석의 관객들은 마담의 마음이 내키길 기대해보자. 

 [▲ 금란방석의 관객들은 마담의 마음이 내키길 기대해보자. ⓒ서울예술단]


예를 들어, 기분 좋은 마담이 술통을 무제한으로 여는 날에는 금란방에서 은밀히 유통되는 밀주(과실초)를 마셔볼 수도 있다. 금란방이 불시 단속에 걸렸다면? ‘금란방석’에 앉은 관객들도 도망갈 수 없다. 밀주를 마시며 금란방에 머무른 죄로 배우들과 함께 수사관의 말에 따라 머리에 손을 올려야 한다. 이렇듯 극 속으로 들어가 금란방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관객에게 ‘금란방석’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금란방석과 무대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 금란방석과 무대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서울예술단]


다만, 일부 장면에 시야 제한이 생길 수 있고, 커튼콜 촬영 시 배우들과 같이 촬영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으니 꼭 참고하자.


삶을 선택할 용기를 얻어가는 공간, 금란방



낭독가의 재주를 배우기 위해 여장을 한 사대부 김윤신(왼쪽 

[▲ 낭독가의 재주를 배우기 위해 여장을 한 사대부 김윤신(왼쪽) ⓒ서울예술단]


술과 함께 금기를 넘을 용기를 배우는 김윤신과 사람들

[▲ 술과 함께 금기를 넘을 용기를 배우는 김윤신과 사람들 ⓒ서울예술단]


여성이지만 남성의 옷을 입고 사회적 명망을 얻는 금란방의 전기수 이자상, 답답한 삶을 금란방에서 술과 이야기로 풀어버리는 부녀자들, 원치 않는 혼인을 피해 금란방에서 탈출구를 찾는 매화 아가씨, 금란방에서 도련님과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찾는 몸종 영이, 위신을 잃지 못한다는 사대부이지만 여장을 하고 낭독가로서의 재능을 펼치는 김윤신까지. 규율과 규제가 엄격했던 18세기 조선에서 금란방은 세상이 금지한 욕망을 풀어내는 해방구이자 가슴 뛰는 삶으로의 통로가 된다. 극 속 등장인물들에게 그러했듯, 금란방을 찾은 관객들 또한 금란방에서 욕망을 풀어내고 삶의 방식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금란방으로의 용기 있는 첫 걸음을 내딛어보자.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노희정기자 happydayiov@naver.com 서울시립대학교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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