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을 향한 호탕한 힘겨루기 한 판!_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10 - <호신술>
게시일
2018.12.24.
조회수
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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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성은

일과 삶의 균형을 향한 호탕한 힘겨루기 한 판!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10 - <호신술>



  연극 <호신술> 공식 포스터

연극 <호신술> 공식 포스터 ⓒ국립극단


‘일과 삶의 균형’은 쉴 틈 없이 일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보장되어야 할 것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는 비단 현대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어쩌면 아주 오래 전부터 노동자들이 요구해왔던 것일 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가 1930년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국립극단에서는 바로 이 시기에 일어난 노동자와 자본가들의 좌충우돌 대립을 그린 희곡을 무대로 가져왔다. 바로 연극 <호신술>이다.



국립극단 전경 

국립극단 전경  ⓒ설선정 


백성희장민호극장에 걸린 <호신술> 포스터

백성희장민호극장에 걸린 <호신술> 포스터

 ⓒ설선정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 공공기관인 국립극단은 개관 이후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 연극 예술의 발전을 선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공연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창작 활동과 기획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12월, 백성희장민호 극장에 오른 연극 <호신술>은 그 중에서도 국립극단이 한국의 연극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근현대 희곡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2014년부터 선보인 기획 프로그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이다. 1931년 발표된 희곡 <호신술>은 근대 희곡 분야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송영 작가의 작품이다. 그런데 송영 작가의 작품은 유독 무대에서 만나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연극 <호신술>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연극 <호신술>의 무대 

연극 <호신술>의 무대 ⓒ국립극단


극은 여러 공장을 가지고 있는 김상룡의 호화스러운 집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지폐가 잔뜩 흩뿌려져 있는 마룻바닥과 잘 수놓아진 비단 이불을 무대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다보면 무대의 한 구석에서 집 주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풍채가 너무 좋다 못해 흡사 오뚝이 같은 둥그렇고 비대한 몸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넓은 거실에 비단 이불을 깔아 놓은 이유는 단 한가지다. 나날이 무서워지고 강력해지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비해 ‘호신술’을 배우기 위해서다. 거동초자 힘겨워 보이는 몸으로, 기합을 넣어가며 배운 호신술을 복습하는 김상룡의 모습은 우습다 못해 안쓰럽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호신술 수업 도중 다치는 김상룡 

호신술 수업 도중 다치는 김상룡 ⓒ국립극단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노동자들에게 맞서기 위해 김상룡은 부인과 아버지에게도 호신술을 배우라 권유한다. 그리고는 의사와 변호사까지 불러들여 진지한 호신술 수업을 진행한다. 자본가 즉 기득권층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호신술>이라는 작품이 가지는 풍자, 해학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노동자들의 공격을 막아보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김상룡 일가 사람들은 호신술 선생인 윤 박사의 시범에 되레 큰 코를 다치게 된다. 이래서 집으로 진격해 오는 노동자 시위대에 맞설 수 있을까.



연극 중간 등장하는 만담꾼들 

연극 중간 등장하는 만담꾼들 ⓒ국립극단


이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경제공황 시절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결’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한 연출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자기 몸을 지키겠다고 거대한 몸으로 느릿느릿 호신 기술을 써보는 인물들, 만담꾼들, 자유자재로 무너지는 무대 등의 장치는 작품의 뚜렷한 주제 의식 가운데에서도 관객들이 한 바탕 크게 웃을 수 있도록 한다.


‘호신술’이라는 소재에 묶여 쉴 틈 없이 등장하는 코미디 액션, 풍자와 해학을 잘 살린 연출 기법 이외에도 작품이 가지는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연극에서 사용 된 ‘낯선 말’이다. 12월 9일 진행된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윤한솔 연출가는 “현대어와 시대어가 가지는 장단점을 저울질하는 시간을 꽤 오래 가졌다.”라며, “당연하지 않은 것, 즉 생경함이 주는 장점 때문에 시대어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인물들의 대사 하나 하나에 더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한편, 연극을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 뉴스에서 마주했던 여러 사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열심히 배운 호신술을 쓸 겨를도 없이 도망가는 김상룡을 보고 우리가 시원함을 느끼고, 이 집에서 몇 십년간 일했다는 춘보가 집으로 쳐들어오는 노동자들을 보고 마침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함께 미소지을 수 있었던 것은, 이 희곡이 쓰여진 1930년과 연극 <호신술>을 마주하는 지금의 우리들이 공유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짱돌을 던지며 집으로 쳐들어오는 노동자들을 두려워하는 자본가, 즉 김상룡을 보며 통쾌함을 느낀다. 그리고 모양 빠지게 도망가는 그 모습을 보며, 자기 배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들에게 영원한 행복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 또한 가지게 된다. 1930년대 발표된 희곡이 2018년의 극장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메시지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연극 <호신술>의 등장인물
 

연극 <호신술>의 등장인물 ⓒ국립극단


회사-집, 혹은 학교-집,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심심한 일상에 짱돌을 던지고 싶은가. 아니면, 열심히 일한 만큼 소중한 나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가. 그렇다면 올 연말, 통쾌한 액션과 웃음으로 75분을 꽉 채운 연극 <호신술>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느낌표를 찍기를,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을 확보하기를 바란다.



<공연개요>

• 공연 일정 : 12월 5일 – 12월 24일(월)

• 공연 장소 : 백성희 장민호 극장

• 공연 시간 :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화요일 쉼)

• 입장권 : 전석 3만 원

• 소요 시간 : 1시간 15분 (중간 휴식 없음)

• 관람 연령 : 14세 이상 관람가 (중학생 이상)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설선정 기자 bloomingsj95@naver.com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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