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그러나 유토피아_2018 서울사진축제 <멋진 신세계>
게시일
2018.12.17.
조회수
1841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디스토피아, 그러나 유토피아

2018 서울사진축제 <멋진 신세계>


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어로,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어두운 미래상을 나타낸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기술 및 과학의 지나친 발달로 인해 인간성이 손상되다 못해 파괴된 가상 세계를 그린 고전 소설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러한 디스토피아의 세계인멋진 신세계》를 차용하여 2018 서울사진축제를 열었다. 이 축제는 11월 1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SeMA 창고, 아트나인, 플랫폼창동61에서 개최된다.



  <멋진 신세계>전 입구

[▲<멋진 신세계>전 입구 ⓒ송효진]


<노마딕 아메리카>, 키트라 카하나

[▲<노마딕 아메리카>, 키트라 카하나 ⓒ송효진]

 

기술발달로 인한 디스토피아 <멋진 신세계>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은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서울동북부 지역에 건립되었다. 지역에 따른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문화의 샘’ 역할을 하는 것이 이 미술관의 건립 목적이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외부 전경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외부 전경 ⓒ송효진]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내부 전경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내부 전경 ⓒ송효진]


이곳에서 진행되는 <멋진 신세계>전에서는 기술발달의 모순된 현실을 꼬집는다. 장커춘의 <산중의 황하, 간쑤성>, <란저우 시, 간쑤성>은 산 속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황하 강을 매개로 둘의 상반된 풍경을 대조한다.



왼<산중의 황하, 간쑤성> 오<란저우 시, 간쑤성>, 장커춘 

[▲왼<산중의 황하, 간쑤성> 오<란저우 시, 간쑤성>, 장커춘 ⓒ송효진]


대지에서 구름이 피어오른다? 한성필의 <센 강 대지의 구름>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수증기를 통해 ‘원자력’에 대한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아름답지만 매연임을 알게 된 순간 떠오르는 불쾌감은 인간이 원자력을 대할 때의 태도와 같다. 원자력을 잘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의 폐기 과정은 인간에게 눈엣가시일 뿐이기 때문이다.



<센 강 대지의 구름>, 한성필 

[▲<센 강 대지의 구름>, 한성필 ⓒ송효진]


<센 강 대지의 구름>을 관람하는 사람들

[▲<센 강 대지의 구름>을 관람하는 사람들 ⓒ송효진]


전선 위의 앵무새들, 어딘가 이질적이지 않은가? 미즈타니 요시노리의 <도쿄 앵무새>는 도시의 불빛 때문에 수면을 취하지 못해 폭력적으로 변한 앵무새들을 다룬 사진이다. 형광등처럼 빛나는 앵무새들의 모습은 아름답기보다는 오히려 위태로워 보인다. 이렇듯 황하 강, 대지 구름, 도쿄 앵무새를 소재로 한 작가들은 이질적 요소들의 배합을 포착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기술발달이 가져온 파괴들을  자각하게 만든다.



  <도쿄 앵무새>, 미즈타니 요시노리

[▲<도쿄 앵무새>, 미즈타니 요시노리 ⓒ송효진]


<도쿄 앵무새> 작품 설명중인 전시 해설사

[▲<도쿄 앵무새> 작품 설명중인 전시 해설사 ⓒ송효진]


현기증은 영어로 ‘Vertigo'이다. 이 단어는 한국어 발음으로는 ‘버티고’, 즉 위에서 버티다가 내려왔을 때 발생하는 어지러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순택의 <현기증>은 부산에 있는 탁약주 제조 전문업체 중 하나인 생탁 노동자 농성 현장의 사진이다. 기술발달은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인간을 노동력으로 환원시킨다. 작가는 사진을 통해 인간 이전에 자본이 존재하는 공장식 생산체계를 비판다. 또한 <가뭄>을 통해 메말라가는 인권의식과 정의를 꼬집다. 영화 ‘1987’, ‘공동정범’ 등을 통해 재조명되었던 ‘물대포’의 재등장을 <가뭄>이라는 제목을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왼<가뭄> 오<현기증>, 노순택

[▲왼<가뭄> 오<현기증>, 노순택 ⓒ송효진]

 

지워진 이들의 존재 찾기, 사이버펑크


고도 정보 기술 사회를 디스토피아로 표현한 것으로, 사이버펑크는 첨단 기술에 대한 저항문화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영화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 등을 통해 나타나는 사이버펑크의 특징 중 하나는 로봇 등의 인공지능이 자아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갤러리 1에 전시된 <하이퍼링크가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에는 이러한 사이존재들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사이존재: 인간의 형상을 차용하나 인간은 아니므로, 인간과 로봇 사이에 있는 존재들



<하이퍼링크가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전경 

[▲<하이퍼링크가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전경 ⓒ송효진]


영화 ‘헝거게임’의 주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영화촬영 마무리를 앞두고 사망하였다. 이때 호프만의 빈 공백을 채우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CG)이 등장했지만, CG ‘필’은 인간‘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완벽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폐기되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재현한 컴퓨터 그래픽(CG) ‘필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재현한 컴퓨터 그래픽(CG) ‘필’ ⓒ송효진]


세실 에반스의 <하이퍼링크가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에서는 이러한 사이존재들의 존재 찾기 여정이 시작된다. 여기에는 ‘필’처럼 배우는 죽고 역할만 남은 ‘투명여인’,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요와네 하쿠’, 유명인사 애플리케이션의 운영체제 ‘아그네스’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머리카락, 목소리 등 인간 형상의 일부를 차용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세실 에반스는 이러한 사이존재들이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는 과정을 단편영화처럼 보여줌으로써 지워진 존재들의 자기인식을 드러낸다. 그러나 사이존재에는 컴퓨터 자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흑인, 인부, 여성 등 현실 속에서 ‘지워지는’ 존재들 또한 등장시킨다. 이렇듯 사이버펑크 속 인공지능의 ‘존재 찾기’는 매몰된 기술발달로 인해 소외된 이들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투명여인’과 흑인남성 

[▲‘투명여인’과 흑인남성 ⓒ송효진]


페인트 공장 인부들에 대해 말하는 ‘투명여인’

[▲페인트 공장 인부들에 대해 말하는 ‘투명여인’ ⓒ송효진]


테크노 그림 유토피아, 서울사진축제


<멋진 신세계>는 인간성이 상실된 디스토피아이기도 하지만, ‘재현’에 있어서는 완벽에 수렴하는 신세계이기도 하다. 여태까지 사진은 ‘현상’일 뿐 실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매체 이론의 일반적 견해였다. 사진은 사물을 하나의 각도에서 모방할 뿐 그 자체의 물질성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갤러리 2에서는 이러한 사진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들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갤러리 2 입구

[▲프로젝트 갤러리 2 입구 ⓒ송효진]


김경태 작가가 찍은 광물은 실재보다 더 실재같다. 작가는 사물 표면 각각을 따라가며 찍은 모든 사진을 결합하는 기술인 ‘포토스테킹’을 통해 모방을 넘어선 재현을 구현하고 있다. 코야마 다이스케의 <무지개 변주 2018> 시리즈 또한 ‘디지털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라는 기술을 통해 무지개의 색감과 질감을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디지털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 기름에 용해되는 잉크를 사용하여 물에 번지지 않고, 세밀하고 깊이 있는 표현을 가능케 하는 사진 출력 기술.



  <qtz-tur-ep-1608>, 김경태

[▲<qtz-tur-ep-1608>, 김경태ⓒ송효진]


왼 <cal-1302> 오<qtz-1302>, 김경태

[▲왼 <cal-1302> 오<qtz-1302>, 김경태 ⓒ송효진]

 

<무지개 변주 2018> 시리즈, 코야마 다이스케 

[▲<무지개 변주 2018> 시리즈, 코야마 다이스케 ⓒ송효진]


올더스 헉슬리는 기술 혁명을 비관적으로 본 반면, 커뮤니케이션 철학자 빌렘 플루서는 기술 혁명과 함께 디지털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계를 낙관적으로 보았다. 그는 이러한 세계를 ‘테크노 그림’ 세계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는 컴퓨터 화소로  표현되는 이미지를 비유한 용어다. 그러한 점에서 2018 서울사진축제는 이미지의 유토피아다. 기술 발달과 전자 이미지의 등장은 김경태 작가가 찍은 <광물>, 코야마 다이스케의 <무지개 변주 2018> 시리즈처럼 사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현에 있어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2018 서울사진축제는 여태까지 개최된 서울사진축제와 달리 설치, 영상예술, 영화 등 다양한 매체 예술을 다룬다. 이번 2018 서울사진축제에서는 ‘필름 페스티벌 문화행사’ 중 일환으로, 북서울미술관 다목적홀에서 예술영화를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송효진 기자 yyy99282000@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공공누리 3유형(출처표시-변경금지)

문화체육관광부 "디스토피아, 그러나 유토피아_2018 서울사진축제 <멋진 신세계>" 저작물은 "공공누리 3유형(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 방문통계

통계보기

전체댓글(0) 별점 평가 및 댓글 달기를 하시려면 들어가기(로그인) 해 주세요.

  • 비방 · 욕설, 음란한 표현, 상업적인 광고, 동일한 내용 반복 게시, 특정인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내용은 게시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삭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및 자료 등에 대한 문의는 각 담당 부서에 문의하시거나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질의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