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상력을 색으로 재현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시각마술 변천사 2: 테크니컬러>
게시일
201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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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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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성은

인간의 상상력을 색으로 재현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시각마술 변천사 2: 테크니컬러>


흑백만으로 구성된 스크린이 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하던 중, 마법처럼 색채영화가 나타났다. 더 이상 필름에 수작업으로 색을 칠하지 않아도 색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18년 미국의 테크니컬러(Techinicolor Motion Picture)사가 흔히 우리가 RGB로 알고 있는 적색, 녹색, 청색의 3색 테크니컬러 기법*을 개발한 뒤 컬러영화는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테크니컬러로 구현된 초창기 색채영화들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국립현대미술관은 자연색에 가까운 색채영화가 어떻게 현실과 상상력의 재현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7월 18일부터 8월 19일까지 <시각마술 변천사 2: 테크니컬러>를 개최하고 있다.

*3색 테크니컬러 기법 : 적색, 녹색, 청색의 3색 분해로 촬영한 필름을 가공해 색소를 흡착시켜 필름에 녹여내는 기법


국립현대미술관 MMCA필름앤비디오 <시각마술 변천사 2: 테크니컬러>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개관이래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동시대미술을 소개하며 복합예술, 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 및 기술과 현대미술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MMCA필름앤비디오는 정기 프로그램으로, 영화와 비디오아트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MMCA필름앤비디오 전경

[▲MMCA필름앤비디오 전경 ⓒ송효진]

 

MMCA필름앤비디오 안내판 

[▲MMCA필름앤비디오 안내판 ⓒ송효진]


왜 <시각마술 변천사>일까? 우리가 보는 시각을 구현해 온 방식이 마치 마술과 같아 이러한 변화과정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시각마술 변천사>는 영상기술의 발명과 변천사를 소개하는 동시에 ‘어떻게 이미지를 재현 하였는가’에 주목해 이를 가능케 한 방식을 탐구하는 기획전이다. 2017년에는 <시각마술 변천사 1: 캐나다 VR영화>를 선보였고, 이번에는 흑백영화에서 색채영화로 전환된 시기인 1930년대부터 1950년대에 테크니컬러 방식으로 제작된 다양한 장르의 할리우드 고전영화 영국 고전영화 12편을 상영한다. 이곳에서 35밀리미터필름 혹은 디지털로 복원된 초창기 색채영화의 미학을 살펴볼 수 있다.

 

 

<시각마술 변천사 2: 테크니컬러>포스터

[▲<시각마술 변천사 2: 테크니컬러>포스터 ⓒ송효진]


색채로 표현된 감정과 관습적 인식 <애수의 호수>


프레임 내 피사체의 크기인 숏이 인물의 내면에 얼마나 더 가까이 다가가는 가를 의미하듯이, 영화의 모든 요소는 인물의 감정을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수의 호수>는 특히 테크니컬러로 재현된 색채가 꿈, 고뇌, 광기와 같은 감정의 원형을 반영하는 예시다. <애수의 호수>에는 주인공 엘렌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의상의 색상이 그 배경에까지 확장된다. 대표적인 예시로 아래 사진의 <애수의 호수> 중 한 장면에서 흰 가운은 엘렌의 무지와 섬뜩함을, 붉은 입술 색은 성적인 자유와 관능을 드러낸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중앙에 있는 엘렌의 병리적 질투심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색채는 관습적 인식을 반영하기도 한다. 당시 무지하고 질투심이 많은 여성 캐릭터가 치명적 여성을 뜻하는 팜므파탈(Femme Fatale)이라는 이름으로 다수 등장하였다는 점에서 청록색 눈동자, 화려한 색채와 장식의 의상들은 엘렌을 그저 보여지는 대상으로만 한정시키는 데 일조한 기존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애수의 호수>스틸컷

[▲<애수의 호수>스틸컷 ⓒ20세기 폭스 필름 코퍼레이션]


김은희 큐레이터가 알려주는 <시각마술 변천사 2: 테크니컬러> 활용법


Q. 테크니컬러 방식을 사용한 수많은 영화 중 다음 12개의 작품을 선정하신 기준이 궁금합니다.

A. 저는 201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테크니컬러 대표작 회고전 프로그램인 ‘글로리어스 테크니컬러(Glorious Technicolor)’를 접하고 독일 시네마테크를 방문해 이 프로그램의 개최와 관련해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독일 시네마테크의 협력과 함께 MMCA필름앤비디오의 일정에 맞춰 올해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우선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들 중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대표작 10여 편을 선정하고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MMCA필름앤비디오의 영사 환경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특히 1934년에 제작된 두 편의 단편 영화같은 경우는 35밀리미터 복원필름을 소장하고 있는 곳에서 더 이상 상영을 위해 필름을 대여해주지 않거나 또는 반드시 35밀리미터 영사기 두 대를 운용해야 하며 국제영상기록연맹(FIAF, International Federation of Film Archives)회원이어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해서 아쉽게도 상영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국제영상기록연맹 회원인 곳은 한국영상자료원 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MMCA필름앤비디오의 영사실은 35밀리미터 영사기 한 대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검은 수선화> <아프리카의 여왕> 스틸컷

[▲<검은 수선화> <아프리카의 여왕> 스틸컷 ⓒITV/파크 서커스]


<부러진 화살> 스틸컷 

[▲<부러진 화살> 스틸컷 ⓒITV/파크 서커스 ⓒ20세기 폭스 필름 코퍼레이션]

 

<기븐스 가족 연대기> 스틸컷 

[▲<기븐스 가족 연대기> 스틸컷, 출처: 영국영화협회 ⓒITV/파크 서커스]

 

 

<아침의 날개> 스틸컷

[▲<아침의 날개> 스틸컷 ⓒ코헨 미디어 그룹/파크 서커스]


Q. <시각마술 변천사 2: 테크니컬러>를 찾으시는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할 때 어떤 점에 주목하면 좋을까요?

A. 요즘은 작가가 특별한 이유로 흑백영화로 제작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색채영화이고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영화의 색에 대해 당연한 것처럼 무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테크니컬러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가 색채를 표현하게 되면서 193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에 제작된 테크니컬러 영화들은 자연의 색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제작하는 영화의 특성에 맞는 색을 만들어내고자 공을 들였습니다. 따라서 당시의 영화들을 보면 색채가 영화의 한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피와 모래>(1941)를 보면 전경에 보이는 인물의 뒤로 보이는 배경색까지도 섬세하게 가공된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인물의 옷, 소품, 건물의 벽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시면 테크니컬러의 아름다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피와 모래>스틸컷

[▲<피와 모래>스틸컷 ⓒ20세기 폭스 필름 코퍼레이션]


현대 영화에서의 테크니컬러 <시각마술 변천사>의 방향


Q. 테크니컬러 기술은 현대 영화인 라라랜드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영화 예술에 있어서 유의미한 영상기술인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 고전영화 이외에도 현대 영화에 있어서 테크니컬러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토드 헤인스 감독이 더글라스 서크 감독의 테크니컬러 영화 <순정에 맺은 사랑>(1955)의 오마주*를 보내며 만든 <파 프롬 헤븐>(2003)같은 경우가 대표적으로 과거의 테크니컬러 영화의 전형적인 색감들을 다시 재현한 영화인데요. <파 프롬 헤븐>처럼 테크니컬러영화가 제작되던 시대를 재현하면서 당시의 멜로드라마 혹은 뮤지컬 등에 관습적으로 사용되던 색의 사용을 패러디하거나 색을 통해 장르와 사회적 코드를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필름에서 디지털로 촬영장비와 영사시스템이 변화하면서 보다 선명하고 현실색에 가까운 이미지를 수월하게 얻어내게 되지만 테크니컬러 영화처럼 색채와 빛이 영화의 스타일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점은 현대영화의 감독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오마주: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


Q. <시각마술 변천사> 프로그램은 이미지 재현의 욕망을 가능케 한 기술을 다루는 것 같습니다. <시각마술 변천사 3>도 이와 같은 주제로 이루어 질 예정인가요? 언급이 가능하다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문의하고 싶습니다.

A.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구성되지만 보이스, 음향, 음악 등으로 대표되는 전체 사운드에 관련해선 이미지에 종속된 것처럼 여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운드는 이미지와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영화 전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시각마술 변천사 3>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사운드 사용 등과 관련된 주제로 기획될 것 같습니다.


Q. 8월 11일 이 전시와 연계한 강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시각마술 변천사 2:테크니컬러>를 관람할 관객들을 위해 강연 참석 시 주목할 점은 무엇일까요?

A. 필름 보존과 색채 관련 기술적 연구의 전문가인 울리히 뤼델 교수는 테크니컬러가 어떻게 개발되고 어떤 기술적 실험을 거쳐 완성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겁니다. 테크니컬러의 역사를 다룬 저서를 발간하기도 한 스콧 히긴스 교수는 테크니컬러로 제작된 영화에서 서사와 색의 관계 등과 같은 미학적 강연을 해 예정이고요. 강연에 참석하기 전에 한 두편이라도 이번 프로그램 상영작을 관람해본다면 강연을 보다 쉽게 이해 수 있을 겁니다.

 

 

상영시간표와 강연일정

[▲상영시간표 강연일정 ⓒ국립현대미술관]


이렇듯 현대미술과 영상은 상당 부분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MMCA필름앤비디오가 중요한 이유는 전시장에서의 영상 설치와 극장 안의 영화 상영이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김은희 큐레이터는 미술관 안의 영화관은 영화 고유의 미학과 현대미술 관점의 무빙이미지 미학,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테크니컬러는 영화와 현대미술의 접점 중 하나인 색채를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다.


8월 11일(토) 오후 2시에는 울리히 뤼델 교수의 <테크니컬러로의 여행>강연이, 오후 4시에는 스콧 히긴스 교수의 <크로모 드라마: 테크니컬러 스토리텔링의 기술> 강연이 진행된다. 테크니컬러에 대해서 궁금하거나 문화예술, 영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누구나 ‘강연 참가신청 링크’에서 신청 후 무료로 강연을 들을 수 있으며 그 아래의 링크를 통해 <애수의 호수> 외 11편의 상영작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입장권을 소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착순 무료로 <시각마술 변천사 2: 테크니컬러> 상영작을 관람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송효진 기자 yyy992820000@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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