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시간이 되다_아르코미술관 신미경 개인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게시일
201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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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비누, 시간이 되다_아르코미술관 신미경 개인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현재과거의 산물로, 미래는 지나갈 현재의 초상으로 파악되는 시간의 특성을 탁월하게 잡아내는 작가가 있다. 비누를 통해 시간성을 표현하는 신미경 작가가 그러하다. 등단이래 처음으로 공공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선보이는 신미경 작가 전시는 ‘사라지고도 존재하는(THE ABYSS OF TIME)'으로 오는 9월 9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18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THE ABYSS OF TIME 2018.7.5. - 9.9. 신미경 MEEKYOUNG SHIN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전시 포스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누리집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의 오늘과 미래

 

훌륭한 예술이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믿음으로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다. 문예위는 지난 2005년, 당시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 제 16조(문화예술진흥기금) 및 동법 20조를 기반으로 설립되었다. 문예위는 ‘문화예술의 창의와 나눔으로 국민이 행복한 세상’이란 비전을 표방하며 예술가치 확산과 문화예술 융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은 신진 작가를 양성하고 도움을 주는 인사미술공간, 주제기획전과 중진 및 원로 작가 전시가 개최되는 아르코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 시리즈’ 중 하나다.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전은 미술계에서 중간지점에 있는 작가들의 왕성한 작품 활동을 도와주는 사업으로, 2000년대부터 추진되어 왔다. 신진은 주목받고, 원로는 대우받는 지점에서 중진 세대 작가들은 자칫하면 잊힐 수 있고 작품 활동이 더뎌질 수 있다. 이러한 중진작가들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아르코미술관은 개인전을 통해 작가의 작업 경향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며 신작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진작가 시리즈를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는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 시리즈를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는 아르코미술관 ©이다선


이때 미술관은 창작 플랫폼의 기능 또한 수행한다. 미술관이라는 공간 속에서 중진 작가가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게 하는 장소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미경 작가의 전시 또한 개방과 소통이라는 공공미술관의 특성과 맞닿아서 작가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발전의 장으로 다가온다.


일상 속 비누, 작품이 되다


‘시간’을 이야기하는 전시 주요 소재인 비누는 단순한 소모품에서 작품으로 변신하여 시간성을 시각화한다. 보편의 시선에서 볼 때 비누는 화장실에 비치돼 신체를 깨끗하게 만드는 용도에 그치지만 신미경 작가는 비누에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시간의 속성을 불어넣는다. 조각을 통해 비누를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작가의 작업 속에서 관람객들은 시간의 연속과 허물어지는 경계의 틈을 마주할 수 있다.

 

 

1전시실로 들어서면 웅장한 ‘폐허풍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1전시실로 들어서면 웅장한 ‘폐허풍경’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다선

 

‘폐허풍경’과 어우러져 전시된 ‘비누에 새기다’ 

‘폐허풍경’과 어우러져 전시된 ‘비누에 새기다’ ©이다선


전시는 두 부분으로 나다. 먼저, 오래전 무너져버린 것만 같은 신전 형태의 건축물과 이름 모를 조각상과 도자들, 이러한 풍경으로 인해 들어서자마자 고대 유적지를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을 주는 1전시실이다.

굳어진 과거를 표현하는 것 같은 작품은 12톤의 비누로 만들어진 ‘폐허풍경’으로 전시장에 들어오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전시실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인 ‘폐허풍경’ 주위를 아우르고 있는 작품들과 뚜렷한 구분 없이 하나의 작품인 것처럼 보다.

 

 

 2000년대 초부터 선보여온 ‘번역시리즈’ 

2000년대 초부터 선보여온 ‘번역시리즈’ ©이다선

 

전시실의 벽면에는 ‘화장실 프로젝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의 벽면에는 ‘화장실 프로젝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다선


2전시실은 하나의 박물관과도 같다. 고대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처럼 작가의 작품들은 프로젝트별로 세심하게 놓여 있다. 특히 비누에서 작품으로, 다시 비누로 돌아가는 순환의 과정을 그려낸 ‘화장실 프로젝트’가 인상 깊다. 비누로 돌아가면서 작품의 속성은 사라졌지만, 그 나름대로 존재 이유를 계속해서 잊지 않고 종래에는 다시 미술관에서 작품으로 선보여지기 때문이다. 넘어가는 벽면만큼 신미경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와 왕성한 작품 활동이 있었음을 볼 수 있는 구역이다.

 

 

미술관 입구 벽면에서 설치된 ‘풍화 프로젝트’

미술관 입구 벽면에서 설치된 ‘풍화 프로젝트’ © 아르코미술관

 

미술관 내 화장실에서 ‘화장실 프로젝트’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미술관 내 화장실에서 ‘화장실 프로젝트’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이다선


소모품에 불과한 비누가 작품이 돼서 전시되는 영역은 전시실뿐만이 아니다. 아르코미술관을 찾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열린 미술관이자 다양한 접근의 장이다. 미술관 입구 벽면에 세워진 ‘풍화 프로젝트’에서는 인위적인 변형이 아닌 오로지 햇빛과 바람에 의해서 변화하는 작품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또한 전시 기간 동안 선보이는 미술관 내 화장실에서는 ‘화장실 프로젝트’가 계속된다. 전시실에서 보았던 작품을 직접 비누로 사용할 수 있는 체험으로, 전시장 밖을 벗어나 작품이란 속성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작품으로 존재하는 모순을 느껴볼 수 있다.


전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차승주 담당자로부터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중진작가 전에서 신미경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미경 작가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작가이지만 그 동안 공공미술관에서 집중 조명되는 개인전의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전을 통해 사업의 취지를 이어가고, 작가의 전체적인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를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미술관 밖에 설치된 ‘풍화 프로젝트’와 함께하고 있는 신미경 작가

미술관 밖에 설치된 ‘풍화 프로젝트’와 함께하고 있는 신미경 작가 ©아르코미술관


특히 그 동안 ‘비누’라는 특정 재료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함의와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시간성 등의 개념적 측면이 비교적 조명되지 못했다고 생각해,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한 의미가 보다 부각되고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미발표작 신작 위주의 전시를 통해 작가의 작업이 지닌 방대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Q.'사라지고도 존재하는‘이라는 전시명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신미경 작가는 비누를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서 ‘어떻게 시간성을 시각화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계속해서 지니고 있었습니다. 전시를 보면 겠지만 작업들 안에 시간성이 직접 담겨 있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모되어 유물처럼 변하다가 어느 순간 고정되어 마치 화석화된 것처럼 멈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작업도 있습니다. 즉, 작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시간의 영역들이 중첩되어 있는데, 특히 폐허풍경이라는 작업은 사라진 시간과 앞으로 도래할 시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일종의 경계에 있는 시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르코미술관 아카이브 라운지에 비치된 신미경 작가의 작품이 담긴 자료 

아르코미술관 아카이브 라운지에 비치된 신미경 작가의 작품이 담긴 자료©이다선


그래서 전시명은 어떤 경계를 나타내는 ‘사라지고도 존재하는’이 될 수 있었고, 한편 사라진 시간이지만 어느 순간 흔적으로 남아 여전히 존재하는 시간의 지속성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는 작업 안에서 비누가 지닌 역할과도 어울립니다. 특히 ‘화장실 프로젝트’가 그런데요. 즉 닳아서 마모되는 존재를 태생적으로 지닌 비누는 작업의 속성으로 인해 일정 기간 사라졌지만, 전시라는 또 다른 맥락 안에서 사라진 부분과 함께 존재합니다. 그리고 더는 사라지지 않게 되죠.


Q. 전시연계 행사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연계 강연 ‘동시대 예술의 실천, 그리고 포스트프로덕션’ 강연

연계 강연 ‘동시대 예술의 실천, 그리고 포스트프로덕션’ 강연©이다선


개인전 경우에는 강연, 작가와의 대화, 워크숍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신미경 작가의 작업을 다양한 맥락에서 짚어보고자 강연의 비율이 높습니다. 특히 전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핵심어를 꼽았는데, ‘시간성, 조소, 번역’입니다.

시간성은 전시 전반에서 이야기하는 핵심 개념이고, 조소는 조각의 매체적 특성에 대한 접근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번역은 문화 간 차이에서 오는 재맥락화라 볼 수 있는데, 다른 나라의 작품을 선보였을 때의 ‘번역의 불완전성’과, 같은 작품이라도 나라마다 해석되고 수용되는 게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동시대 예술 안에서 이런 핵심어가 어떻게 예술 실천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작업을 해제하기 보다는 동시대 예술의 경향을 읽으면서 연관성을 찾아 나가는 방향으로 전시 연계 행사가 구성되었습니다. 이러한 강연 시리즈 외에도 비누 만들기 워크숍이나 작가와의 대화 등 보다 다양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의 폭을 넓혔습니다.


‘문명, 시간성, 경계, 유물’과 같은 몇 가지 주요단어로 해석되는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9일까지 아르코미술관 1,2전시실에서 계속된다. 비누라는 친근한 소재를 통해서 풀어나간 위의 주요단어들을 전시실 안과 밖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형태는 사라지지만 향으로서 신체에 남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비누처럼 말이다. 또한 전시 기간 내 선보이는 강연과 체험프로그램을 통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작품의 이야기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나보길 권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이다선 기자 ssundasun@naver.com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세계문화예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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