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이야기_2017 청년포럼 문화 예술이 젠더를 묻다
게시일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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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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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이야기

2017 청년포럼Ⅲ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2017 청년포럼Ⅲ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 

[©노효주]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은 익숙하다.

특수성이 아니라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여성학자 김고연주-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사회에서 온전한 ‘내’가 아닌 사회적 ‘여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피로, 좌절 그리고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42만부’의 기록적인 판매부수를 달성했고, 작가는 <2017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82년생 김지영」 열풍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오늘날의 수많은 여성들이 ‘김지영의 삶’에 공감하고 위로 받아 그렇지 않을까. 82년생 김지영과 10살 이상의 터울인 기자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고 가슴을 치며 읽었으니 꼭 82년생 언저리에 있는 이들에게만 국한된 공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김지영’이다.

 

입장하는 관객들 

[▲입장하는 관객들 ©여성신문]

 

사회자 손희정 

[▲사회자 손희정 ©여성신문]

 

지난 11월 24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에서 열린 2017 청년포럼Ⅲ <문화예술이 젠더를 묻다>에는 여자 ‘김지영’이 아닌 ‘김지영’ 그 자체이길 원하는 많은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문화평론가 손희정의 진행 아래 뮤지션이자 작가인 오지은, 스타일리스트 이윤정, 소설가 손아람이 연사로 올랐다.

 

◤여자가 하는 음악은 또 따로 있나요? - 오지은/뮤지션·작가

 

강연 중인 오지은 

[▲강연 중인 오지은 ©여성신문]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남성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은 생소할 것입니다.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하는 음악은 그렇게 이름 붙이게 됩니다.

 

오지은은 싱어송라이터를 뽑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이다. 이따금씩 출신 대회의 심사를 보러 가면 지원자의 비율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많은 수의 여성 지원자들은 개인의 음악 주제나 장르가 어떻든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그 이후에는 ‘전형적인 여자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으로 또 나뉜다. 그는 ‘과연 여자 음악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판단하는 것인지’에 의문을 던졌다.

 

강연 중인 오지은 

[▲강연 중인 오지은 ©여성신문]

 

또 그는 가수로 활동하는 동안 ‘마녀’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니다. 이는 한국사회가 여성 아티스트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 아티스트는 ‘여신’ 혹은 ‘마녀’라는 범주 중 하나에는 반드시 속해있어야 한다. 창작자가 어떤 음악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는 뒷전이다. 그는 이러한 실태는 창작자의 예술 활동을 제대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오지은은 마지막으로 한 통계를 예시로 들며 여성 음악인에게 씌워진 편견과 한계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 <한국대중음악상> - 종합분야, 올해의 음반

2007년 스왈로우

2008년 이적

2009년 언니네 이발관

2010년 서울전자음악단

2011년 가리온

2012년 장기하와 얼굴들

2013년 3호선버터플라이*

2014년 윤영배

2015년 로로스

2016년 이센스

2017년 조동진

(*표가 있는 팀에만 여성멤버가 있으며

*를 제외한 모든 팀은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 <한국대중음악상> : 한 해, 가장 주목할 만한 음악을 한 뮤지션을 뽑는 행사

 

과연, 여성이 남성보다 음악을 못해서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 대중 음악상의 심사위원은 대부분 남성이라고 한다.

“여성의 목소리, 여성의 서사는 오해받고 왜곡된 채,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제 생각은 과연 비약일까요?”

 

◤할 말은 하고,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사세요! - 이윤정/아티스트

 

강연 중인 이윤정 

[▲강연 중인 이윤정 ©여성신문]

 

이윤정은 어릴 적부터 발레리나를 꿈꿔왔다. 하지만 대학 입시 몇 개월 전 심각한 부상으로 그 꿈을 접어야 했다. 방황의 시작이었다. 그는 대학 발표가 있던 날도 클럽에서 놀다 몰래 들어간 어두운 집에 우두커니 서 있던 아버지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가위 가져와” “필요하면 아빠가 가져와” 그렇게 그의 머리는 모조리 잘려나갔고 방에 틀어박혀 울다 지쳐 잠드는 나날들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향해 찬송가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한다.

짧은 머리에 진한 화장, 누덕누덕한 옷을 입고 그 길로 집을 나섰다. ‘가부장제’로부터의 탈출이었다. 그는 불안정하고 약했기에 굳건하고 강해보여야만 했다. ‘여성스럽지 않은’ 자신을 향해 수군대는 사람들 앞에서 더 당당하게 행동했다. 그는 자유분방한 말괄량이 ‘삐삐’가 되어 틀에 박혀 꽉 막힌 사람들과 세상을 풍자하는 음악을 시작하며 ‘반항’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강연 중인 이윤정 

[▲강연 중인 이윤정 ©여성신문]

 

시간이 흘러 이윤정은 스타일리스트이자 한 아이의 엄마라는 두 가지 명함을 갖게 되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오자마자 작업실로 출근한다. 전쟁 같은 하루가 지나고 밤이 되면 아이를 재우고 남은 업무를 한다. 결혼 초기에는 이 과정에서 아이의 아빠 없었다. 그의 남편은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고 한다. 결혼을 통해 다시 ‘가부장제’의 굴레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는 본인 혼자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같아 억울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잠을 줄여가며 이윤정으로서의, 아내로서의 일을 그리고 엄마로서의 일도 해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점점 변화했다. 아이의 등원을 신경 쓰고 설거지나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강조했다. “남편은 나의 일을 돕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이윤정은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적으로도 무수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부조리가 여자인 우리에게 더욱 가혹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성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짊어지고 가야할 가부장제의 산물’에 너무 기죽지 말라고 말한다. 시련을 가만히 받아들이기보다 싸우고 연대하며 이겨내길 바란다고 청중들을 응원했다.

 

◤벡델 영화상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 손아람/작가

 

강연 중인 손아람 

[▲강연 중인 손아람 ©여성신문]

 

지난 여름 jtbc의 한 예능 프로그램 <말하는 대로>에서 페미니즘 버스킹을 했던 남자로 손아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남자가 이야기하는 페미니즘, 낯설지만 듣는 남성들의 입장에서 거부감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필요하다.

그는 다음 몇 가지 통계자료를 통해 문화예술계에서 여성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자 성별 – PD저널>

남자 334 : 여자 74

<역대 흥행 10순위 영화 주연배우 성별>

남자 38 : 여자 16

 

방송 프로그램, 영화 모두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데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우리나라 영화가 왜 해외에서 큰 실적을 거두지 못하는지에 비유했다. 그는 단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황색인종이 나오는 영화는 어딘가 낯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흥행하는 헐리웃 영화만 봐도 그렇다. 서구 남성들이 치고 박고 싸우는 동안 동양인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나왔다 하더라도 금방 죽어 사라진다. 여기에 우리는 대부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너무 익숙해져서 차별을 차별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강연 중인 손아람 

[▲강연 중인 손아람 ©여성신문]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여성 차별도 그렇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익숙해져서 ‘성평등적 사고’에 대한 압박이 거의 없는 작업환경이기 때문이다.

이에 몇 해 전부터 국가는 인식 재고를 위해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을 성평등 실현에 기여한 문화예술가에게 수여하고 있다. 그런데 손아람은 ‘벡델 영화상’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벡델은 남성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헤아리기 위해 미국의 여성 만화가가 마련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다.

 

<벡델 테스트>

1.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최소 2명 포함할 것.

2.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3. 남성에 대한 것 이외에 다른 대화를 나눌 것.

 

미국의 매년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즈>처럼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여성 무 주연 부문’, ‘최고/최악의 여성인물 부문’, ‘가장 그럴법한 남성인물 부문’ 등을 수상해 내년엔 벡델영화상을 수상하는 불명예를 갖지 않도록 더욱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데 힘쓰도록 하자는 것이다.

 

슬릭의 특별 공연 

[▲슬릭의 특별 공연 ©여성신문]

 

이어 <2017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을 수상한 가수 슬릭의 특별 무대가 이어졌다.

그는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로 페미니즘부터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탄탄하게 풀어내는 랩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현장의 호응도 최고였다.

 

Q&A  

[▲Q&A ©여성신문]

 

마지막으로 청중과의 대화시간이 이어졌다. ‘페미니즘을 알고 난 후의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오지은은 “이런게 바로 전형적인 여자 음악인가?”라고 단속했던 스스로에게서 벗어나 본인의 음악에 더욱 당당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반면 손아람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작가로서 어떻게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지 스스로를 반성하고 좋은 의미의 검열을 할 수 있게 되어 좋다고 했다.

 

연사 전체  

[▲연사 전체 ©여성신문]

 

참 상반된 답변이지만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를 기분 좋게 한다면 올바른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자체가 불편하고 굳이 꺼내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든 꼭 필요한 이야기이며 풀어야할 숙제다.

불편한 이야기,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라며 등을 돌리기보다 마음을 열고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현 시점이다.

 

대학생기자단 노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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