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 어떻게 죽었습니까 또는 죽였습니까 <[젊은연출가전]‘나는 살인자입니다’>
게시일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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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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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당신은 오늘 어떻게 죽었습니까 또는 죽였습니까

<[젊은연출가전]‘나는 살인자입니다’>

 

당신은 오늘당신은 오늘 어떻게 죽었습니까 또는 죽였습니까 [젊은연출가전] '나는 살인자입니다' 어떻게 죽었습니까 또는 죽였습니까  <[젊은연출가전]‘나는 살인자입니다’ /> 

[Ⓒ최다원]

 

“누구 저 아는 사람 없어요?” -‘아는 사람’ 中

 

‘죽음’이란 단어는 언제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당연하게도, 죽음은 ‘어떤 것의 최후’이자 ‘어떤 것과의 이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의미에서부터 사회적 단절, 그리고 세계의 종말까지 다양한 범주에서 죽음은 숙연함을 몰고 온다.

 

 [젊은연출가전]‘나는 살인자입니다’포스터 

[▲ [젊은연출가전]‘나는 살인자입니다’포스터 Ⓒ국립극단]

 

11월 10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선 죽음에 대한 다양한 통찰을 다룬 [젊은연출가전]‘나는 살인자입니다’가 무대에 오른다. [젊은연출가전]은 국립극단의 무대 중 가장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올해 전인철 연출가의 ‘나는 살인자입니다’가 그 열세 번째를 맞이했다.

 

소극장 판의 모습 

[▲ 소극장 판의 모습 Ⓒ최다원]

 

‘나는 살인자입니다’는 일본 ‘쇼트-쇼트’소설의 개척자로 일컬어지는 ‘호시 신이치’의 작품 8개를 바탕으로 한다. ‘쇼트-쇼트’소설이란 단 1,500단어로 이루어진 짧은 단편 소설로, 호시 신이치는 일생동안 무려 1,001편의 작품을 남긴 대가다. 그의 작품은 미스터리, 공상과학, 역사소설, 판타지 등 다양한 형식을 빌려 인간 존재에 내재된 공포의 본질을 탐구한다.

 

전인철 연출가 

[▲ 전인철 연출가 Ⓒ국립극단]

 

이러한 호시 신이치의 작품 ‘생활유지부’ 외 7편이 전인철 연출가의 손을 통해 보다 풍자적으로 다듬어져 무대에 오른다. 이진아 연극평론가에 따르면 그에게 ‘젊은연출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모순적이다. 그는 이제껏 무대 위에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한국적 사실주의를 그려냄으로써, 젊은이라면 실험적이고 새로운 연출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배우와 호흡하고 작가와 공간을 빛나게 한다는 점에서 그의 연출은 분명 신선하다.

 

 ‘장치 한 대’ 속 장치 

[▲ ‘장치 한 대’ 속 장치 Ⓒ국립극단]

 

이번 ‘나는 살인자입니다’에서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살해’당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때문에 ‘내’가 살인의 주체로 상정된 극의 제목이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제목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 연출가는 관람객을 작품 속의 방관자로 편입시킴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그들을 ‘살인’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범인(凡人)으로서의 현대인이, 우리 사회에 닥칠 수 있는 여러 사회 조건 속 비극에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오염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생활유지부’의 공무원들 

[▲ ‘생활유지부’의 공무원들 Ⓒ국립극단]

 

대표적으로 ‘생활유지부’는 체제에 의한 살인을 다룬다. 가까운 미래엔 경쟁과 전쟁의 피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임의적인 인구조절이 이루어지고, 그것을 수행하는 공무원이 있다는 설정이다. 공리주의적 논리에 따른 이 체제는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누군가의 희생 없이는 결코 유지될 수 없다는 메시지가 큰 여운을 남긴다.

 

‘아는 사람’에서 울부짖는 주인공 

[▲ ‘아는 사람’에서 울부짖는 주인공 Ⓒ국립극단]

 

또 ‘아는 사람’은 사회적 단절에 대해 고민케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은둔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세상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불가사의하게도 그녀의 존재를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아는 사람을 찾아 고군분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제 그녀에게 ‘아는 사람’이 돼주겠다고 다가온 이들은 그녀가 ‘모르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 작품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일깨우면서 ‘고립’과 ‘관계 맺기’가 어떠한 맥락에서 진정성을 갖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봐, 나와!’에서 토론중인 시민들  

[▲ ‘이봐, 나와!’에서 토론중인 시민들 Ⓒ국립극단]

 

한편 ‘거울’, ‘이봐, 나와!’, ‘어슴푸레한 별에서’ 등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이기심과 탐욕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어떠한 성찰도 없이 스스로 ‘악마’가 돼버린 부부(‘거울’)와 무지의 존재 위에 우악스럽게 탐욕을 쌓는 인간들(‘이봐, 나와!’), 그리고 지구인의 동반자로 살다가 우주 공간에 버려진 로봇들(‘어슴푸레한 별에서’)은 인간이 과연 선하고 이성적인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이외에 ‘봇코짱’과 ‘우주의 남자들’, ‘장치 한 대’도 사회와 인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다.

 

‘거울’에서 악마를 괴롭히는 부부들 

[▲ ‘거울’에서 악마를 괴롭히는 부부들 Ⓒ국립극단]

 

에피소드 마다 10 ~ 15분 내외의 짧은 호흡으로 진행되며, 동일한 배우들이 순식간에 캐릭터를 바꿔 연기하는 모습은 일편 몰입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분량 속 군더더기 없이 극적인 순간만 살려낸 단편들은 오히려 긴 여운을 남기고, 반복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대인이 마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죽음의 상황들’을 강조하는 효과를 준다. 글자로 읽혀지던 호시 신이치의 소설을 전인철 연출가만의 색을 입혀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든 것이다.

 

배우들의 커튼콜 

[▲ 배우들의 커튼콜 Ⓒ최다원]

 

이 작품은 분명 관객들의 마음 한켠에 찜찜한 기분을 남겨놓는다. 하지만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이것이야 말로 가장 성공적인 결과 아닐까? ‘죽음’을 눈으로 보고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살인하는 나’와 ‘살해당하는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기발한 극. ‘나는 살인자입니다’를 강력 추천한다.

 

대학생기자단 최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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