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책으로 세상을 누리다 - 손책누리&수화대면낭독서비스 -
게시일
2014.06.10.
조회수
5502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3)
담당자
신소영

손과 책으로 세상을 누리다 - 손책누리&수화대면낭독서비스

ⓒ김수현


청각장애인은 귀가 안 들리는 것이지 눈이 안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읽기나 글쓰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쉽게 설명하자면, 영어를 모르는 한국인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영어를 배우기 전에 알파벳은 언어가 아니라 기호일 뿐이다. 알파벳을 볼 수는 있지만 해석할 수는 없으며, 수많은 알파벳의 나열로 이루어진 문장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이처럼 청각장애인들에게 한국어는 알파벳과 다름이 없다. 그들은 문자와 소리를 연결시킬 수 없어 해석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그들에게 ‘손’은 또 다른 입이다. 청각장애인들은 손을 이용한 ‘수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일상을 살아간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를 이용한 독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손과 책으로 세상을 누리다”의 줄임말인 ‘손책누리’와 1대 1로 책을 읽어주는 ‘수화대면낭독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손책누리&수화대면낭독서비스 안내 포스터

손책누리&수화대면낭독서비스 안내 포스터 ⓒ국립장애인도서관

 

손으로 책을 이야기하다. 손책누리


손책누리 수업은 격주로 수요일마다 진행된다. 연령대에 따라 A반과 B반으로 나뉘고, 수화통역사와 청각장애인 통역사가 각자 반을 담당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B반 수강생들

▲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B반 수강생들 ⓒ김수현


이날 B반 수업은 선박사고 시의 유의점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책 내용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들을 알려주는 것도 이 수업의 주된 내용이다.

이날의 본격적인 수업은 책 ‘명의 14인의 365 건강밥상’으로 진행되었다.

 

좌)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 수화통역사 홍경화 선생님,(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

▲ (좌)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 수화통역사 홍경화 선생님,

(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 ⓒ김수현


“아프신 곳은 없으세요?”라는 홍경화 선생님의 수화에 여러 청각장애인 분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저희는 건강해요!” 2시간 동안의 수업 내내 통역사 선생님의 질문에 빠른 손짓으로 대답하고, 직접 학생이 앞에 나와서 발표를 하기도 하면서 수업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청각장애인 통역사 민경주 선생님과 A반 학생들

▲ 청각장애인 통역사 민경주 선생님과 A반 학생들 ⓒ김수현


A반은 B반보다 비교적 어린 연령대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비장애인 통역사가 아닌 청각장애인 통역사 선생님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A반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수화영상도서(수화로 책 내용을 설명하는 영상 자료)’를 사용하여 청각장애인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수화영상도서를 보고 있는 학생들

▲ 수화영상도서를 보고 있는 학생들 ⓒ김수현

 


통역사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다. 수화대면낭독서비스


단체 수업이 아닌 1대 1수업도 있다. 청각장애인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국립장애인도서관에 신청하면, 담당 수화통역사가 수화로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수화대면낭독서비스

▲ 수화대면낭독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김수현

 

수화대면낭독서비스는 사전예약이 필요하며,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5시에 진행된다.

(신청 문의 전화 ☎02-3483-8887)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수화 통역사 민경주, 홍경화 선생님


손책누리와 수화대면낭독서비스의 수화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비장애인 수화통역사 홍경화 선생님과 청각장애인 통역사 민경주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민경주 수화통역사

▲ 민경주 수화통역사 ⓒ김수현


Q.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청각 장애인 분들은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청각이 들리지 않으셔서 문자 인식도 어려우신 상황인가요?

A.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청각을 통해 80%의 정보를 얻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분들은 이 정보를 얻지 못하고 눈으로만 접하니 한계가 많은 거죠. 사실 요즘 교육이 발달해 글을 읽을 수 있는 청각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글에 내포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죠. 한국어는 굉장히 함축적인 의미가 많잖아요. 특히 책은 더 다양한 의미의 언어를 포함하고 있구요.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에게 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렇다면 단순한 독서 프로그램이 아니군요?

A. 그렇죠. 저희는 청각장애인 분들이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하고, 더불어 책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들을 교육하여 더 높은 수준의 공부가 가능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청각장애인들에게 고급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희 손책누리는 단순한 독서 프로그램이 아니라 청각장애인들의 교육의 질을 높여주는데 큰 의의가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홍경화 수화통역사

▲ 홍경화 수화통역사 ⓒ김수현

 

 

Q. 장애인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상대적으로 장애인들은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문체부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나 소속 단체에서 하는 행사에 수화통역사를 배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은 거의 안 오는데 무슨 소용이야?“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행사에 참여하는 한두명의 장애인을 위해서라도, 그들을 위해 많은 것이 준비되었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화통역사를 배치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홍보 영상물이나 자료물에 수화를 배치한다거나 자막을 넣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나도 저런 문화를 영위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취재하는 동안 기자는 잠시나마 그들 속에서 소수가 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모두가 수화로 말을 하는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없어 답답했고, 낯선 환경에 힘들기까지 했다. 이 ‘소수로서의’ 경험을 이들은 매일 겪고 있다.

홍경화 통역사 선생님의 말처럼 작은 것부터 정립해 나가자. 자막이 있는 한국 영화, 수화 안내 서비스가 담긴 홍보 영상물.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더 큰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수현 대학생기자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ilove14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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