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음악인, Gugak을 만나다. 2013 국제국악연수
게시일
2013.07.24.
조회수
6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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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해외 음악인, Gugak을 만나다. 2013 국제국악연수

 

 

 

국악의 세계화. 참 많이 들어온 말이지만, 과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는 것인지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팝송, 판소리와 현대 악기의 조화 같은 콜라보레이션 혹은 퓨전이 국악의 세계화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막연하고 일반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국립국악원의 <2013 국제국악연수>를 다녀왔다.

 

 

 

 

  국립국악원에서 12일 간 진행된 국제국악연수

▲국립국악원에서 12일 간 진행된 국제국악연수 ⓒ오선민

 

 

10개국의 음악 전문가 16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주세페 베르디 음악원 작곡과 교수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음악인들이었다. 국제국악연수(International Gugak Workshop)는 국악의 세계화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해외 국악 연구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국립국악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국악의 세계화에 기여하기 위해 2001년부터 올 해까지 13년간 8회째 이어온 사업으로 지금까지 총 27개국의 123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국악 이론 강좌뿐 아니라 실기 교육과 공연 관람, 문화 탐방으로 다채롭게 구성됐다.

 

 

 

덩, 덕, 쿵. 처음 만난 한국 음악

 

참가자들은 오전에는 한국 음악 개괄, 민속악, 종교음악, 한국 음악의 철학 등에 대한 이론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전통 악기들과 판소리를 배워보는 실습 시간을 가졌다. 국제국악연수가 한창 진행 중인 국립국악원의 실기 강의 현장을 찾았다.

 

 

 

 

장구 수업

▲장구 수업 ⓒ오선민

 

 

장구 수업을 맡은 김동원 교수님은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swing”, “bounce” 등의 단어로 국악의 장단을 설명했다. (오히려 한국인인 내가 참가자들보다 더 새롭고 신선한 배움이었을 지도 모른다.) 참가자들은 박수로 박자를 배우고, 교수님의 소리를 따라하며 장구를 쳤다. (중, 고등학교 때 배웠던 장구 가락 “덩”, “덕”, “쿵”을 외국인들이 흥에 겨워 부르고 이를 리듬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낯선 광경이었다.) 교수님은 무엇보다도 한국 음악에 담긴 역사와 배경에 대한 설명을 놓치지 않았다. 참가자들 역시 반짝이는 눈빛으로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고, 열정적으로 교수님께 질문했다.

 

 

 

 

 

박자를 느끼기 위해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참가자들

▲박자를 느끼기 위해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참가자들 ⓒ오선민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가자들이 모두 일어나 교수님의 장구 가락에 맞춰 박수를 치고 춤을 추는 것이었다. 이는 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수박치기’라 한다. 우리 장단을 온몸으로 느껴야 비로소 나올 수 있는 움직임을 외국인들이 표현하고 있었다.

 

 

 

interview

 

 

김동원 교수

▲김동원 교수 ⓒ오선민

 

 

 

Q. 연수 기간 동안 강의하신 내용이 무엇인가요.

A. 제가 여섯 번에 걸쳐서 강의를 했는데요. 다섯 번은 장구를 통해서 한국 전통 리듬의 특성을 이야기했고. 마지막 하나는 한국 음악에 담긴 철학을 강의했어요. 철학적으로 한국 음악에 접근해서 한국 음악은 왜 이럴까. 한국 악기는 왜 이런 것을 쓸까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Q. 장구 강의를 5번에 걸쳐 하셨는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참가자들이 배우게 된 건가요.

A.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장단을 잘 치려면 장단을 잘 타야 된다.’ 장단의 리듬을 배우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리듬이 얹히는 (영어로 하면) 그루브을 알아야 된다는 것이죠. 장단의 느낌을 배우기 위해 춤을 췄어요. ‘장단 밟기’라는 과정인데, 이를 통해 기초적인 테크닉을 터득하고 ‘풍물 굿’이라고 하는 사물놀이 리듬을 배웠어요. 그 다음에 다른 지역에 있는 풍물 장단도 배우고 무속 장단이 가지고 있는 혼합 박자도 배웠습니다. 수업에서 손뼉치고 노는 것 보셨죠? 무형문화재 11-마 호로 ‘호남좌도 필봉농악’에서 밤새도록 하는 판 굿이 있는데 그 중에서 ‘수박치기’, 손으로 박자를 친다는 뜻이에요. 리듬에 맞춰서 손으로 박자를 치면서 노는 놀이를 통해 리듬과 동작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가르쳤습니다.

 

 

 

 

택견을 설명하는 김동원 교수

▲택견을 설명하는 김동원 교수. 택견의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박자는 국악의 리듬과 닮아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민족의 ‘흥’은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오선민

 

 

 

Q. 국제국악연수에 강의자로 참여하시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장단이라는 게 있어야 춤도 있고 노래도 있고 음악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전통 장단의 특성을 가르쳐 드리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분들이 그것을 통해 재밌어 하셨던 것 같아요. 리듬이라든가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셔서 보람이 됐죠.

 

Q. 국악의 세계화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국악의 세계화’ 어떻게 이룰 수 있다고 보시나요.

A. 국악의 세계화는 아직 실천되지 않았어요. 한국 전통 음악이 어떻게 작동되는 것인가 그리고 그 작동하는 방식이 다른 나라의 음악과 어떤 것이 같으며 어떤 것이 다른가를 연주자들이나 한국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잘 알아야 해요. 지금은 시대가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시대에요. 퓨전은 당연히 대세에요. 근데 전통음악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대한 본질을 잘 알고 퓨전을 시도해야 진정한 세계화가 되지, 그렇지 않고 표피적으로만 만난다면 별 의미 없어요. 그런 걸로는 서양 사람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하죠. 오히려 그런 건 한국 사람들이 재밌어하죠. ‘재즈가 우리나라 선율을 연주하네. 가야금이 피아노랑 같이 연주하네.’ 하면서요. 해체를 할 줄 알아야 해요. 해체를 하려면 전통음악이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야 하고 원리를 알고 제대로 한국 음악을 해체해 내면 전통음악의 겉모습, 형식, 구조 이런 것들이 깨졌다 할지라도 새로운 세계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그 한국의 DNA는 살아 있어요. 새로운 창조는 DNA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거예요. 그건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죠. 진정한 창조는 문화와 문화가 DNA 레벨에서 해체돼서 그 원형질이 만났을 때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해요.

 

 

 

 

 

  가야금 수업. 바닥에 앉아 있는 것 자체도 불편할 외국인 참가자들이 열심히 가야금을 뜯고 있다.

▲가야금 수업. 바닥에 앉아 있는 것 자체도 불편할 외국인 참가자들이 열심히 가야금을 뜯고 있다.

ⓒ오선민

 

 

 

장구 외에도 가야금, 해금, 단소 등의 전통 악기들을 연주하고, 판소리를 배워보는 등의 실기 강의가 연수 동안 이어졌다. 강의자들의 연주와 소리를 녹음하거나 녹화해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 국악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국악의 감동, 16인의 연주 발표회에서 피어나다

 

12일 간의 연수를 마치고 마지막 날에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연주 발표회와 수료식을 가졌다. 짧은 연수 기간, 그 중에서도 짧은 실습수업이었기에 참가자들의 전통 악기 연주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다. 수 년 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우리 전통 악기를 배웠지만 단소의 소리를 제대로 내고, 장구 장단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그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가. 심지어 태평소나 가야금은 쉽게 다룰 수 없는 악기로 여겨왔다.

 

 

 

수준급의 단소 연주

▲수준급의 단소 연주. 미국,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온 세 명의 참가자가 아리랑을 연주했다. 독주와 합주가 어우러진 무대였다. 이번 연수에서 단소를 배우는 시간은 4시간뿐이었다고 한다. ⓒ오선민

 

 

 

 

 

태평소와 피리 연주

▲태평소와 피리 연주. 태평소로 풍년가를 연주하는 참가자. 뉴욕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 참가자는 태평소 연주를 위해 한국에서 직접 단원을 섭외해 악기를 배우는 열정을 보였다. ⓒ오선민

 

 

 

 

 

해금과 가야금 연주

▲해금과 가야금 연주. ⓒ오선민

 

 

 

 

모두가 함께한 장구 연주

▲모두가 함께한 장구 연주. 김동원 교수님의 지도 아래 모든 참가자들이 장구채를 들었다. 중간 중간 어설프지만 신나는 추임새가 인상적이었다. ⓒ오선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놀라웠다. 그들의 발표회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놀람을 금치 못했다. 우리 악기를 누구보다 진지한 자세로 정성스레 연주하는 그들을 보며 경이로움을 넘어선 감동을 느꼈다. 수업 시간 외에도 전통 악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참가자들의 개인적인 노력들이 빛났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겠다.

 

 

 

interview

 

 

 

참가자 Great lekakul(태국)

▲참가자 Great lekakul(태국) ⓒ오선민

 

 

Q. 국제국악연수에 어떻게 참여하시게 된 건가요.

A. 저는 세계의 음악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아요. 한국 음악도 제가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에요. 한국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4년에 Korea Asian Traditional Music Festa에 태국 대표로 참여하게 되면서 부터에요. 그 당시 접했던 한국 음악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전통 음악을 연구하고 있지만 한국 음악은 그 중에서도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 담겨 있는 철학이죠.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바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까지 담겨 있는 그런 음악인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국악을 더 알고 싶어서 연수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기 전에 국악에 대해 듣거나 배운 적이 있었나요.

A. 아니요. 태국에도 서양 음악이 더 많았어요. 또 한국 음악이라 해도 Kpop을 접하는 게 더 흔하죠. 그런데 전통 음악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국악에는 Kpop 그 이상으로 철학과 사유가 있는 것 같아요.

 

Q.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모든 수업이요. (웃음) 하나만 꼽기 어렵지만 전 김동원 교수님이 가장 좋았어요. 물론 교수님께서 영어도 잘하시고요. 전 교수님의 가르치는 스타일이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장구의 장단을 기억해야 할 때 반복과 반복을 통해 잘 가르쳐주셨어요. 그래서 리듬과 장단을 학생들이 모두 잘 따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죠.

 

 

 

 

interview

 

 

 

참가자 Matthew Narp Allen(미국)

▲참가자 Matthew Narp Allen(미국) ⓒ오선민

 

 

Q. 어떻게 국제국악연수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A.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인도 음악을 공부해왔어요. 그런데 한국 음악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죠. 동양 음악에 대해 기본적으로 관심이 많았어요. 이번 국제국악연수는 또 다른 동양의 음악과 문화를 공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이번 국제국악연수에 대한 인상이 어떠셨나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A. 무엇보다도 강의자들이 뛰어났습니다. 멋진 음악가들이었고요. 학구적이고 통찰력이 있었으며 음악에 정통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연수 자체는 피곤한 일정이었던 건 맞아요. (웃음) 매일 아침에도 몇 시간씩 수업이 있고, 또 매일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이어진 힘든 일정이었죠. 그런데 각 세션들의 퀄리티가 높았고, 또 강의와 실습의 균형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매 오후엔 장구나 가야금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좋았어요. 그리고 국악이 얼마나 표현력이 풍부한(감정이 풍부한) 음악인지를 알게 됐어요. 제가 여기 오기 전에는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죠. 그냥 음악을 듣는 데 지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강의와 실습을 통해 비로소 산조가 얼마나 감정이 풍부한 음악인지 느꼈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국 음악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어요.

 

Q. 국악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한 마디로 “깊다”라는 것이에요. 그 기원과 역사가 굉장히 깊다고 생각합니다. 음악가로서 국악의 역사와 철학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국악을 공부하는 것은 때로는 복잡하고 때로는 도전적이었죠. 바로 이런 점이 국악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료식 현장

▲수료식 현장 ⓒ오선민

 

 

참가자들은 다양한 음악적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음악가들이었다. 그들이 국악 연수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국악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도 다양했다. 하지만 공통적인 건 국악에 대해 어떤 한국인보다도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국악의 세계화를 위하여

 

새롭고 낯선 광경이었다. 우리 가락을 외국인들이 즐기고 그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고 자연스레 박자를 맞춘다는 것. Kpop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국제국악연수를 통해 Gugak 역시 Kpop 못 지 않은 사랑을 받을 수 있겠다는 신나는 상상을 하게 됐다.

 

김동원 교수는 한국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제국악연수에서는 단순히 국악의 흥겨운 가락만을 외국인들에게 전한 것이 아니다. 국악의 본질, 그 안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우리의 역사, 문화를 전했다. 참가자들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느꼈기에 진정으로 국악을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국악의 세계화는 비로소 여기서 비롯되지 않을까. 신기한 볼거리, 들을 거리에 대한 일회적인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국악에 대한 사랑은 우리 문화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참가자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다가갔다. 그런데 한국인인 내게 오히려 국악과 한국 음악에 대한 많은 질문이 역으로 쏟아졌다. 답하기 어려웠다. ‘국악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나는 과연 국악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국악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내가 가진 것 보다 더 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웠다. 국악의 세계화는 우리 문화를 아끼고, 우리 음악에 담긴 이야기를 충분히 느끼려는 마음을 우리 스스로가 가질 때 진정 피어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오선민 대학생기자 이화여자대학교 방송영상학과 mok_so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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