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보다 푸른 청춘들이 희망을 꿈꾸는 곳, <인디고 서원>
게시일
2013.07.01.
조회수
6765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2-3704-9044)
담당자
김연주

 

쪽빛보다 푸른 청춘들이 희망을 꿈꾸는 곳, <인디고 서원>

 

 

청출어람(靑出於藍). 쪽에서 난 빛이 쪽보다 푸르다는 이 사자성어는, 흔히 스승보다 훌륭한 제자를 비유하는 말이다.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인디고 서원’에는 바로 이 쪽빛을 닮은 젊은이들이 모여 인문학을 만지고 음유하며 견고한 세상 속으로 그들의 무늬를 새기고 있었다. 그들이 새겨 놓은 무늬를 따라 완성된 지도는 어떤 모양일까.

 

 

 

청년들의 꿈의 진원지, 인디고 서원

 

 

  인디고 서원의 내부

▲인디고 서원의 내부, 생태환경에 대한 철학이 묻어있는 공간이다. Ⓒ문향진

 

 

푸른빛을 띠는 녹회색의 벽돌로 지어진 인디고 서원은 외관에서부터 자신의 이름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생태 건물에 대한 철학으로 서원의 내부에는 에어컨도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인위적인 찬 공기가 아닌, 살아있는 자연 식물들이 내뿜는 미지근한 숨이었다. 2004년 청소년을 위한 인문도서를 파는 서점으로 처음 문을 연 인디고 서원은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잃어버린 자유와 희망을 심어주는 것,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자신의 영혼을 마음껏 표현하고, 자신의 꿈을 당당히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자 하는 것’을 의의로 표방하고 있다. 서원의 설립자인 허아람 대표는 ‘아람샘’이라는 인문학 수업을 통해, 청소년들과 소통하며 함께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들은 서원에서 진행되는 여러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로 구체화되고 있다. 수업에서 이야기되는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문교양잡지 < INDIGO+ing >에는 바로 그 꿈들이 저마다의 무늬를 내며 지층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다.

 

 

 

청소년이 만드는 인문교양잡지 < INDIGO+ing >

 

< INDIGO+ing >은(이하 인디고잉) 인디고 서원에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이 만드는 인문 교양 잡지이다. 청소년에게 읽히기 위해 만들어진 여타의 잡지들과는 달리, <인디고잉>은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기사를 쓰고 편집에 참여하여 완성하는 잡지이다. ‘꿈꾸지 않는 자는 청년이 아니다’ ‘세계와 소통하다’ ‘더불어 실천하다’ ‘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등 목차의 담긴 주제의식은 본질적인 질문을 향한 그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내용 구성 역시 청소년들이 직접 읽고 느낀 사유를 담은 정직한 문장들로 촘촘하다.

 

 

 

인디고잉 청년편집팀(이윤영,이혜진,고민경,김윤이,김상원,윤한결,이다빈,김은비,최진하)

(이윤영,이혜진,고민경,김윤이,김상원,윤한결,이다빈,김은비,최진하)

▲<인디고잉>의 청년 편집팀과 청소년 기자들 Ⓒ문향진

 

 

 

[편집팀 인터뷰]

- 청년편집진 : 이윤영(편집장) 이혜진(21) 고민경(20) 김윤이(21) 김상원(21) 윤한결(25)

- 청소년기자 : 이다빈(18) 김은비(16) 최진하(18)

 

Q.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잡지는 특정한 독자를 대상으로 만드는 것인가요?

A. 윤영 : 저희 <인디고잉>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이지 청소년들만 읽는 교양 잡지는 아니에요.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인문 교양지라고 했을 때 청소년들이 읽는 독서평설 정도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하는 글들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읽어보면 그런 글들은 아니거든요. 청소년들이 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표현되어 있는 매체입니다.

 

상원 :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나 문제의식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잡지를 보는 독자층은 다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학생이 읽고 쓰고 이런 식으로만 진행되면 어떤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낼 때, 그 목소리는 학부모나 교사나 교육의 또 다른 주체들이 들어야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다루는 문제의식 같은 것들은 이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인디고잉>의 내용을 구성하는 청소년들은 누구인가요?

A. 윤영 : 인디고 서원에서 진행하는 인문학 수업이 있어요. 인문학 수업을 듣는 전체 아이들이 참여를 하고 있고, 그 중에서 기자단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6개월 이상 들었던 친구들만 <인디고잉>에 기자단으로 참여할 수 있는데요. 이 친구들이 다른 친구들의 글을 편집하거나, 기획도 하고 글도 쓰면서 내용을 채워 넣고 있고, 청년 편집진들은 그것들을 갈무리 하거나 같이 글을 쓰고 있죠. 기본적으로는 청소년들이 글을 쓰고, 청년들이 도와주고, 좋은 어른 분들에게 글을 기고 받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진하 : 저희(청소년 기자)가 질문이나 문제의식 같은 것을 인문학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에게 제시해요. 그럼 친구들이 그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주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Q. 구성이나 기획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A. 상원 : 기획 회의는 지난 호 리뷰도 보고, 수업시간에 읽었던 책들을 검토하면서 2-3차례 정도 전체가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호에서 우리가 놓친 지점들은 무엇이었는지, 이번호에선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지와 우리가 읽고 있는 책들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를 점검 하고요. 그런 것들을 목차로 어떻게 세울 것인지, 어떤 책에서 이야기를 뽑고 질문을 던질 것인지를 회의를 통해서 정합니다. 그래서 정해진 큰 뼈대에 청소년들이 책을 다시 읽는다거나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 주제와 연결을 시켜서 이런 구성으로 기사를 써보겠다는 기획을 냅니다. 그런 것들을 기사로 쓰고 수정을 거쳐 나오고 있습니다.

 

 

 

Q. <인디고잉>의 글을 넣고 싶거나,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열려있는 기회가 있나요?

A. 혜진 : ‘쫓빛글씨’와 ‘우리들의 순간’이라는 두 곳에서 청소년의 기고글을 받고 있어요. 쪽빛글씨는 아이들이 문학적 감수성으로 <인디고잉>에 기고를 하는 코너인데요. 글을 받아서 다 싣게 되는 것은 아니고, 기자단과 논의를 해서 어떤 글이 이번 달의 주제와 논의에 맞을 수 있는가를 생각해서 싣고 있고요. 우리들의 순간은 우리 일상 순간에서 마주치는 사진들과 함께 간단한 글을 받고 있습니다.

 

민경 : 그 외에도 인디고 서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R통신 S통신이라는 곳에서도 참여할 수 있어요. 저희가 올리는 핵심문제의식에 대해 그 아래 댓글을 달아 참여하면 그 댓글을 실을 수 있는데요. 인문학 수업을 하는 것에서 주제를 발견하고 매체를 끌어 와야 하기 때문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의식을 만들어 가지만, 인디고 서원의 학생들만 참여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홈페이지에 다른 학생들도 참여가 가능한 곳이 많이 열려있습니다.

 

 

인디고잉의 내부 책들

▲ <인디고잉>의 내부, 청소년들의 다양한 생각과 감수성을 만날 수 있다. Ⓒ문향진

 

 

Q. 목차 중에 ‘세계와 소통하다’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R통신에서 S통신 그리고 사서함B612호까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의미를 점점 확장하면서 심화하는 것 같았거든요.

A. 혜진 : ‘세계와 소통하다’는 매 호마다 가장 핵심적으로 잡고 있는 문제의식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부분이에요. 예를 들자면 이번 호 주제는 ‘한번 뿐인 젊음을 어찌할 것인가’에요. 거기에 대해서 R통신에서는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담고요. S통신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가, 조금 더 실천적으로 논의를 확장합니다. 우리 삶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함께 고민 하는 거죠. 사서함은 외부 기고를 받는 코너라서 청소년들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들을 좀 더 심화할 수 있는 다른 분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Q. <인디고잉>에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기고 글도 볼 수 있는데요. 글을 실어주시는 분들은 어떻게 선정하게 되나요?

A. 윤영 : <인디고잉>이 3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데, 그 기간 동안 들어가는 책이 기본적으로 20권정도 되요. 그 책의 저자들이 1순위고요. 저자 분들에게 책을 읽고 저희가 이런 얘기를 했는데, 보충해서 더 하고 싶은 말씀은 없는지를 여쭤봅니다. 주제와 연결해서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 분도 찾는데요. 신문기사를 검토하거나 다른 잡지들이나, 방송, 언론, 영화들도 보면서 이분과는 이번에 꼭 실었으면 좋겠다하면 청탁을 부탁드립니다.

 

 

 

Q. <인디고잉> 한 권에 담긴 책의 양이 상당한데요. 기획을 하거나, 글을 쓰기 위해서 읽어야 하는 책은 어떻게 선정하나요? 이 책들을 다 보기에 시간이 부족하진 않나요.

A. 윤영 : 기본적으로 인문학 수업에서 <인디고잉>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1주일에 한 권 이상은 읽고요. 기본 적으로 한 달에 4-5권은 읽게 되죠. 책은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 6개의 영역을 골고루 읽는데요. 책을 선정하는 것은 25년 동안 인문학 수업을 하고 계신 인디고 서원의 허아람 대표님이 하고 있습니다.

 

상원 : 사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면 마음의 부담이 생각보다 커요.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서 읽으면(책마다 다를 수 있지만) 웬만한 책들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금방 읽을 수 있어요. 시간이 안 난다기 보다 안 내는 것이 맞지 않나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듭니다. 특히 고등학생 보다 대학생이 됐을 때 여유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 더 쉬운 것 같고, 고등학생들이 어려울 것 같아요.

 

윤영 : 역설적으로 저는 고등학생 때가 제일 책을 많이 읽었던 시기였어요. 현대인들이 바쁘다고 하는 것, 중고등학생들이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본인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책을 굉장히 읽기 싫어하는 학생이었고, 지금도 책을 잘 못 읽어요. 저는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현장에 나가서 뭘 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데요. 제가 인디고 서원에 와서는 책을 읽으면서 환희나 기쁨을 알게 되고는 잘 못 읽지만 읽고 싶었어요. 시간을 2배 3배 투자해가면서요. 그런 욕심이 있으면 하게 되죠. TV, 컴퓨터 시간을 줄이고의 문제라기보다 필요성만 알고 있다면 자발적으로 읽게 됩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는)필요성이나 기쁨이나 환희를 경험 할 기회가 많이 없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 것 같고요.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 것 같아요. 어떤 것이 가치 있느냐 가치매김의 문제지 시간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인디고 서원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현장 모습

▲인디고 서원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현장 모습 Ⓒ문향진

 

 

 

꿈꾸는 청소년들의 소통의 장 <정.세.청.세>

 

정세청세는 ‘의로운 상을 꿈꾸는 소년 계와 소통하다’의 줄임말이다. 현재 20개의 지역에서 진행되는 이 토론행사는 청소년들이 한 곳에 모여 그들을 둘러싼 삶의 문제를 바라보고, 실천을 함께 고민해보는 진지한 소통의 장이다. 토론장에서 영상을 같이 본 후 청소년들은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한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경쟁적으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삶의 문제를 바라보는 가치관과 감수성이 모두 다른 개개인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그들만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른 공간에서는 무용(無用)하다고 여겨지며 뒤로 물러났던 ‘말(言)’들이 이곳에선 주인이 된다. 갇혀있던 말들을 풀어놓으니 자연스레 사유도 넓어진다.

 

 

 

“정세청세에서는 의견을 잘 표현하지 않았던 친구들도 경쟁과 대립이 아니라 배려와 치열함이 담긴 진정한 소통을 통해 상대방에게 내 목소리가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어요. 공부를 잘하는 소위 엘리트 친구들이라도 귀 기울이는 법, 상대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나가고, 신념과 가치 없이 맹목적인 학업성적, 대학을 위해 사는 친구들 역시도 이곳을 통해 무엇이 좋은 삶인지 꿈꾸는 기회를 갖고, 공동의 삶을 고민할 수 있으니까요.”(고민경)

 

 

 

Q. ‘정세청세’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던지는 질문들에 핵심적인 실천의 장인 것 같아요. 전국적인 장으로 확대되었는데, 그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A. 민경 : 부산에서 처음 시작한 행사였는데요. 참여자들이 여러 지역에서 왔었어요. 참여 후에 자기 지역에서도 이런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요. 청소년들이 모여서 소통하는 장인만큼 (늘어가는 것이)그 목적도 부합했고 수요가 많아지면서 각 지역별로 점차 넓혀가게 되었습니다. 2007년에는 부산에서만 했지만 7년째인 올해는 20개 지역에서 하고 있습니다. 인디고 서원에서 논의되는 문제의식이나 이런 것들을 더 잘 전달하고 원할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총괄 기획팀이 각 지역에 파견을 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요.

 

혜진 : 제가 처음 정세청세를 갔던 것이 고1때였어요. 조별로 토론을 하는데 인천에서 오로지 정세청세를 하기 위해 KTX를 타고 내려온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랑 토론을 하고 너무 즐거웠어요. 정세청세에서만 나눌 수 있는 얘기가 있거든요. 그 친구들도 그걸 바라보고 부산까지 오는 거에요. 다음해에 보니까 이 친구들이 인천에 정세청세를 만들기 위해서 장소도 직접 대관하러 다니고 기획팀도 모집하고 홍보도 직접 발로 뛰면서 하더라고요.

 

 

 

Q. 그럼 정세청세는 각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인가요?

A. 혜진 : 해마다 새로 신청을 받아요. 그러면 토론을 진행 할 장소가 있는지, (지역)기획팀은 어느 정도 모집이 될 수 있는지, 지역 청소년들은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요. 신청서를 받아서 총괄 기획팀이 직접 가서 어떤 상황인지 보기도 해요. 처음에 지역에서 기획을 할 때는 행사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고 이 문제를 참가자들과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총괄기획팀이 도움을 주는데요. 실무적인 것이나 예산운영 등도 조언을 하고, 문제의식에도 어려워하는 지점이 있다면 같이 해결하려고 합니다.

 

 

 

Q. 청소년 기자들도 정세청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A. 은비 : 조별로 이야기를 하고, 조장님이 문제를 제기하면 같이 이야기를 하는데요. 정세청세 안에서는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난 요즘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라고 하면 ‘네가 뭔데 그런 얘기를 해’라는 시선이 있어요. 그런데 정세청세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진지하게 내 의견을 열심히 얘기해도 다들 수긍해주고 조금 이상한 것은 그건 아닌데, 혹은 난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이야기를 해주죠. 학교나 마을에서 정말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요. 그래서 토론을 하고 나면 뿌듯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재밌어요.

 

진하 : ‘인디고 유스북페어’ 프로그램 안에 정세청세가 있어요. 그 때는 외부 초청자들 중에 한 분과 함께 조를 이뤄서 얘기했었는데요. 다른 친구들 생각을 듣고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다빈 : 학교에선 친구들이 무슨 책 읽고 있냐고 물어보면, 이런 책 읽는다고 하면 이런 거 왜 읽어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때 제가 읽고 있던 책이 <지구를 구하려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라>였는데 이렇게 어두운 것 좀 읽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또 이런 부분은 잘못됐다고 말하면 그런 말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죠.

 

윤영 : 텍스트를 읽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인문학적 가치를 청소년과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정세청세라는 청소년 토론행사입니다. 정세청세에 와서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뭔가 깨어있고 특별한 친구들이라서 오는 것이 아니에요. 공간이 주는 힘이거든요. 학교에선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침묵하게 만드는 것인데요. 그런 것들을 깨고 울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인디고 유스 북페어, 정세청세

▲인디고 유스 북페어, 정세청세 Ⓒ인디고 서원

 

 

Q. ‘인디고 유스북페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윤영 : 전 세계에 우리와 같이 창조적인 열정으로 새롭게 희망의 근거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가능성을 발견한, 동시대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인문지도를 그려내고자 시작한 것이 ‘인디고유스북페어’인데요. 세계 곳곳에 있는 학자들, 실천가들을 직접 만나서 이론과 실천을 다리 놓는 역할을 하고자 했습니다. 책을 매개로 전 세계를 여행하고 그것을 다시 한 번 기획으로 탄생시키고 있어요. 2년에 한 번 진행을 하는데, 페어는 무료로 참석할 수 있지만 반드시 책을 3권 이상 읽으셔야 되요. 왜냐면 단순히 행사를 소비하는 형태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정한 것입니다. 아 이사람 유명하지, 이 저자 만나고 싶었어-하고 즐기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나도 기획에 참여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소중한 시간을 내준 타인과 함께 만났을 때 새로운 게 태어나야 하는 거죠. 이것은 페어의 참석 전에 미리 요청을 하고 있는 부분인데, 많은 분들이 따라주셔서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Q. 작년(2012년)에는 지난 페어들과 달리 외국에 명사를 초청하기보다 직접 참여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던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A. 윤영 : 2008, 2010년에는 기업에서 후원금을 받아 진행을 했어요. 감사하게도 지역에 아무 대가없이 저희들의 가능성의 투자를 해주신 분이 계신데요. 안타깝게도 2012년부터 지원이 불가능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2012년도엔 저희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게 되어서 세계에 많은 분들을 초청하진 못했고요. 그동안의 가지고 있던 정보나 콘텐츠들이 많아서 그것들을 잘 활용해서 진행을 했습니다. 그것을 기점으로 저희가 기업체나 개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풀뿌리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그 힘으로 동력을 이끌어 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공익법인 정세청세로 법인체를 만들었고, 이 안에 인디고 유스북페어와 정세청세 행사가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원들 단체

▲단체 사진 Ⓒ문향진

 

 

[청소년 기자 인터뷰]

Q. 친구들에게 ‘인디고 서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나요? 어떤 반응인지 궁금하네요.

A. 은비 : 우리는 책을 읽고 이렇게 얘기를 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되게 신기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인디고잉>을 보여주면 흥미로워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내가 읽기엔 어려운 것 같아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또 내가 어차피 이 교육제도 안에서 대학에 갈 때까지 바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굳이 글을 써서 비판하려 하냐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그래서 뭔가 같이 이야기 하고 싶어도 그 친구들한테는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변함이 없을 것 같아서 약간 기가 빠지고 그럴 때가 있어요.

 

진하 : 고등학생이니까 아무래도 입시에 신경을 쓰는 친구들이 많아요. <인디고잉> 보여주면서 얘기를 하면 시간이 없어서 못 읽겠다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제가 기자를 하고 있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제일 먼저 하는 말이 ‘그거 대학 가는데 도움은 되냐’ 이런 반응이에요. 대학 갈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같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고 그래서 전달을 하는 건데.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니까 조금 다른 쪽으로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Q. ‘인디고 서원’에 와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A. 진하 : 책을 읽고 처음에 글을 쓸 때는 내용을 요약하는 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글을 썼는데요. 수업에서 배운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정보나 지식이 생기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니까 내용에 대해서 보다 제 생각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다빈 : 저 같은 경우는 서원에서 공부하면서 글 쓰는 능력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예전에는 사건이 일어나면 피상적으로 봤다면 인문학을 공부하면서는 점점 사건에 이면에 대한 것을 보게 되면서 깊이 사고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렇게 생각한 것을 글을 쓰게 된 거지 글 쓰는 능력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Q. 자기 글을 출판되어 나온 매거진으로 볼 때 기분이 어때요?

A. 은비 : 처음엔 되게 신기했어요. 컴퓨터로 혼자 쓴 것을 보면서 잘 썼다고 뿌듯해하고 그랬어요.(웃음) 그런데 책으로 나와서 다른 선배들이랑 비교해보니까, 양도 적고 내용도 이상하고 그래서 너무 부끄러운 거에요. 담고 있는 내용도 없는 것 같고. 그때부턴 내 생각을 적어야겠구나 하면서 좀 더 깊은 생각을 하려고 하고, 다음부턴 더 열심히 썼는데요. 그러고 나니 부끄럽기도 했지만 뿌듯함이 생겼어요.

 

 

 

Q. 인문학은 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A. 진하 : 학교 친구나 선생님들한테 인디고 서원에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대단하다’ 이런 반응을 보여요. 그런데 인문학이라는 것은 대단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말이 주는 약간 (경직된)느낌이 있지만,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공부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인문학은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에서 불의가 일어날 때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일 수도 있고, 개인과 개인사이 나와 나 사이의 갈등도 풀어나가는 방법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모두들 갈등이 있으니까 그런 걸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인문학을 공부해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진실을 말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는가.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문이 언제나 하나였기 때문은 아닐까.ㅡ윤한결

 

 

 

Q. 학교에서는 왜 자유롭게 말을 하는 것이 어려울까요.

A. 진하 : 학교에서는 말 할 기회가 없는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올라오면 입시 문제가 있기도 하고 다른 자기 내적 고민이 있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질문을 잘 안 던지거든요. 그냥 이게 답이다, 외우라고 하니까. 자기 생각을 말 할 기회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게 계속 익숙 해지다보니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고, 속으로 생각만 하고 그 말을 밖으로 표현을 못하는 거죠.

 

효진 : 학교에선 답이 있을 것 같다는 부담이 있어요. 인디고에서는 어떤 질문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데, 학교에서 하는 질문에는 항상 답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좀 (틀리는 것이)두렵고 거부감이 들어요.

 

진하 : 정세청세에서는 각자 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하는 얘기들을 자연스럽게 해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정해진 답이 없으니까 서로 얘기를 많이 하게 되죠. 그래서 정세청세가 자기 생각을 많이 표현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Q. 여러분이 생각하는 인문학은 무엇인가요.

A. 진하 :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갈등에도 소통이 필요한 건데, 인문학은 사람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같아요. 내가 살아가면서 어떻게 사람과 이야기하고 웃고 갈등을 해결하고 하는 것들. 하루를 어떻게 더 좋게, 가치 있게 보내느냐를 배우는 것이죠. 인문학을 거창하게 생각해서 그렇지 알고 보면 쉬는 시간에 이거 어떻게 생각하냐 가볍게 질문 던져서 정치 얘기든 진지한 얘기든 무슨 얘기를 하면 답을 하잖아요, 그것 자체도 인문학이에요. 책만 읽는다, 어렵다, 그런 편견만 없어지면 좋겠어요.

 

다빈 :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人(인)자에 사이間(간)자를 쓰잖아요. 인간이라는 것은 사람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관계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살면 갈등도 없고 그럼 소통 할 필요도 없겠죠. 나 혼자 산다면 인문학은 필요하지 않을 거에요.

 

진하 : 같이 살아야하니까요. 혼자서 살 수 없잖아요.

 

 

 

Q. 서원에서 제일 좋은 것이 있다면 자랑 해주세요!

A. 다빈 : 사소한 것인데요. 학교에서는 친구를 사귈 때 이 사람을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근데 인디고 서원에 오면 각자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니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구나-를 점점 알아가는 것 같아요. 생각 자체가 그 사람의 일부인 거잖아요.

 

진하 : 새 학기가 되면 친구를 사귈 때 장난치면서 사귀니까 진지한 얘기를 잘 안하잖아요. 친한 친구라고하면 제일 진지한 얘기를 많이 하는 친구를 친하다고 하고요. 여기 오면 다 자기 생각 얘기하고 진지한 얘기를 하기 때문에 좀 더 사람관계에 있어서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꼭 인디고 서원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다른 곳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집단이 있으면 거기서도 친밀한 인간관계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빈 : 오래 같이 한 친구들의 페이퍼를 읽어보면 아, 전엔 이런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가 보여요. 그래서 알아 간다는 것이 느껴져요.

 

효진 : 근데 꼭 누구와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나 자신한테도 좋아요. 수업을 하루 못 듣는 날이 생기면, 나중에 다른 친구가 필기한 노트를 보고 너무 아쉬워요. 내가 이걸 들었어야 하는데. 이 기회를 놓치다니, 그런 생각을 하죠. 수업에서 전혀 관심 없었던 분야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면 많은 걸 알게 돼요. 아 그런 것도 있구나가 아니라 좀 더 실천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고요.

다빈 : 아까 말했듯이 이

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멋진 것도 아니고 아주 평범한 거에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당연한 것이 대단한 세상이 되었다. 아무도 당연한 것을 선택하지 않으면서부터, 당연한 것을 선택하는 사람은 대단해졌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삶이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질문하기를 그쳤고, 가장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순서대로 잊었다. 우리가 마땅히 스스로 질문해야하는 공간을 차지한 것은 미디어에서 제안해주는 취향과 기호들이다. 이미 누군가 선택하고 정리해 놓은 정보에 동의만 하면 되는 이 세계는 편리하고 매혹적이다. 그러나 TV를 포함한 여러 미디어가 ‘답’의 세계라면 책은 ‘질문’의 세계다. 이 세계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 많은 불편한 세계다. 다 읽고 난 후에도 명확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거대한 수수께끼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를 고집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깨어있는 상태의 지속을 위한 청년들의 도전

 

 

Q. 노암 촘스키, 가라타니 고진, 슬라보예 지젝 등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기획했어요. 감회랄까, 영감이랄까 어땠는지 궁금해요.

A. 한결 : 하워드 진 선생님은 존재만으로도 울림을 주기 때문에 가장 인상에 남아요. 책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는 분을 직접 만나러 가는 이유는요. 직접 만났을 때 책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그 사람의 삶이 새겨져 있는 눈빛이나 태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인디고 서원이 어려움도 있지만 계속 열심히 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데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2010년 프로젝트의 공통 질문이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추구해야 될 가치가 무엇인지’였는데요. 하워드 진 선생님께도 여쭤봤는데, 평생을 사회정의나 희망에 대한 것들을 추구하면서 투쟁해온 분이어서 ‘정의’같은 답변을 예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의 답변은 ‘kindness(친절함)’이었어요. 저도 그런 말 할 수는 있죠. 근데 그분이 그 말씀을 하시는데 가슴이 철렁, 했어요. 왜냐면 그분 자체가 너무 친절했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왔고 새파랗게 어린 친구들인데도 저희의 진지한 질문에 온몸을 기울여서 들어주셨거든요. 대답을 하실 때도 눈빛을 반짝이면서 그분이 살아오면서 배우고 경험하고 생각했던 정수들을 최선을 다해서 말씀해주셨고요. 그 분이 평생을 투쟁해 온 가치가 단순한 이념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그분의 몸에 새겨진 삶에 대한 태도고 신념이고 삶 자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을 (영상이나 사진으로)찍고 책으로도 담아서 그 에너지 자체를 청소년과 다른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 합니다.

 

윤영 : 저희가 외국에 나가서 많은 분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해오고 소개하는 이유는,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면서도 성공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우리는 그렇게 하면 너무 힘들고 어렵고 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요. 정말로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눌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 가능성들이 동시대에 가능하니까 배우면서, 우리 시대에도 가능하게 만들어 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Q. ‘인문학’이라는 어감도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여는지.

A. 윤영 : 특별히 하는 것은 없어요. 본인의 선택이죠. 제가 여기에 왔을 때 그랬는데요. 책 읽는 것은 싫지만, 저는 우수한 학생이었거든요.(웃음) 학교에서 아무 사건사고를 발생시키지 않고 성적도 좋고 나름 진보적인 집안이었기 때문에 책도 많이 읽었고. 그래서 제가 꽤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여기 왔을 때 일단 책을 읽으니까 내가 모르는 내용이고, 같은 책을 읽고 온 친구들이 나보다 훨씬 뛰어난 생각을 하고 있거나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아 내가 그렇게 별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느꼈죠. 그건 좌절감이나 패배감이 아니라 경이로움이었어요. 충격이었던 거죠. 이 충격을 포기하고 나면 내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힘들고 어렵지만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요즘은 ‘인문학’을 쉽게 가르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텍스트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것이 강점이자 어려운 점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한결 : 요즘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가볍게 겉만 훑는 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많은데요. 처음 인문학을 접하는데 좋은 계기는 될 수 있겠지만, 여행이랑 관광이 다른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길을 걸어가면서 주변을 느끼고, 또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경험하고 이러면서 내 몸에 쌓이는 게 어떻게 보면 진정한 여행의 의미잖아요. 근데 ‘관광’은 그냥 유명한 장소들을 여기 찍고 저기 찍는 거라고 할 수 있죠. 내 발로 걷는 것과 비행기로 쉽게 가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런 면에서 책을 읽는 것은 내 다리로 걸어야하기 때문에 힘들 수 있지만, 걸으면서 내 몸에 직접적으로 느껴지고 새겨지는 것이 결국은 내 삶으로 연결이 됩니다.

 

상원 : 책을 안 읽는 것도 문제지만, 책을 ‘제대로’ 안 읽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책을 읽을 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지를 비판적으로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을 다시 여러 번 읽고, 직접 글로 써 낼 수 있다면 그것을 내 삶으로 가져와서 내 목소리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내 안에 남게 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할 수 있죠.

 

한결 : 어떤 문장이나 책을 읽었을 때, 책을 읽어 버렸다. 이걸 읽어버리고 말았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그 말은 곧 이것을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나가 뭔가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건데요. 그게 꼭 책만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과의 만남일수도 있죠. 그런데 책이 가장 쉽게(접할 수 있고) 항상 할 수 있는 경험이기 때문에 저희는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것 같아요.

 

 

 

Q. <인디고잉>을 포함해서 인디고 서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궁극적으로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요?

A. 윤영 : 저는 인간이라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이야기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그래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면 결국엔 그 과정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강제든 타의든 기회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스스로)책을 읽으러 오는 청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폭력적으로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정세청세와 같은 장을 열거나 인문학 캠프 같은 것을 기획하는데요. 더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다양한 장르들을 개척하려 합니다. 우선 아이들에게 인문학이라는 것이 어렵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너무나 행복하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접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것을 알고 나면 자발적으로 스스로 잘 해내는 것 같아요. 그런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위해서 억지로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쉽게 만든다거나 질적으로 낮게 만드는 것은 전혀 추구하지 않아요. 늘 지금하고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것,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가장 좋은 것을 주되 이것을 어떻게 새로운 아이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것들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왜 이런 공간을 꾸미고 감수성을 담고자 했는가에 대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성곽 같다고 쉽게 못 들어오시는데, 아름다운 공간은 누구나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담을 허물고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대신에 인문학을 좀 배웠다고 하는 자만심으로 가지 않는 윤리를 가지는 것은 필요합니다.”(이윤영)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A. 상원 : 저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요. 이 인문학 서적들과 인디고 서원이라는 곳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21살의 김상원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지, 상상도 잘 안되지만. 굳이 따져본다면 인간적인 매력이 없는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의 많은 부분이 이 일을 하며 변화 되어왔고, 지금은 그 영향을 배제하고 저를 상상할 수가 없어요. 사회 문제에 대해 그 이전에 단순한 비판이나 불평, 불만으로 끝났다고 하는 것들이 지금은 실제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이나 가능성을 품고 실제로 무언가를 쓰고 있는데요. 이런 행위가 장차 해결의 큰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전 지금 완성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발전해나간다고 할 때, 어떤 식으로 나아질 것인가도 사실 기대가 되요.

 

민경 : 저도 중학교 때부터 여기서 공부를 하고, 정세청세에도 참여해 왔는데요. 고등학생시절에, 대학생이 돼서 입시라는 제도에서 나가면 그때 가졌던 분노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 이상 내 삶에 문제가 아니라고 만들어 버린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교육은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그 때, 내가 대학생이 된다면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그런 것들을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교육에 문제나 내가 정말 소중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학교를 나 아닌 누군가라도 좋은 환경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요. 그래서 그 마음을 놓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여기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더 많아진 행사로 바쁘고 정신없지만, 놓치지 않아야할게 뭔지 알기 때문에 그렇게 정신없음에도 오히려 기쁘고, 계속해서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해요.

 

혜진 : 제가 무슨 선구자적인 사명감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냥 비굴한 것 보다는 당당하게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고, 하루를 좀 더 즐겁고 내 삶에 필요한 걸로 살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에요. 정세청세나 아람샘 수업을 들으면 가슴이 뛰고 굉장히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런 것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인데. 점점 책을 읽고 친구들하고 얘기하면서 내가 하고 싶다는 그 마음만으로는 안되는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좀 더 본질적인 생각을 해야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근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가장 밑바닥에 있는 생각은 내가 좀 더 제대로 살고 싶고 쓸모없는 걸로 내 인생 낭비하고 싶지 않고 이런 마음이 활동을 계속 하도록 이끄는 것 같아요.

 

윤이 : 청소년과 청년은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해요. 제 친구들도 보면 자기들의 대학공부가 재미없고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제가 뭔가 제안을 하면, 자기 생활을 깨지 않으려고 하는데요. 저나 그 친구들이나 느끼는 갈증은 똑같은 데 저는 이게 옳다고 믿고 가는 것이에요. 저도 청소년 때부터 하고 있는데 오히려 지금이 그때보다 공부를 더 안한다는 느낌이 많아요. 청년이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배움을 받은 게 있어서 청소년 후배들에게 더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한결 : 인문학이라는 것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힘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 뿐 아니라 세계와 관계 맺고 있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인문학에서 배운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도 물론 좋은 책 읽을 수 있고 친구들하고 얘기할 수 있죠. 그런데 내 삶에 반경 안에 학교-집-학원에서 인디고 서원이라는 장소가 하나 더 생긴다면. 마치 내 머릿속에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하나 들어와서 모든 삶을 새롭게 볼 수 있게 구성하는 것처럼 장소 하나가 내 삶에 반경에 들어옴으로써 내 삶이 새롭게 구조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인디고 서원이라는 장소가 단순히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삶에 하나의 중요한 장소라고 인식하게 되었을 때, 삶이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윤영 : 인문학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자유로운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하는 삶의 영역이라 생각해요. 너무 수동적이고 주입식인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이 오래 쌓여 와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 활동을 하거나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 먼 일이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현재 일어나는 인문학 열풍들도 대부분은 어떤 인문학 강연에 참석하고, 강의를 들었다는 자기만족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문학에서 인간과 우리 주변을 탐구하는 이유는 내가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인데요. 가능한 것인데도 이미 불가능하다고 차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것들이 조금 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사회에 대한 희망으로 변주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단 한번 경험했던 ‘기적’의 순간을 잊지 못해 평생을 다시 기적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일일까, 아름다운 일일까. 그는 아마도 그것을 위해 수없는 노력으로 삶을 채워갈 것이다. 두 손을 놓고 제자리에서 다시 기적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기적을 끌어당기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평생을 두 다리로 걸어 도착하게 된 그 곳이 비록 사막 같은 황무지일지라도 그것이 소중한 이유는, 옳다고 믿으며 걸었던 그 시간 동안 단단해진 두 다리 때문이다.

 

 

인디고 서원에서 만난 청년들에게서는 분명 무언가를 보았던 사람들만의 확신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전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만큼, 아름다운 것이었다는 것도.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의 반짝이는 눈빛이었거나, 조건 없는 친절이었거나 혹은 진정성 가득한 눈물이나 목소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인문학적 담론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실천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려는 그들의 노력 뒤에는 이러한 인간을 향한 애정이 깊게 베어져있다. 쪽빛을 닮은 그들이 믿는 낙관에 대한 긍정, 희망에 대한 견고한 신뢰를 우리 사회 깊숙한 곳까지 물들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향진 대학생기자 경희대학교 도예학과 hjim@l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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