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에서 건져 올린 ‘젊은’ 감독들] 몽환과 슬픔의 숲, 유후용 감독의 <도깨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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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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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젊은' 감독들, 세번째 - 몽환과 슬픔의 숲 <도깨비 숲> 유후용 감독

 

 

어느 날 아내가 집에서 자살한 후 남편 동수는 집을 나가고 아들 주호는 숲에서 미친 듯 날뛰는 엄마를 만난다. 그리고 동수의 이마에는 뿔이 점점 자라난다. <도깨비 숲>은 여느 실험적인 단편영화가 그러하듯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수수께끼 같은 상징들로 점철된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이게 무슨 뜻이지?’ 싶지만, 강렬한 이미지와 음향효과의 잔상은 머릿속에서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의도적인 호러 영화는 아니면서도 그에 버금가는 공포감을 안겨주는, 하지만 몽환과 슬픔의 감정이 보다 더 짙게 깔려있는 <도깨비 숲>. 부천에서 만날 수 있는 판타스틱한 단편영화들 중에서도 강렬한 잔상을 남긴 영화 <도깨비 숲>의 유후용 감독을 만났다. 유후용 감독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도깨비 숲>은 10분의 러닝타임 동안 드러나는 것보다도 품고 있는 의미가 훨씬 더 클 것 같다는 예감에 적중했다.

 

 

도깨비: 이 세계와 저 세계의 중개자

 

영화 '도깨비숲'의 한 장면

 

Q <도깨비 숲>은 한국의 도깨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던데?

고모께서 도깨비 조각만 하는 조각가를 한번 만나보라고 소개시켜주셨다. 그 조각가한테 도깨비 얘기를 많이 들었고, 속리산에 있는 작업실에도 한번 찾아갔었다. 도깨비 고향이 속리산이거든. 그분 작업실 자체가 도깨비 소굴 같더라. 원래 도깨비에 대해 코믹하고 우둔하고 그냥 방망이 들고 다니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를 통해 도깨비가 되게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원래 중개자 캐릭터에 관심이 많다. 이를테면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영매, 샤먼 같은 거. 지금 읽고 있는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에도 비슷한 얘기가 많다. 이를테면 신데렐라는 계층과 계층의 중개자이기도 하면서, 고대 신화에서는 왕자와 성이 저승의 상징이라 죽음과 현실을 잇는 샤먼의 역할이었다고 하더라. 예전부터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다. <도깨비 숲> 쓰기 전에 원래 <생쥐>라는 다른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생쥐도 역시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의 중개자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도깨비에 관심이 생기고 이쪽이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아 우선 <도깨비들>이라는 시나리오를 썼다. 이건 지금의 <도깨비 숲>과 달리 내러티브 위주로 좀 더 쉬웠다. 진짜 감투 쓰고 빗자루, 방망이 들고 다니는 도깨비가 나왔다. 도깨비를 현대식으로 풀어낸 시나리오였는데 뭔가 맘에 안 들더라. 조금 더 단순하고 간단하게 가보자 해서 나온 영화가 <도깨비 숲>이다.

 

Q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내가 뭘 원하고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지 많이 고민했다. 이번엔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솔직하게 만들자는 게 중요했는데 『데이빗 린치의 빨간 방』이라는 책에서 용기를 많이 얻었다. 책에 따르면 내가 관객한테 뭔가 보여주고 관객이 뭔가를 본 것이 나한테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원(○)을 그리는데, 절대 내가 원하는 대로 관객이 느낄 수 없다. 그게 당연한 거니까 관객을 신경 쓰고 영화 만들려면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거다.(웃음) 그 대목이 와 닿았다. 그래, 그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 했다.

 

Q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데?

찾았는데 처음엔 잘 모르겠더라.(웃음)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몇 해 전 부천에서 본 가스파 노에 감독의 <엔터 더 보이드>다. 체험적인, 경험을 주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래서 게임도 좋아하고 뉴미디어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 <엔터 더 보이드>가 영화로서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촉각적인’ 영화라고 느꼈다. 내가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미 가스파 노에 감독이 만들어버렸고. (웃음)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으면서 취한 방법이 초등학교 때부터 쓴 일기를 전부 꺼내봤다. 다시 다 보고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 하나를 한 장짜리로 요약해봤다. 시 같은 게 나오더라. 거기서 <도깨비 숲>의 시나리오가 출발한 거다. <도깨비 숲>이 엄청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의미가 큰 작품이다. 내가 앞으로 계속 이야기할 어떤 ‘테마’를 찾은 것 같다.

 

Q 그 테마가 어떤 것인지?

<도깨비 숲>의 영어 제목이 Transcendence(초월)인데, 초월이 중요한 키워드다. 만날 수 없는 세상을 이어주고 왔다 갔다 하며 서로를 이해시켜주는 존재에 대해 앞으로도 다룰 것 같다.

 

 

거칠게 풀어놓은 상징과 이미지들

 

 

영화 '도깨비숲'의 한 장면

 

Q 영화가 10분으로 짧지만 긴박하고 무섭다. 특히 숲 장면이 그렇다. 호러로 볼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장르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사실 내가 의도한 건 호러 영화가 아니라 슬픈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다들 무섭다더라.(웃음) 되레 신기했다.

 

Q 영화 속에서 주호가 숲에서 계속 미친 듯이 날뛰는 엄마를 만난다. 영화 속에서 숲이라는 공간이 중요하게 보이는데.

원래 제목이 <숲의 왕>이었다. 1년 동안 <숲의 왕>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가끔씩 헷갈린다.

 

Q <숲의 왕>에서 왜 <도깨비 숲>으로 바꿨나?

‘숲의 왕’에 신화적인 의미가 많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도 등장하고 레비스트로스의 책 등에서도 인문학적으로 많이 얘기되는 개념이다. 그래서 사람들한테 혼동이 올 것 같아 일단 도깨비도 나오고 숲도 나오니까 <도깨비 숲>으로.(웃음) 영화에서 숲은 물론 굉장히 중요하다. 숲이 나무들이 모여 만들어낸 어두운 공간이잖나. 도깨비가 원래 나무의 요정이라고 해서 신라시대 이전에는 ‘목랑(木郞)’이라고 불렸다. 그런데 고대 사람들한테는 나무가 바로 땅과 하늘을 잇는 사다리를 의미했다. 땅에서 위로 올라가려면 나무를 타야 하니까. 하늘과 땅은 곧 신과 인간을 상징하기도 하니, 목랑인 도깨비가 그 둘을 잇는 존재인 것이다.

 

Q <도깨비 숲>은 쉽고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도 그렇지만 음향 효과와 반짝 거리는 화면이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도깨비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 것들을 영화에 내용으로 담기 보다는 조사한 것들을 내 마음대로 풀어냈다. 그래서 영화에서 그냥 막, 거칠게 나온다. 음악 같은 경우에는 도깨비가 방망이를 두드리지 않나. 우리나라 타악 연주를 보면 몽환적으로 취하면서 점차 트랜스(trance) 상태가 된다. 사실 무당들이 그렇게 하면서 신들리는 것이다. 트랜스 상태가 되어야 자기 자신을 떠나 초월의 세계로 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방망이를 두드리는 도깨비가 초월의 세계로 가는 관문을 의미한다. 영화제에서 막상 상영해보니 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던데, 음악감독에게 주문할 땐 사람들 귀를 찢어놓게 해달라고 했다. (웃음) 음향을 극단적으로 사용했다. 아예 조용하다가 팍! 나오고 또 갑자기 조용해지는 식으로. 그리고 리듬이 계속 반복되고 클럽에서 춤추는 것처럼 화면이 반짝반짝 하면서 사람들이 멍해지게 하는 걸 의도했다. 원래 더 하려고 했는데 적당한 선을 찾은 거다. (웃음) 여동생이 <도깨비 숲>을 보고 “오빠 영화 보고 나니까 클럽 갔다 온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 듣고 되게 기분 좋았다.

 

 

360도의 <도깨비 숲> 전용 극장을 만들려고 했다

 

Q GV에서 관객들은 무엇을 가장 궁금해 하던가?

숲 장면 파노라마를 어떻게 찍었는지 많이들 궁금해 하더라. 갑자기 화면 비율이 바뀌니까 왜 그렇게 한 건지, 신기하다고. 그렇게 찍은 목적이 있었는데 원래 <도깨비 숲>을 일반 극장에서 상영할 생각이 아니었다. 전용 극장을 만들려고 했다. (웃음) 360도 상영이 가능한 극장을 만들어 가운데에 작은 오두막을 짓는 거다. 오두막은 창문이 사방으로 뚫려있어서 창밖으로 360도 스크린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실 장면은 안에서 보는 거다. 왔다 갔다 하면서. 그걸 위해 숲 장면을 파노라마로 찍은 거다. 카메라 여섯 대로 찍었다. (웃음) 그래서 엄마 역 배우가 엄청나게 큰 대극장에서 연극하는 것 같다고 힘들어했다.

 

영화 '도깨비숲'의 한 장면

 

Q 그래서 엄마가 왼쪽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나오고 했던 거였나?

방향성을 상실시켰다. 그걸 360도로 틀면 여기서 나타났다 저기서 나타났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걸 위해 찍어놓은 장면들이 더 많다. 그런데 극장을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힘들겠더라고. (웃음) 그렇다고 일반 영화로 대충 갖다 붙인 건 아니고 영화용 콘티를 따로 만들었었는데 찍어놓은 결과를 보니까 그걸로 영화를 만들어도 되겠더라. 왜냐면 숲의 콘셉트가 현실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다 뛰어넘는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숲은 아무 곳도 아니면서 아무 곳도 아닌 것이다. 방향도 없고 시간성도 없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있는 것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감정이 있다면 감정도 사라지는 무한의 공간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거기에 영화적인 샷이 들어가면 감정과 관점이 생기기 때문에 그걸 완전히 배제해야 했다. 그래서 그냥 파노라마로 펼쳐놓은 거다. 펼쳐놨더니 배제되는 것 같더라.

 

Q 원래 만들려고 했던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해 많이 아쉽겠다.

사실 4D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영화를 완성하는 것으로 일단락돼서 아쉽다. 조감독도 그렇게 극장 만들면 너무 좋았을 텐데 왜 안 하냐고 짜증내더라.(웃음) 소리를 다 담지 못한 것도 아쉽다. 녹음할 때 마이크 네 대를 펼쳐놓고 녹음했다. 그걸 스피커로 네 대의 위치에 맞게 배치해놓고 들어보니 정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별에 별 실험을 다 했다. 암모나이트 형태로 스피커를 배치하면 어떨까 하면서. 어쨌든 이 영화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진 못한 거다. 사실 한두 푼도 아니고 영화 찍는 것보다 극장 만드는 데 돈이 더 들걸.(웃음)

 

Q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경험적인’ 영화를 만들어볼 계획이 있나?

원래부터 관심이 많아서 생각하고 있는 건 많다. 예를 들면 김만중의 <구운몽>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미로에서 상영하는 거다. 센서를 장착해 체험자가 미로를 헤맬 때 <구운몽>의 한 가지 에피소드씩 벽면에서 나온다. 인물이 말을 걸기도 하고 체험자가 어떤 상황을 엿보기도 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며 출구를 찾는 데 힌트가 되는 것이다. 약간 테마 파크 느낌이지. 그런 꿈이 있다. 상업적인 면보다도 사람들에게 완전히 경험하는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싶다. 지금도 뉴미디어 관련 앱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도 좋아해서 아까도 ‘헤비레인’이라는 게임하다 왔다. (웃음) 난 게임이 21세기에 영화와 같은 예술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도깨비 숲>은 삶의 많은 것을 바꾼 영화

 

Q 『데이빗 린치의 빨간 방』에서 관객을 신경 쓰면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대목에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창작물이든 관객과의 소통과 인정에 대한 욕심을 버리긴 쉽지 않은 일일 텐데.

보통은 그럴 것이다. 나도 전에는 관객의 눈을 신경 많이 썼다. 영화라는 매체가 돈도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좀 특이한 감독도 있는 거지. (웃음)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어제 새벽에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봤는데 너무 재밌었지만 내가 그런 걸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잘 안 든다. (웃음) 스케일부터 다르기도 하고 그런 머리는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걸 쫓으면 내가 원하는 걸 놓치게 되니까. 기회가 되면 대작 상업영화도 해볼 수 있겠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예만 봐도 초기작 <미행>에서부터 <다크나이트 라이즈>까지 계속 같은 테마를 변주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그런 걸 보면 어떤 감독이라도 그 사람의 삶에서 자신이 풀어야 하는 이야기가 딱 있는 것 같다. 마치 미드(미국 드라마)의 ‘시즌’처럼, 한 시즌 안의 에피소드는 각각이지만 시즌의 테마는 하나잖나. 한 사람의 감독이 한 시즌인 거다. (웃음) 그래서 <도깨비 숲>을 찍기 전에 더더욱 나의 테마를 발견해야 했다.

 

유후용 감독

 

 

Q 그렇다면 유후용 감독이 영화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 만들 영화가 다 그렇겠지만 내 영화를 포트폴리오 같은 걸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상업영화를 찍기 위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받기 위한 포트폴리오 말이다. 그 자체로 소중한 일기 같은, 당시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하나의 작품, 그런 걸로 끝나면 되는 것 같다. 관객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예전에는 했지만 (웃음) 지금은 안 하려고 한다. 당연히 불안하긴 하지만, 요즘엔 뭐 영화 찍기도 쉬워졌으니 간편하게 찍으면 되지. 내가 좋아하는 감독 중에 짐 자무시가 있다. <커피와 담배>, <천국보다 낯선> 등을 찍은. 짐 자무시도 자기는 큰 영화 안 찍는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 자기 돈으로 만드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웃음) 하고 싶은 영화 만들려고 감독 된 거지 할리우드에서 한 자리 하려고 한 거 아니라고. 그런데 감독도 제1의 관객이고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아주 이상한 생각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과 당연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성향은 다를 수 있겠지. 나 같은 경우엔 조금 주관적인 성향이고 어떤 사람은 굉장히 객관적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주관적인 걸 부러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다음 영화는 이렇게 안 찍을 것 같다.(웃음) 이번 영화가 맘에 들지 않는 건 아니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데, 또 다른 걸 하고 싶다.

 

Q 다음 작품 준비 중인 것이 있나?

아까 말한 앱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미스터리 물을 만들어보고 싶다. 인간들이 어디에 갇혀 있어서 인물을 어떻게 터치하고 어떤 선택을 내리냐에 따라 죽고 살고가 결정되는. 사용자가 신이 되는 것이다. 그 살린 결과의 파급효과가 엄청나고, 어떤 사람을 살렸기 때문에 다른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걸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졸업영화를 찍어야 한다. (웃음)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재학 중인데 졸업영화 안 찍고 휴학했다. 미스터리 물을 졸업영화로 찍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확실히 <도깨비 숲>을 분기점으로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영화 찍는 게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신경 쓰고 걱정도 많이 했기 때문에. 왜냐면 다음에 또 영화를 찍으려면 이번 영화로 인정받아야 명분이 생긴다. 그래서 예전엔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달라졌다. 예를 들면 시나리오 모니터링도 전에는 쓰고 나서 여기저기 다 보내서 어떠냐고 물어봤다. <도깨비 숲> 시나리오는 아무한테도 안 보내고 내 맘에 들 때까지 썼다. 다음날 봤는데 맘에 안 들면 다시 고치고. 필요 없었다, 다른 사람. (웃음) 스태프도 굳이 많이 쓰려고 안 했다.

 

Q 마지막으로 꿈이 뭔가?

행복하게 사는 것. 사실 이번 영화 찍으면서 결혼했다. (웃음)

 

Q 와! <도깨비 숲>이 인생에서 정말 기념비적인 영화네.

엄청난 영화다. 아내를 미술감독으로 소개 받았는데 처음엔 일 얘기만 했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났을 때 결혼하기로 했다. (웃음) 연애하자가 아니라 결혼하자였다. 신기한 게 아내를 만나기 전엔 전혀 결혼 예상도 없었고 준비도 안됐다고 생각했었다. 뭔가 결혼의 기운이 있었던 건지. (웃음) 그리고 같이 영화 찍을 때 특별히 얘기를 안 해도 서로 이해가 잘 되더라. 지금은 영화 얘기해도 안 맞을 때가 있지만 <도깨비 숲> 찍을 땐 정말 잘 맞았다. <도깨비 숲>이 내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원래 도깨비가 길하다지 않나. 도깨비 얘기를 많이 하면 좋다고. 옛말에 그런 말도 있다. ‘한국 사람은 도깨비 얘기를 들으면서 크고 도깨비 얘기를 하면서 어른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은수 대학생기자 한양대학교 철학과 jyjk23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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