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비극을 향한 새로운 도전, 가무악극 <몽유도원도>
게시일
2011.12.19.
조회수
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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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몽유도원도'뿌리깊은 나무' 뒷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한국적 비극을 향한 새로운 도전, 가무악극 '몽유도원도'

 


요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조선시대 세종과 밀본 세력의 팽팽한 대립, 한글창제의 극적인 순간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서양 중심 세계관으로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매진하는 오늘 날, 한글을 비롯한 우리 고유의 것에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그렇다면 ‘한국의 오페라’라고 볼 수 있는 우리 전통양식 ‘가무악극’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전통의 재해석으로 한국적 비극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선보이는 <몽유도원도>를 소개합니다!


판소리·민요·연회 전통예술의 총망라


몽유도원도-고전소설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 가무악극

▲ 고전소설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 가무악극 <몽유도원도> ⓒ한국의 집


<몽유도원도>는 지난 20여년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우리 전통예술을 알리는데 주력해온 ‘한국의 집’이 야심차게 내놓은 전통 가무악극입니다. 가무악극, 조금 생소하시죠? 가무악극은 말 그대로 춤이 곁들여진 국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판소리, 민요, 연회 등 전통예술을 복합적으로 선보이는 음악극인 셈이지요. 동양적 신비와 한국적 아름다움을 한번에 드러내는 극을 관람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통문화의 여러 장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선궁궐과 왕실을 배경으로 한 <몽유도원도>는 우리 전통 의상의 화려함과 함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황홀하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과 밀본이 백성을 향한 애민과 권력의 암투 속 팽팽한 긴장감을 보였다면, <몽유도원도>는 세종의 아들인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 왕권을 둘러싸고 혈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운영이라는 궁녀를 상대로 사랑은 번져가고 안평대군과 운영, 그리고 운영의 새로운 사랑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되지요.

 

몽유도원도



대본부터 예술가 선정까지, 범국민적 오디션을 거쳐 탄생


<몽유도원도>는 2010년 국민공모를 통해 경민선 씨의 '사랑, 먹물처럼 번지는'을 당선작으로 확정하고 출연배우는 일반 오디션을 거쳐 젊은 예술가를 선정했습니다. 검증된 작가와 배우를 활용하지 않고 범국민적 공모를 실시한 이유는 전통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이고 재능 있는 작가와 배우를 발굴해 전통문화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공연 시작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국악 선율은 풍부한 공간감을 만들어 내며 배우들의 춤과 몸짓에 생기를 불어 넣는데요. 우리는 언제나 무릉도원을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욕망이 있지요. <몽유도원도>는 그러한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주인공들이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몸짓하며 인생의 무상함과 권력의 허망함, 그리고 사랑의 덧없음을 매력적으로 그려냅니다.


<몽유도원도> 간단 줄거리


부귀와 영화로 가득 찬 조선의 왕실, 수양과 안평 두 왕자는 왕위를 놓고 경쟁한다. 인후한 덕을 갖춘 풍유호걸 안평, 왕위 게승권에 우선권을 갖고 있는 형 수양. 하지만 왕위계승의 첫 번째 대상자로 인심이 두터운 이는 안평이다. 위기를 느낀 수양은 자객을 시켜 양평을 제거하려고 한다. 수양이 보낸 자객 곤은 칼춤을 추며 안평을 해치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운영이 맞춤을 추며 살해의도를 꺾는다. 그 와중에 운영과 곤은 알 수 없는 사랑에 빠져 격정에 휩싸인다. 자신의 사랑에 이상징후를 느낀 안평은 운영에게 매달리고, 운영은 곤과 함께 초야로 떠나고자 한다. 수양은 군사를 이끌고 안평을 해치려 하는데, 위기의 순간 안평 대신 운영이 칼을 맞고 쓰러진다.



관객의 절반이 넘는 외국인

자연스럽게 접하는 한국 전통예술의 총체


몽유도원도

 

<몽유도원도>를 의미 있게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집’을 방문하는 관람객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가 외국인 관객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무대 앞에서 영어와 중국어, 일어 자막을 지원하는 <몽유도원도>는 외국인 관객들에게 한국 고유의 스토리와 감동을 전하고 자연스럽게 전통무용과 음악, 연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요. 국내 관객 역시 우리 전통 고전을 선명하게 해석하고 새롭게 다듬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화제작 <뿌리깊은 나무>가 마지막 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훗날 세종의 아들인 수양대군과 양평대군이 벌이는 불꽃 튀는 왕좌 경쟁과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펼치는 비극적인 스토리 ‘몽유도원도’에도 빠져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CSI 못지않게 가슴 졸이는 긴장감과 가슴 절절한 우리 미학이 시린 겨울, 여러분들의 가슴을 뜨겁게 사로잡을 것입니다!



INTERVIEW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도 쉬지 않는 가무악극,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몽유도원도> 유영대 제작총감독


몽유도원도-유영대 제작총감독

▲<사진> 왼쪽이 유영대 총감독, 오른쪽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송순섭 선생 (‘운영’역의 주인공 이소연 양을 지도한 판소리 스승이다)


Q. ‘가무악극’ 이라는 장르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무악극은 노래와 춤, 음악이 모두 어우러지는 종합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옛날 전통양식으로는 가무악극이 아주 대표적인 예술장르였어요. 굿에서도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고요. 배우가 직접 노래를 부르며 연기도 하고 춤도 추고 또 라이브 음악도 함께 펼쳐지는 ‘한국 정통 뮤지컬’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몽유도원도>가 가무악극으로 갖는 가장 큰 특징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단 한 순간도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60분 동안 쭉 이어지는 음악 속에서 배우가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진행은 국내 가무악극 중 처음이라고 볼 수 있지요. 사실 우리 음악이라는게 약간 느슨해서 리듬이 들락날락 하기도 하고, 약간 자유롭게 빼기도 하고 늘어지기도 하는데 <몽유도원도>는 한 순간도 쉬지 않아요. 극 전체가 아주 꽉 짜여진 형식으로 진행되지요. 그런 점에서 한 호흡이라도, 발자국 한 걸음이라도 어긋나면 극 전체가 균형을 잃을 수 있어요. 긴장감이 아주 팽팽하지요.


Q. <몽유도원도>의 배경이 되는 ‘운영전’은 굉장히 비극적인 결말이잖아요. 대부분의 고전소설이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을 지향하는데 굳이 비극적인 스토리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통해 인간정신의 숭고함을 깨닫고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고 했지요. 또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4대 비극이 오늘날까지도 특별한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무대에 오르는 것은 비극이 가지고 있는 미학적 성취도와 인간본성에 대한 탐구가 시대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시선을 안으로 돌려 우리의 고전 소설이나, 전통 연희, 판소리를 돌아보면 대부분 희극적 요소가 강하지요. 이는 밝고 낙관적인 우리 민족의 문화적 취향과 현실의 고단한 삶을 권선징악이라는 심판 정치를 통해 대리만족 하고 싶은 민초들의 바람으로 더욱 각광받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데요. 우리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비극작품 중 ‘운영전’은 가히 최고라 칭할 수 있어요.



안평대군은 자신이 본 꿈 속의 세계를 안견으로 하여금 그리게 해서 3일 만에 이를 완성하였다.

▲ 안평대군은 자신이 본 꿈 속의 세계를 안견으로 하여금 그리게 해서 3일 만에 이를 완성하였다.


학창시절, 수업을 통해 이 소설을 처음 접하면서 ‘한국적인 표현으로 궁정의 비극을 잘 드러내면 아마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확신하게 됐죠.  ‘황진이’가 좋을까, ‘운영전’이 좋을까 고민도 많았는데요. 지금 이렇게 공연하는 장소가 ‘한국의 집’인만큼 ‘운영전’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의 집’은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의 집이었기에 궁정 비극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게다가 박팽년은 작품에 등장하는 안평대군의 최측근이었어요. 안평대군이 꿈에 도원을 찾아 갔는데 박팽년이랑 동행한 것이지요.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 왼 쪽에 보면 서문이 나오는데 “나는 어젯 밤, 꿈에 인수(박팽년의 호)와 함께 도원을 거닐었다” 로 시작을 해요. 이렇게 박팽년과의 뜻깊은 인연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점이라 ‘몽유도원도’를 작품으로 올리게 되었지요. 비극이 어울리는 공간에서 ‘한국적인 비극이 세계인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을 거듭하며 작품을 구상했어요.


Q. <몽유도원도>는 남녀간의 로맨스 뿐 만 아니라 죽음, 라이벌, 경쟁, 밀회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다루고 있는데요. 표현방식과 이야기 전개 구조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때문에 <몽유도원도>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삼각구도’의 축을 잘 살리려고 집중했어요. 작품에서 두 가지 삼각구도가 펼쳐지는데요. 우선 ‘왕좌’라는 축이 있고 그 안에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이 있어요. 그 중심에는 운영이라는 여자가 있지요. 운영은 안평대군의 연인인데요. 원래 ‘운영전’에는 김진사가 나오지만 우리는 여기에 ‘곤’이라는 가상인물을 만들었어요. 수양의 호위무사인 곤이 안평을 암살하러 와 운영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죠. 그러면서 기존 관계에서 또 다른 삼각구도가 팽팽하게 형성됩니다. 왕좌를 놓고 벌이는 삼각구도와 운영을 놓고 진행되는 삼각구도, 이 두 가지 삼각구도가 엇나가면서 삼각형이 비극적으로 겹쳐지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죠.


몽유도원도


관람객 분들도 전체 줄거리를 삼각형 구도를 잘 이해하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공연을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올 해는 지난 12일로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찾으실 수 있도록 한국의 집 상설공연으로 진행 될 예정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하셔서 공연 틈틈이 배우들이 노래는 얼마나 잘하는지, 음악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춤은  얼마나 한국적이고 애달픈지 살펴보시면 더욱 풍성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박미영 대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조형학부 vv-ato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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