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 붙자! 한-중-일 문자배틀, 201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게시일
2011.09.14.
조회수
8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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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유진

동아시아 글자들의 축제,2011 서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TYPOTANCHI 2011 Seoul International Typography Biennale


여러분은 글씨를 잘 쓰는 학생이었나요? 학창 시절, 예쁘게 노트 필기하는 옆자리 친구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봤던 분들 많으실텐데요. 글씨를 잘 못쓰던 저는 ‘쟤는 어쩜 저렇게 글씨를 예쁘게 잘 쓸까’ 시샘어린 시선으로 친구들의 글씨를 흉내내보곤 했죠. 노트에 자신의 개성을 한 껏 드러내 필기한 친구의 글씨체는 마치 한 장의 일러스트 같았답니다.


요즘에는 청바지체, 운동화끈체 등 재밌는 이름과 독특한 감성을 가진 서체들을 온라인·오프라인 할 것 없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지난 8월 30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는 이러한 서체 디자인을 통해 동아시아의 글자 문화를 교류하고 경험할 수 있는 '2011 서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가 열렸습니다. '동아시아의 불꽃’이라는 주제로 개막한 이번 행사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의 타이포그래피 대표 작가 107명의 작품을 알차게 보여주고 있지요.



기능성과 아름다움, 가독성까지 겸비한

종합예술장르로 자리잡다

 

기능성과 아름다움, 가독성까지 겸비한


‘타이포그래피’라는 장르는 활판 인쇄술을 전문적으로 칭하던 용어지만 시간이 지나 디자인 영역과 접목되면서 심미성을 갖고 내용을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 학문의 개념으로 바뀌게 되었는데요. 전통적인 타이포그래피가 인쇄 기술적 측면과 장식의 개념을 품고 있었다면 오늘날 타이포그래피는 한가지 더, ‘가독성’까지 고려하여 미적 장식과 기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타이포그래피학회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한자를 뿌리로 한 글자 이웃, 한·중·일 세 나라의 문자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TYPOJANCHI 타이포잔치 International Typography Biennale 2011 SEOUL (2011.8.30~9.14) Calligraphy Art Museum of Seoul Arts Center, Seoul Korea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주최:문화체육관광부, -주관: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예술의전당 -Host: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Organizers : Korea Craft & Design Foundation, Korea Society of Typography, Seoul Arts Center

▲ 서울의 'ㅅ'과 타이포의 'ㅌ', 비엔날레의 'ㅂ'을 따서 만들어 진 이번 전시의 로고. 나무를 형상화 한 모양으로  타이포 비엔날레가 나무가 성장하듯 전 세계에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전시 총감독을 맡은 이병주 교수는 “타이포그래피는 글자의 시각적 형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나라의 글자문화뿐 아니라 시각문화를 집약해 볼 수 있는 핵심 키워드”라고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이번 전시를 통해 세 나라 글자문화의 같음과 다름,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요.



새롭게 조명 할 가치는 무엇인가

언어의 장벽을 넘는 디자인의 힘


언어는 달라도 같은 문화권으로 엮여 있는 한·중·일 세 나라의 서체 전시는 단순 타이포그래피를 넘어 그 이상의 깊은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볼륨이 더욱 커진 타이포그래피 세계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이고 또 새롭게 조명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도 있고요.


전시모습

 

시각디자인을 공부한다는 하은희(단국대학교 3학년)씨는 중국어나 일본어를 몰라도 "글씨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며 전시장에 놓여있는 디자인 잡지까지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한글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평소에도 인지하고 잘 알고 있었던 반면 일본어나 한자에는 특별한 관심이나 애착이 없었던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전시장을 채운 포스터들은 문자의 뜻을 알 수는 없어도 ‘일어나 한자도 이렇게 세련될 수 있구나, 귀여울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했죠. 언어의 장벽을 넘는 디자인의 위대함이 이런 것일까요?



빛을 발하는 문자 고유의 창의성과 디자인 유산


이번 전시에서 한글 서체는 기존 오리엔탈적인 측면을 많이 벗어나 디지털을 기반으로 모듈화 되어가는 특징이 돋보였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지와 타이포의 조화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중점을 두었고 중국은 한자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선의 느낌을 드러내고 있었지요.


전시모습

 

행사 개막에 앞서 29일과 30일에는 ‘동아시아 타이포그래피의 위상과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는데요. 이 밖에도 3개국 대표 작가들이 무료 특강을 통해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나 일반인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습니다. 동아시아의 글자 문화에 대한 세계적 이목을 집중 시키고 한글 고유의 창의성과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는 디자인 유산을 드러내는 중요한 역사적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돌아온 한국 고유작품, 최정호 작가의 ‘윈도’


돌아온 한국 고유작품, 최정호 작가의 ‘윈도’

▲ 평생 동안 한글 서체 연구와 개발에 힘쓴 최정호 작가가 작업 하던 모습.

이번 전시에서 그의 한글 서체 '원도'가 최초 공개됐다. ⓒ드림커뮤니케이션즈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작품은 한글서체 ‘윈도’ 인데요. 일본에서 보관되어 오다가 이번에 국내 최초로 공개된 ‘윈도’ 는 평생을 한글 서체 연구에 몰두 했던 고 최정호 작가(1916~1988)의 작품입니다. 한글 서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현대 한글 디지털 서체의 기초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우리 서체의 역사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작품이지요.


'원도'와 더불어 일본작가 타나카 잇코, 중국작가 쉬빙의 작품 역시 이번 전시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거장 다나카 잇코의 ‘인간과 문자’ 시리즈가 강하고 굵은 느낌으로 일본의 독특한 감성을 담아낸다면, 중국의 세계적 작가 쉬빙의 작품은 ‘살아있는 단어’ 의 힘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쉬빙의 ‘남·유·여(男·幼·女, men·nursery·women)’. 픽토그램 아래 한자를 닮은 부호를 자세히 보면 알파벳으로 구성돼 있다. 동양인은 한자인 줄 알고 다가갔다가 읽을 수 없음에 당황하고 서양인은 그 반대로 반응한다.

▲ 쉬빙의 ‘남·유·여(男·幼·女, men·nursery·women)’. 픽토그램 아래 한자를 닮은 부호를 자세히 보면 알파벳으로 구성돼 있다. 동양인은 한자인 줄 알고 다가갔다가 읽을 수 없음에 당황하고 서양인은 그 반대로 반응한다.



글자는 그 자체로 훌륭한 시각적 자극


글자는 그 자체로 훌륭한 시각적 자극

 

이제는 사진과 일러스트의 보조 역할에서 벗어나 당당히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타이포그래피. 좋은 디자인에 ‘어떤 타이포를 사용하는가’ 란 문제는 작품에 더 생기가 돌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현대 디자인에서 타이포그래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데요. 그 자체로 훌륭한 시각적 자극을 주는 글자는 한 국가가 가진 대표적인 문화적 자산임에 틀림없습니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 자국의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고민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겠지요.


전시물 들

 

글자가 주는 표현과 이미지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우수한 고유 문자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땅히 즐겨야 할 문화적 심성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를 맞아 이번 ‘타이포잔치 2011’에 방문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10년 만에 재개된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는 예술로 승화된 문자의 모습을 통해 인류 문명의 뿌리를 가늠케 해줄 것입니다.

 

 

박미영 대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조형학부 vv-ato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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