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봉의 서체를 직접 확인하다!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조선·근대 서화전>
게시일
2020.02.11.
조회수
1477
담당부서
디지털소통팀(044-203-2053)
담당자
정수림

한석봉의 서체를 직접 확인하다!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조선·근대 서화전'>



선시대 양반 사대부들은 시(詩), 서(書), 화(畵) 모두에 능한 것을 최고의 재주로 여겼습니다. 서화는 관직생활에 필요한 기초 지식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통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경치가 좋은 곳에서 자기의 감정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완성된 작품을 서로 견주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잘 보존된 서화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옛 사대부들의 생각과 지혜를 가르쳐 주는 귀한 작품입니다.  

세계 음악 분수가 있는 야외 공간
[▲ 세계 음악 분수가 있는 야외 공간 Ⓒ박예림]


카페 모차르트 502
[▲ 카페 모차르트 502 Ⓒ박예림]


기자는 <조선·근대 서화전> 관람을 위해 예술의 전당 내에 위치한 서울서예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지도를 따라 음악당 쪽으로 가다 보면 밖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습니다. 야외에는 큰 시계가 서 있고 세계 음악 분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계 음악 분수를 구경하기 위해 시간 맞춰 찾아갔지만, 아쉽게도 더 좋은 공연을 위해 잠시 쉬어간다는 알림이 써져 있었습니다.

바로 오른쪽에는 관람객들이 편히 즐길 수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관람객들은 카페의 야외 공간에서 세계 음악 분수를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서울서예박물관 전경
[▲ 서울서예박물관 전경 Ⓒ박예림]


<조선·근대서화전> 입구
[▲ <조선·근대서화전> 입구 Ⓒ박예림]

카페 오른쪽에 위치한 서울서예박물관의 3층에서 <조선·근대 서화전>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전시는 오후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하지만, 입장은 6시까지 이뤄집니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기증한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의 뜻을 따라 무료로 진행되기 때문에 표를 끊지 않고도 입장 가능합니다. 전시관 안은 글씨와 그림이 서로 어우러져 한국 미술의 전통을 맘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지는 전시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展>, <툴루즈 로트렉 展>과 뮤지컬 <웃는 남자>, <빅피쉬> 등을 관람하러 오시는 분들이라면 꼭 서울서예박물관에 들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조선·근대서화전>에 꼭 들리시길 추천합니다.

전시장 내부
[▲ 전시장 내부 Ⓒ박예림]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
[▲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 Ⓒ박예림]

지난 2011년,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은 일제강점기에 채탁된 한국의 고·중세 금석문 탁본과 조선 및 근대 서화작품을 예술의 전당에 무상으로 기증했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고려 금석문을 주제로 첫 번째 특별전이 개최되었으며, 2019년 12월 21일부터 2020년 3월 15일까지는 조선 및 근대 서화 작품을 중심으로 제2차 기증 특별전 <조선· 근대 서화전>이 개최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추사 김정희, 퇴계 이황 등 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의 글씨와 함께 흥선대원군, 심전 안중식, 위창 오세창 등 근대 대표 서화가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퇴계 이황의 <공맹심학 기자주수>입니다. 퇴계 이황의 초상은 천원 권 지폐에 담겨 있어 우리에게도 아주 익숙합니다. 퇴계 이황은 평생 동안 학문 연구에 힘써 성리학을 체계화했고, 도선 서당을 세워 제자를 길러냈습니다. <공맹심학 기자주수>의 작품 바로 옆에는 원문과 번역문이 적힌 자료가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퇴계 이황은 <공맹심학 기자주수>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고려가 오백 년 동안 다스리면서 세상에 질서가 갈수록 향상되고 문화의 기풍이 점차 전개되어 중원으로 유학을 떠난 이들이 많아지면서 경서와 관련된 서적들이 널리 통행돼 혼란을 다스림으로 바꾸고 중화를 사모하고 오랑캐의 풍모를 변모시켜 시서의 유택과 예의의 기풍에 의해 기자 구주의 유풍이 점차 회복될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 동방이 문헌의 나라, 군자의 국가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석봉 한호와 허균의 <허교산 한석봉 합벽첩>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석봉 한호는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 한석봉입니다. 조선 최고의 명필가인 석봉 한호는 ‘석봉’이라는 호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석봉 한호의 초상
[▲ 석봉 한호의 초상 Ⓒ위키백과]


한석봉은 가난한 집에 태어났지만,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절에서 10년 동안 공부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한석봉은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절에서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한석봉은 어머니를 만나 스승님이 자신의 글 실력을 인정했다며 자랑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명필은 어둠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는 법이다. 네가 글을 쓸 동안 나는 떡을 썰어 보이겠다.”며 등잔불을 끄고 글을 쓰게 했습니다. 글씨를 모두 쓴 후 등잔불을 켜자 어머니가 썬 떡은 가지런했지만 한석봉의 글씨는 엉망이었습니다. 한석봉은 어머니께 용서를 빌고 다시 절로 들어가 남은 공부를 마쳤다고 합니다.

석봉 한호의 글씨
[▲ 석봉 한호의 글씨 Ⓒ박예림]


이후 열심히 공부한 한석봉은 과거 시험에 합격해 글씨와 책을 쓰는 사자관이 되어 국가의 주요 문서와 외교 문서를 도맡아 썼습니다. 석봉 한호는 해서, 행서, 초서 등 여러 가지 서체에 두루 능했을 뿐 아니라 자신만의 독특한 글씨로 명나라에까지 이름을 떨쳤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한석봉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한석봉의 글씨를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그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허목의 광풍제월 연비어약
[▲ 허목의 <광풍제월 연비어약> Ⓒ박예림]


또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서화도 있습니다. 허목의 작품 <광풍제월 연비어약>입니다. 풍류와 멋이 느껴지는 한편 글씨만으로도 뜻을 유추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언비어약’은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뜻입니다. 솔개가 하늘을 나는 것이나 물고기가 못에서 뛰는 것이나 다 자연법칙의 작용으로 새나 물고기가 스스로 터득한다는 말입니다. 즉 도리는 천지간 어디에나 있다는 말입니다. 서체를 보면 물고기 모습을 한 상형 문자가 뜻을 명확히 나타내 주면서 글을 더 돋보이고 재미있게 해줍니다.

우리는 흔히 글씨체에는 글씨를 쓰는 사람의 양식과 품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조선·근대 서화전>에서 확인한 서화들은 모두 개성 있고 있는 그대로 아름다웠습니다. 서체와 그림 그리고 작품에 담긴 뜻을 헤아려 보는 시간을 통해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이 이 많은 작품들을 왜 수집했고 기증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전시는 아니지만, 서화의 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조선·근대 서화전>에 함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조선·근대 서화전>

■ 기간 : 2019년 12월 21일 ~ 2020년 3월 15일

■ 장소 :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

■ 시간 : 오전 10시~오후 7시(오후 6시 입장 마감)

■ 관람연령 : 전체 관람

■ 문의 : ☎02-580-1300

■ 관람료 : 무료

 


박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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