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어디까지 알고 있니? <패브리케이터 바네사 리 인터뷰>
게시일
2020.02.03.
조회수
1344
담당부서
디지털소통팀(044-203-2053)
담당자
정수림

할리우드, 어디까지 알고 있니?

<패브리케이터 바네사 리 인터뷰>



영화 토르의 의상

[▲ 영화 <토르>의 의상 ⓒ바네사 리]


토르·슈퍼맨·아이언맨의 공통점은 바로 영화 속의 영웅들이라는 점과 한국인이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는 것인데, 그 주인공이 바로 ‘바네사 리’이다. 바네사 리는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패브리케이터(Fabricator)로 다양한 작품들을 함께하고 있다. 패브리케이터는 특수의상 분야 전문가다.

그녀는 어떻게 할리우드까지 건너가게 된 것일까? 기자는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업 중인 바네사 리
[▲ 작업 중인 바네사 리의 모습 ⓒ바네사 리]


영화 아이언맨의 패브리케이터로 참여한 바네사 리
[▲ 영화 <아이언맨>의 패브리케이터로 참여한 바네사 리 ⓒ바네사 리]

 

Q. 패브리케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미경이고, 미국에서는 ‘바네사 리’라는 이름을 쓰고 할리우드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영화·TV·기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필요로 하는 체형보정용 의상·근육 의상·히어로 의상·전투복·괴물 의상 등의 특수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패브리케이터’ 혹은 ‘스페셜티-커스튜머’라고 합니다.

Q. 할리우드 영화계는 실력이 없다면 다음 일터에서 볼 수 없다는데 사실인가요?


할리우드는 대다수가 추천이나 입소문으로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잦은 실수를 하거나 안 좋은 소문이 업계에 돌기 시작하면 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평판은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화려한 배우들과 함께 소통하고 작업하고 있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가 불편한데, 사회생활을 하게 되자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그녀는 26살에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영화 인랑에 참여한 바네사 리
[▲ 바네사 리는 영화 <인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바네사 리]

Q. 한국에서 많은 역경을 경험하고 실과 바늘로 할리우드를 정복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할리우드에서 도움이 되었나요?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한국에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기회조차 주어진 적이 없어서 이곳에서 편견 없이 주어진 기회를 감사히 여기고 최선을 다했었고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나 싶기도 생각을 해요.

Q. 한국에서도 <인랑>이라는 영화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와 인연을 만들어 갈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애착이 더 가게 되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좀 더 한국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어요. 아쉽게도 아직까지 예산이나 스케일 같은 부분에서 아직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 가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Q. 한국과 할리우드 영화 현장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앞서 말했듯 스케일이나 예산, 기간 등의 차이점이 많아요. 하지만 요즘 한국 영화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졌고 그래서 더 제가 가진 기술과 지식으로 한 도움이 될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첫 작업을 함께한 <인랑>이 참 애정이 가는 영화였어요. 

 

기자는 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을 주인공으로 한 <다키스트 아워>라는 작품을 인상 깊게 봤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도 바네사 리가 처칠의 체형을 표현하기 위해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그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영화에서 활약했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눠봤다.


배우 게리올드만과 바네사 리
[▲ 배우 게리 올드만과 바네사 리 ⓒ바네사 리]


Q.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서 실존 인물이었던 윈스턴 처칠을 연출한 것이 매우 섬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체형보정 의상을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인물들을 연출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시나요?


보통 역사적 인물을 재현할 때는 정보 수집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윈스턴 처질의 경우 영국에 처칠 수상의 담당 양복점에 연락을 해서 생전의 치수를 알아보고 동년배의 중년 영국 남자의 몸을 스캔해서 연구했고 자료수집만 300장이 넘었어요. 머리 메이크업 아티스트 카주히로 츠지군의 피드백과 주연 배우인 게리 올드만의 피드백도 참고하여 만든 팀워크의 산물이라 볼 수 있어요. 영화 ‘바이스(VICE)’에서는 크리스찬 베일을 딕 체이니로 바꿀 땐 워낙 딕 체이니의 건강 기록이나 기타개인정보가 철저하게 비밀로 붙어져 있어서 정보 수집에 애를 많이 먹었던 기억도 생각나네요.

Q. 특수 의상 분야가 일반인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마블과 같은 히어로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마블의 어벤저스, 토르, 아이언맨 등 다양한 히어로 영화들에 참여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패브리케이터는 어떠한 의미일까요?


패브리케이터라는 직업을 동료들끼리 ‘베이비시터’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특수 의상을 입고 벗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서 촬영장 안팎으로 배우들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 챙겨야 합니다. 의상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돌보듯 배우들의 상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처칠과 체형보정 의상
[▲ 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처칠과 체형보정 의상 ⓒ바네사 리]


Q. 다양한 영화에서 활약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오스카상을 안겨준 <다키스트 아워>입니다. 아쉬웠던 건 예산과 기간이 촉박해서 더 가볍게 만들어주지 못했던 <인랑>이 생각나네요. 저의 일정이 빠듯해서 한국에 나와 보지도 못해 무척 죄송했어요. 그래도 멋지게 입고 액션까지 해준 강동원, 정우성 배우 등과 스턴트 팀까지 정말 감사하죠.


그녀는 자신의 분야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지금의 수석 패브리케이터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패브리케이터를 넘어서 CEO가 되었다. 수석 패브리케이터이자 CEO가 된 그녀에게 미래의 패브리케이터들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구해보았다.


의상 작업을 하는 바네사 리
[▲ 의상 작업을 하는 바네사 리 ⓒ바네사 리]


Q. 한국에서도 특수 의상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분야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Think outside the box!" 정해진 틀을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특수 의상은 정해진 교과서 같은 기술이나 도구가 있지 않아서 자기가 항상 연구하고 주위에서 배우는 것을 끊임없이 지속해야 한다고 봐요.

Q. 회사 대표가 되기 전과 이후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장점은 제가 가진 아이디어를 펼치는데 제한이 없는 것이에요. 제 이름으로 크레디트가 오니까 좀 더 보람돼요.

단점은 전보다 맡을 수 있는 일의 스케일이 작아진 점이에요. 패브리케이터뿐만 아니라 이제 회사의 재정과 홍보도 담당해야 해서 좀 더 일이 많아진 점을 들 수 있어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바네사 리
[▲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그녀 ⓒ바네사 리]

영화 분야이든 사회적인 편견에 맞서 싸우게 된 본보기이든

제가 겪어온 경험담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라고,

저를 아무 대가 없이 가르쳐준 선배들이 그랬듯

제가 배운 모든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 바네사 리

 

​  바네사 리는 한국에서도 활동 의지를 보이는 만큼 그녀가 만든 의상이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우리 영화계에서도 자주 볼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살아온 삶의 길은 누군가에게는 교훈을 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존경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 그 의미가 무엇이든 그녀는 우리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도 그녀의 활동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길 바란다.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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