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준비되셨나요? <여자야구 국가대표 김라경 선수와의 만남>
게시일
2020.01.14.
조회수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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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정수림

만날 준비되셨나요?

<여자야구 국가대표 김라경 선수와의 만남>



강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던 9월 7일, 남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여자야구 국가대표인 김라경 선수를 만났다.

지난 8월 27일 막을 내린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도 김라경 선수는 대한민국 A(대한민국 두 개 팀 참가) 팀의 에이스로 투수진을 이끌며 8개 팀 중 3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라경
[▲김라경 선수 ⓒ김라경]

- 김라경 선수는 어떤 사람인가요?

지난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의 활약은 잘 봤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올해 대학에 입학해 지난 학기에는 학교를 다녔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휴학을 하고 서울과 남양주를 오가며 여자 사회인 야구팀 ‘서울 후라’에서 뛰며 꾸준히 운동하는 중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여자야구협회에 소속된 46개의 여자 사회인 야구팀이 있다. 소프트볼을 하다 넘어온 선수들도 있고, 일반인 중에서도 개인 야구 지도자를 통해 레슨을 받으며 야구를 시작한 사람도 있다.

세계적으로 여자 프로스포츠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는 있지만, 아직 야구만큼은 발전이 더딘 편이다. 전 세계에서 프로 리그가 있는 일본을 제외하면 여자 선수로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일본이 튼튼하게 구축된 실업리그, 4개 팀으로 구성된 프로 리그를 운영 중이다.


서울후라 소속으로 공을 던지는 김라경 선수
[▲‘서울후라’ 소속으로 공을 던지는 김라경 선수 ⓒ김라경]

- 어려서부터 쭉 남성분들과 야구를 해왔습니다.

예전에는 어린 마음에 힘든 점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보다 신체적으로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며 배운 점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다른 친구들은 합숙도 하면서 친해지다 보니 저로서는 아직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성격이 워낙 둥글고 털털한 면이 있어 쉽게 친해지는 편이긴 했는데, 다른 여학생들이라면 행여나 그 분위기에 쉽게 녹아들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김라경 선수는 어릴 때부터 ‘여자 최초의 리틀야구 참가 선수’로 대중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환경이 원활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김라경 선수가 야구를 시작하던 그때보다는 많은 이들이 야구를 배우고,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김라경 선수팀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김라경]

- 어린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수많은 국제 대회를 출전하는 동안, 출전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여자야구협회 협조 하에 함께 훈련하며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국제 대회 출전에 국가 차원의 도움이 없다는 점이에요. 다른 종목들처럼 국가를 대표해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인 만큼 대회 기간이라도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야구선수 김라경과 여자야구


- 여자야구가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스포츠가 많은 이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서 제가 생각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국제 대회 성적이고 △두 번째는 생활체육을 통한 종목의 보급입니다. 월드컵과 올림픽이 축구와 야구 관객의 큰 발전을 불러왔던 것처럼, 국제 대회에서의 활약은 일반인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여자야구도 지난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여자야구 대회인 ‘WBSC 여자야구 월드컵’에서 6위까지 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 대회에서는 여자야구 최강국 중 하나인 쿠바를 이기며 슈퍼 라운드에 진출하기도 했고요. 우리나라 여자야구 제반 사정을 고려해 봤을 때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고, 사람들이 조금만 더 찾아준다면 큰일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생겼습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규칙이나 직접 하기도 어렵고 위험할 수도 있어서 생활체육으로의 보급이 쉽지 않은 점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야구와 비슷하면서 덜 어렵고 위험성도 낮은 티볼*이나 소프트볼 같은 종목들은 학교교육 과정에서 도입해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어릴 때부터 많은 이들이 최대한 야구에 가까워질 기회를 얻게 되면 좋겠습니다. 일단 체험을 해봐야 야구가 재미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실제로 티볼을 하다 야구의 매력에 빠져 저에게 연락이 온 후배가 있기도 하고, 그 친구는 현재 저와 함께 국가대표 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리틀야구나 학교 야구단 등의 창설은 그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 야구와 비슷하지만 투수가 없이 ‘베팅 티’라고 불리는 막대 위에 올려둔 공을 타격하여 1·2·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와 득점하는 스포츠. 투수가 없는 야구라고 여기면 간단하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참가자와 규칙 등을 조절 가능.

이렇듯 생활체육으로의 보급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좋은 선수들이 나와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도 뒷받침된다면 여자야구도 지금보다는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되지 않을까요?

김라경 선수
[▲김라경 선수 ⓒ김라경]

- 프로 스포츠로서 야구는 여성 팬들의 인기가 상당하지만, 그에 비해 직접 야구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은 미비한 것 같습니다.

야구장에 가보면 상당히 많은 수의 여성 팬들이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들 중에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한 사람도 없을까요? 실제로 저는 종종 야구를 하고 싶어 하지만 방법을 찾기 힘들어 하시는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는 합니다.

저는 운동 자체를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다양한 운동을 배웠습니다. 여러 운동을 배우고, 연습하며 느낀 점은, 야구는 무엇보다 어릴 때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 커서 배우더라도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종목들도 어려서부터 운동을 해온 선수들과 일반인의 차이가 큰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특히 야구는 어릴 때 배워두지 않으면 커서 취미로 즐기려고 해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자야구선수를 꿈꾸는 사람, 혹은 남녀를 불문하고 취미로 야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교육과정에서 야구나 관련된 운동을 배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프로야구 관중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야구의 보편화가 그 점에서 반환점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요? 아무래도 직접 해본 운동을 더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기 마련이니까요.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김라경]

 야구선수 김라경이 꿈꾸는 미래


- 올해 경희대학교에 입학해 대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학교에 올라와보니 특별했던 점이 있을까요?

우선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다 보니 배운 점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대학교에 와보니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제일 크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다양한 수업들 중에는 스포츠 종목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과목들도 있었고, 왜 이제야 우리가 배우고 싶은 운동을 배울 수 있는지 조금은 아쉽기도 했습니다.

- 김라경 선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많은 친구들이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 중이에요.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 여건이 된다면 일본 실업 리그에도 단년 계약 단위라도 진출을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스포츠 행정,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 일을 하며 배우고 싶은 운동이 있다면 배워볼 수 있는, 누구나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기자는 김라경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학창시절 체육 지필시험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체육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는 것이 중요한 과목이긴 하나, 이론의 중요성 또한 무시할 수 없었고, 따라서 다른 예체능 과목들처럼 수행평가의 비중이 컸지만 기말고사에는 지필 평가를 시행했었다.

한 번은 야구 규칙과 이론 등이 시험 범위에 포함된 적이 있었다. 시험 범위에 이론으로 포함된 다른 과목들이 체육수업 시간에 한 번씩 몸으로 익힌 경험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야구는 오직 책과 수업을 통해 익힌 지식이 전부였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흥미를 상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약 12년 동안 야구를 꾸준히 보고 있는 지금의 기자도 아직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야구 규칙과 이론인데, 야구를 거의 접해본 적 없는 고등학생들에겐 얼마나 어려웠을까. 의무교육 내에서 야구나 소프트볼, 티볼 등을 교육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김라경 선수의 이야기가 쉽게 이해되었다.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어야 한다. 김라경 선수는 단지 여자야구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라, 종목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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