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손에서 탄생한 가능성_국립현대미술관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
게시일
2019.04.27.
조회수
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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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성은

예술가의 손에서 탄생한 가능성

국립현대미술관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


전시 홍보 포스터 

[▲ 전시 홍보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세상은 저항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에 의해 변화됐다. 그들은 관념과 권위에 쉽게 복종하지 않았다. 현대미술 또한 파괴를 통한 재창조로 전통적인 예술 형식을 깬 작가들이 있었다. 그중 우리에게 낯선 작가, 아스거 욘을 만나는 자리가 아시아 최초로 마련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9월 8일까지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를 선보인다. 전시는 덴마크 실케보르의 욘 미술관과 협력으로 이뤄졌다. 아스거 욘은 덴마크 추상표현주의 화가다. 서구 중심의 미술사 안에서 욘에 대한 평가는 회화적 표현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속 예술적 실험정신과 사회·정치 참여에 주목한다. 생전에 그는 작품을 통해 예술 및 사회·정치의 문제를 비판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열린 시각의 전시장


전시장 

[▲ 전시장 Ⓒ박예림]

 

전시장

 [▲ 전시장 Ⓒ박예림]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는 독특한 구조의 연출이 눈에 띈다. 기존 전시관과 달리 가벽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얇은 회색 천을 통해 전시장 전체가 한눈에 드러난다. 전시장 중앙에 있는 작은 영상관 또한 철망을 이용해 개방해 놓았다. 이는 작품에 여러 재료를 사용하고, 색다른 전환을 시도한 아스거 욘의 자율성과 독창성이 반영된 것이다.


처음 만나는 아스거 욘의 작품


전시는 실험 정신 – 새로운 물질과 형태, 정치적 헌신 – 구조에 대한 도전, 대안적 세계관 – 북유럽 전통, 이렇게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되었다. 전시를 관람하는 순서대로 작품을 살펴보려 한다.


1. 실험 정신 – 새로운 물질과 형태


‘꽃을 먹는 자’(1939) 

[▲ ‘꽃을 먹는 자’(1939) Ⓒ박예림]


 무제’(1939)

[▲ ‘무제’(1939) Ⓒ박예림]


아스거 욘은 예술과 사회 환경이 연결된다고 믿었다. 또한 예술은 하나로 정의될 수 없으며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이러한 예술관은 1930-1940년대 초기 작업에 담겨있다. 당시 작품을 살펴보면 추상적인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피카소나 호안 미로의 그림과 비슷하다. 아스거 욘은 그들의 표현 양식을 일부러 사용하면서 자기 의도에 맞게 전환했다. 일반적인 예술가는 타인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숨기려 하지만, 아스거 욘은 과감하게 드러냈다.

 

‘색채 조형’(1971)

[▲ ‘색채 조형’(1971)Ⓒ박예림]

 

태피스트리 작품들

 [▲ 태피스트리 작품들 Ⓒ박예림]


또한 아스거 욘은 작품에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기도 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쥬빌라시옹 라르모예나쥬즈’는 비닐 포장지를 붙인 플렉시글라스*에 아크릴로 표현된 것이다. ‘색채 조형’은 폼 플라스틱에 채색과 금도금이 더해졌다. 이외에 태피스트리* 작품도 발견할 수 있다.

*플렉시글라스 : 유리와 같이 투명한 합성수지

*태피스트리 : 색실을 짜 넣어 그림을 표현하는 직물 공예


2. 정치적 헌신 – 구조에 대한 도전


아스거 욘은 예술가이면서 사회운동가였다. 다른 작가들과 다양한 공동 작업을 펼친 아방가르드 그룹 ‘코브라’, 예술의 상업화를 거부하는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 등의 단체에서 활동했다. 두 번째 공간에서는 사회·정치에 대한 그의 주장이 나타난다.

 

‘무제’(미완의 형태 파괴, 1959)

[▲ ‘세속의 마리아’(1960) Ⓒ박예림]


 ‘세속의 마리아’(1960)

[▲ ‘세속의 마리아’(1960) Ⓒ박예림]


아스거 욘은 벼룩시장에서 찾은 낡은 회화에 자신의 그림을 덧칠하거나 얼룩 또는 문구를 넣었다. 그는 고전적인 회화를 현대적인 작품으로 전환했다. 기존의 예술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대중에게 새로운 예술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황금 돼지 : 전쟁의 환상’(1950)

[▲ ‘황금 돼지 : 전쟁의 환상’(1950) Ⓒ박예림]


‘황금 돼지 : 전쟁의 환상’은 인간 짐승에 빗대어 사회를 비판한 것이다. 아스거 욘은 “때로는 상상의 생명체들의 단순하고 원시적이며 원초적인 본능을 통해 사람들 간의 근본적인 갈등을 표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를 쫓는 탐욕스러운 돼지를 그려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에 나타나는 인간의 추악함과 자본주의 폐단을 표현했다.

 

아스거 욘의 이단적인 모습은 구겐하임 재단과 일화에서 돋보인다. 1963년 12월, 구겐하임 재단은 아스거 욘을 구겐하임 국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소식을 들은 그는 당시 구겐하임 재단의 이사장 해리 구겐하임에게 전보를 보내며 분노했다. “그 돈 가지고 지옥에나 가라. 상금을 거절한다. 상을 달라고 한 적도 없다. 당신들의 어처구니없는 시합에 내가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길 바란다.” 아스거 욘은 미술관이나 제도에 의해 평가받는 것을 철저히 거부했다. 예술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대중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3. 대안적 세계관 – 북유럽 전통


1961년, 아스거 욘은 스칸디나비아 비교 반달리즘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북유럽 문화가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한다는 대안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이미지 중심의 북유럽 문화를 조명함으로써 성경을 기반으로 한 문자 중심의 남유럽 문화를 해체하고자 했다. 아스거 욘은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 제라드 프란체스키와 북유럽 전역을 돌며 사진 2만 5천 점을 수집했다. 이후 연구소의 설립 취지였던 스칸디나비아 중세 예술 연구에 대한 도서 『북유럽 민족 미술 1만 년』을 출판했다. 


삼면축구


삼면축구를 위에서 바라본 모습 

[▲ 삼면축구를 위에서 바라본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삼면축구 내부

 [▲ 삼면축구 내부 Ⓒ박예림]


일반적인 축구 경기는 두 팀이 경쟁해 득점이 많은 팀이 이긴다. 그러나 삼면축구는 골대가 3개인 육각형의 경기장에서 실점이 적은 팀이 승리하게 된다. 정해진 규칙과 심판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 간의 협의가 전제된다. 또한 공격과 수비를 위해서는 세 팀의 균형이 필요하다. 삼면축구는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 양국의 대립에서 벗어나 예술로 대안적 세계관을 찾고자 한 아스거 욘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학예연구사와 인터뷰


기자는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를 관람하면서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따라서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박주원 학예연구사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Q. 아스거 욘의 작품과 삶을 조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존의 서술 역사에서 벗어난 다른 부류의 역사 조각을 모아서 새로운 시각의 미술 읽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술이 자유가 될 때 :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2018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와 같은 과거 전시를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덴마크 수교 60주년을 맞아 기획하는 이번 전시도 같은 맥락에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북유럽 전통문화를 지대하게 연구했던 덴마크 대표 작가 아스거 욘의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Q. 전시를 기획하면서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A. 그동안 아스거 욘은 추상표현주의 회화작가로만 인식되었습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기존 전시는 회화가 중심이었습니다. 기존과 다른 전시를 기획하려는 고민 끝에 실험 정신, 정치적 행보, 북유럽 전통이라는 세 가지 주요단어를 정했습니다. 아스거 욘이 작업한 여러 장르의 작품을 모두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Q.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해 주세요.

A. 원래 축구 경기는 두 팀이 대립합니다. 그러나 삼면축구는 세 팀이 경기를 구성합니다. 이때 한 팀의 추가만으로 선수들의 공격성은 상쇄됩니다. 섣불리 공격하기 어려워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다른 두 팀이 연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냉전 시대를 겪은 아스거 욘은 미국과 소련의 대립 구도를 예술이 보완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저는 이 작품이 한국의 상황에서도 대입된다고 생각합니다. 삼면축구는 다른 배경 안에서 또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아스거 욘의 예술 세계를 자유롭게 이해하길 바랍니다.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

[사진 17, 18 ▲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 Ⓒ박예림]


[사진 17, 18 ▲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 Ⓒ박예림] 

[▲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 Ⓒ박예림]


“예술 작품의 가치는 보는 이에 달려있다.

작품은 관객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영적인 힘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 아스거 욘, 『침묵의 신화』


아스거 욘은 형상을 알 수 없는 이미지를 그리고, 다른 언어를 섞어 말장난 같은 제목을 지었다. 그는 작품 의도를 정확히 드러내지 않고 대중에 의해 자유롭게 해석되길 바랐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우리는 그저 자기만의 해석과 상상을 즐기면 된다.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

기간| 4. 12. ~ 9. 8.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5전시실 및 서울박스

시간|

월·화·수·목·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금·토 오전 10시 ~ 오후 9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야간개장 무료관람)

관람료| 서울관 관람권 4,000원

문의| 02-3701-9500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4기 yeye_em@naver.com 강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박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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