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순간이 작품이 되는 곳 <작은미술관 보구곶>
게시일
2019.04.27.
조회수
1858
담당부서
디지털소통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삶의 모든 순간이 작품이 되는 곳 <작은미술관 보구곶>


대피소? 미술관! 삶의 모든 순간이 작품이 되는 곳, 작은미술관보구곶 #2018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 성과공유회 최우수상 

[▲ ⓒ꽃-pixabay, 사진-문화체육관광부]

 

2019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 공모 포스터

[▲2019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 공모 포스터ⓒ문화체육관광부]

 

작은미술관 분포도

[▲작은미술관 분포도ⓒ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은 생활권 내 미술공간이 없는 지역의 공공 유휴공간을 작은미술관으로 조성·운영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전국 곳곳에 미술문화가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원신청 단체 중 심의를 거쳐 최종 지원대상이 선정되며, 올해는 4월 29일까지 접수를 받아 6월에 결과가 발표된다.


지난 3월 개최된 ‘2018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 성과공유회’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된 두 곳 중 ‘국내 최초의 대피소 미술관’이라는 작은미술관 보구곳을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작은미술관 보구곶 전경

[▲작은미술관 보구곶 전경ⓒ문화체육관광부]


남한에서 매화가 가장 늦게 피어나는 곳, 강 건너 개성을 마주하는 남한의 끝인 경기도 김포 보구곶. 철조망으로 둘러쌓여 보이지 않는 긴장이 흐르고 왠지 엄숙할 것만 같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본 보구곶은 그 어느 마을보다도 고요하고 평화롭다. 수십 년간 대피소로 사용됐던 이곳이 어떻게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걸까?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포문화재단 이원윤 담당자를 만나보았다.

 

‘2018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 성과공유회’ 상장

[▲‘2018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 성과공유회’ 상장ⓒ김은실]


Q1. 작은미술관 보구곶은 ‘민방위주민대피소’를 새단장해서 지난 2017년에 개관했다고 들었습니다. 보구곶에 작은미술관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1. 보구곶은 북한과 마주 앉아있는 접경 지역이자 문화 활동이 닿지 않은 문화소외지역이에요. 여기 분들은 제일 끝에 있다 보니 문화적 혜택을 못 받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분들께 좀 더 기회를 주고, 여태까지의 삶의 위안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해서 이렇게 기획을 하게 된 거죠.


Q2. 주로 어떤 프로그램이나 전시를 기획하시나요?

A2. 우선,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건 마을 주민분들의 삶의 시간이에요. 여기는 농한기, 농번기가 있어요. 주로 주민분들이 한가한 농한기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진행된 전시 포스터

[▲지금까지 진행된 전시 포스터ⓒ김은실]


지금까지 총 10번의 기획전시를 통해 접경 마을의 풍경, 사람,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어요. 주민분들은 단순히 감상을 넘어서 때로는 작가가, 때로는 모델이, 또 손자녀분들이 찾아오시면 전시해설가가 되시기도 해요.

 

전시 ‘보구곶 사람들’의 작품들

[▲전시 ‘보구곶 사람들’의 작품들ⓒ작은미술관 보구곶]

 

전시 ‘보구곶 사람들’의 작품들

[▲전시 ‘보구곶 사람들’의 작품들ⓒ작은미술관 보구곶]


먼저 ‘보구곶 사람들’은 주민분들이 모델이 되었던 전시예요. 이 사진이 어머님들, 아버님들이에요. 내가 작품의 모델이 되고 주인공이 되어서 이렇게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게 주민분들에겐 큰 의미가 있었던 전시에요.

 

캘리그래피 수업을 듣는 마을주민들

[캘리그래피 수업을 듣는 마을주민들작은미술관 보구곶]

 

'우리 이웃 솜씨전‘에 전시된 캘리그래피 작품

['우리 이웃 솜씨전‘에 전시된 캘리그래피 작품작은미술관 보구곶]


‘우리 이웃 솜씨전’은 어머님들이 작가가 되었던 전시에요. 여름 농한기에 총 8주 동안 캘리그래피 수업을 진행했어요.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어머님들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하나하나 읽어보면 어머님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쓰셨어요. 그래서 그걸 작품으로 하나씩 전시를 했었어요.

 

‘세이브 더 칠드런’에 직접 뜬 모자를 기부하는 모습

[▲‘세이브 더 칠드런’에 직접 뜬 모자를 기부하는 모습ⓒ작은미술관 보구곶]


비누 만들기, 뜨개질 등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는 모자를 만들어서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에 총 104개를 기부 했어요. 어머님들이 뭔가 여기서 함께 할 수 있는걸 찾아보자 해서 신생아 모자 뜨기를 한 거예요. 기증할 때는 세이브 더 칠드런 건물에 어머님들도 같이 가셨어요. 우리가 이렇게 보람된 일을 했구나 생각하시고 되게 뿌듯해하셨어요.


Q3. 작은미술관 보구곶 누리소통망을 보니 어린이들 사진이 유독 많더라고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많이 찾아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 하는 어린이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 하는 어린이작은미술관 보구곶]

 

그림 그리는 어린이들

[▲그림 그리는 어린이들작은미술관 보구곶]


A3.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맛집은 이름 없고, 간판 없는 곳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도 간판이 없어요. 민방위주민대피소라고 써있지 작은 미술관이라고 써있진 않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소문 듣고 오시더라고요. 신기한 게 아이들이 여기 오면 다들 그림을 그려요. 아이는 그림 그리고 엄마는 커피도 마시거나 책도 보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소풍 나온다는 기분으로 오셔서 한 두 시간, 세 시간도 있다 가세요. 한 번 오면 이 공간에 대한 애착도 생기고 편안함을 좀 많이 느끼시더라고요. 이런 점 때문에 많이들 찾아오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Q4.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혹은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A4. 어머님들이 “왜 우리 이렇게 다 해주냐? 이렇게 해줘도 돼?” 이렇게 맨날 말씀하시거든요. 그런데 여기를 모델로 해서 또 다른 지역에서 유휴공간들을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계속해야 될 것 같아요. 이 작은미술관이 거점이 돼서 문화체험을 할 수 있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인근 (거점)지역들에 연계해서 조성하면 좋겠다라는 게 저의 꿈이에요. 그래서 문화체험과 향유의 기회를 더 많은 분들께 제공했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랑이 넘치는 곳”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편하게 들러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인터뷰 중에도 갑작스레 발소리가 들렸다. “놀러왔어요~” “어이구 반갑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사진을 보는 어르신들

[커피를 마시며 사진을 보는 어르신들ⓒ김은실]


평소에 자주 방문하시나요?

“아유 많이 와요. 이렇게 지나가다가 오기도 하고, 설 추석 그런 때에는 우리 엄마 그림있다 뭐 있다 해서 아들 딸도 오고.”


미술관으로 새단장하기 전에 이곳은 어떤 공간이었나요?


대피소 시절 

[대피소 시절ⓒ작은미술관 보구곶]

 

환풍시설

[환풍시설ⓒ김은실]


“참 많이 발전했지, 뭐. 여기 잘 안왔죠, 뭐. 지금은 냉난방도 다 있지만 원래는 이게 보일러도 안 되고 이렇게 깨끗하지도 않았지. 여름에 습기도 많이 차고 축축하고. 지금은 오고 싶은 곳이죠 뭐. 다른 마을에는 이런 거 없죠~.”

꿉꿉했던 대피소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환 풍기와 냉난방시설을 갖춰 쾌적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전시장 한쪽에 놓여있는 사진집

[전시장 한쪽에 놓여있는 사진집ⓒ김은실]

 

기자에게 사진집에 수록된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어르신

[기자에게 사진집에 수록된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어르신ⓒ김은실]


“우리 집이야 여기가. 우리 꽃이 좀 많아요. 그래서 우리 것 많이 찍었어요. 이건 함박꽃. 이건 향이 아주 고급스러워. 이건 목련이야. 목련. 우리 집 가볼래? 별 것도 아닌데 가자~ 지금도 이거 꽃 폈어!” 연신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주민들과의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인근 마을회관에 방문했다.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김은실]


기억에 남는 활동을 묻자 모두가 망설임 없이 “다 좋지~” “거기서 하기만 하면 다 재밌어!” “비누 만드는 것도 재밌고 뜨개질하는 것도 재밌고 다 재밌어!” “난 비누가 좋아 향이 좋잖아” “이 나이에 출세한 거지~ 사람 살기 좋은 곳이야.”라며 애정을 거듭 표현했다.

 

뜨개질하는 어르신들

[뜨개질하는 어르신들ⓒ김은실]

 

주민들이 만든 비누는 판매되기도 한다.

[주민들이 만든 비누는 판매되기도 한다.작은미술관 보구곶]


‘파주에서 오신 분’, ‘나이가 가장 많으신 분’ 등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까지 속속들이 아는 미술관 관리자, 마을을 찾는 사람들을 늘 진심으로 반겨주는 주민들. 차갑고 딱딱한 도시의 미술관과 달리 이곳은 늘 온기로 가득하다. 차려입고 갖추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어느 미술관에서 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삶의 모든 순간이 반짝이는 곳”


어르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제작된 영상 

[▲어르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제작된 영상ⓒ김은실]

 

어르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제작된 영상

[▲어르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제작된 영상ⓒ김은실]

 

‘보구곶 사물전’에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박지윤, 거실구석>

[▲‘보구곶 사물전’에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박지윤, 거실구석>ⓒ작은미술관 보구곶]

 

어머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보구곶 보물지도’

[▲어머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보구곶 보물지도’ⓒ작은미술관 보구곶]


거대한 경계를 마주하는 마을이지만, 미술관 안에 들어서면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삶의 모든 순간이 예술작품이 된다. 묵혀둔 과거,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 심지어 방구석의 빗자루까지, 지나온 모든 날이 반짝인다. 지금까지 잘살아왔다는 그 어떤 위로의 말인들 전시장에 걸린 삶의 풍경 한 장이 전하는 강력한 울림에 비할 수 있을까? 인생의 끝에서 지난날을 위로받고,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며,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는 보구곶 사람들. 작은미술관과 함께 보구곶 마을에 앞으로도 따스한 행복이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전시정보>

운영시간 : 화~토 오전 10시 ~ 오후 4시

 

<접경의 접경, 보구곶> 전시 포스터

[▲<접경의 접경, 보구곶> 전시 포스터ⓒ김은실]


6월 1일까지 <접경의 접경, 보구곶>전시가 진행 중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이지만 ‘접경지역’이라는 특색있는 풍경이 궁금하다면, 보구곶 마을의 따스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소풍을 떠나보자!


<교통정보>

위치 :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로 373(보구곶리 795-2)

교통편 : 3000번 버스 탑승 후 마을버스로 환승(마을버스는 자주 오지 않으니 개인 자동차 이용을 적극 권한다.)

보구곶리 11A, 11B

성동리 11A, 11B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14기 lyblyou@daum.net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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