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무법자_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 전
게시일
2019.01.21.
조회수
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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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소통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규범무법자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 전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마르셀 뒤샹의 작품들은 자연스러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회화의 기본이라 여겨졌던 붓질부터 여/남이라는 이분법적 성별체계까지. 그는 예술을 포괄한 ‘규범’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가였다.



<안과의사 목격자>와 뒤샹 

[▲<안과의사 목격자>와 뒤샹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마르셀 뒤샹]전 입구 

[▲[마르셀 뒤샹]전 입구 ⓒ송효진]


변기를 작품으로 내놓은 <샘>으로 예술계에 강한 획을 그은 마르셀 뒤샹, 그의 생애를 총망라하는 전시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마르셀 뒤샹 전은 12월 22일부터 2019년 4월 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 2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동시대미술을 소개하고 복합예술, 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 및 기술과 현대미술의 융합을 추진하는 문화공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주최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총 4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화가의 삶-‘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로즈 셀라비-우리 욕망의 여인 순으로 이어진다. 청년기 화가로서 뒤샹부터 ‘삶은 에로스다’라는 자신의 세계관을 완성한 그의 마지막 작품 <에탕 도네> 연작까지. 이번 전시는 위대한 거장의 독창적인 사고과정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다.



 <샘>

[▲<샘> ⓒ국립현대미술관]


<11번가 작업실의 <에탕 도네>>

[▲<11번가 작업실의 <에탕 도네>>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화가, 뒤샹


<샘>을 접한 사람들 중 일부는 ‘돈 벌기 쉽다’, ‘그럼 화가는 무엇이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샘>은 그가 그림을 못 그리기 때문에 만들어 낸 변명이 아니다. 그는 구상에서 추상까지 각 시대의 화풍을 모두 소화하는 화가였다.



‘화가의 삶’ 전경  

[▲‘화가의 삶’ 전경 ⓒ송효진]


이번 전시의 첫 번째 부분인 ‘화가의 삶’에서는 그의 화풍이 은은한 색조와 검정색 외곽이 특징인 세잔 풍에서 강력하고 명암대비가 확실한 야수파로 변화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 뒤무셸의 초상>은 야수파 화풍으로, 손을 둘러싼 오로라가 특징적이다. 뒤샹은 당시 엑스레이 발명으로 인해 묻혔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의사의 ‘손의 힘’을 오로라로 표현하였는데, 이때부터 드러난 그의 ‘육안 너머의 지각적 힘’에 대한 호기심을 엿볼 수 있다.



의사 뒤무셸의 초상> 

[▲<의사 뒤무셸의 초상>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그러나 뒤샹은 추상에 머무르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 2)>는 입체파 화가로서 그의 정수를 찍은 작품이다. 피카소의 입체주의가 고정된 피사체를 여러 각도로 조명한다면, 뒤샹은 입체주의를 통해 ‘움직임’을 구현하였다. 바로 형태를 분절시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또한 당시 누드는 남성의 시각을 반영한 관능적, 소극적 자세의 여성 누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 2)>는 성별을 알 수 없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주체적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에서 ‘누드의 전환’을 가져왔다. 이렇듯 자연스러움에 따르지 않는 그의 예술적 실험은 이후 새 예술양식의 창조인 ‘레디-메이드’로 이어진다.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 2)>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 2)> ⓒ국립현대미술관]


회화를 넘어, ‘규범의 파괴’


‘기성품의, 전시용의’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레디-메이드(ready-made)’는 뒤샹이 창조한 용어다. 이는 본래의 도구적 가치를 빼앗고 예술적 가치로 재탄생한 기성품을 의미한다. 기계적 움직임을 구현하던 뒤샹은 이제 아예 기계 자체를 그렸다. <초콜릿 분쇄기(No.1)>은 붓질이 아닌 투박한 도형처럼 기계를 묘사함으로써, 기존의 ‘예술 vs 기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깨고 기계 자체를 예술품으로 등장시킨 작품이다. 이는 ‘레디-메이드’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초콜릿 분쇄기(No.1)> 

[▲<초콜릿 분쇄기(No.1)>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이번 전시에서는 8년간 제작한 그의 대작 <큰 유리>를 디지털화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의 상단에는 그의 전작 <신부>가, 하단에는 독신남들 9명을 형상화한 기물이 있으며, 거미줄 같은 선들은 그들 간 사랑의 기류를 나타낸다. 관객은 언뜻 기계적 조합으로 보이는 이 작품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가에 대해 해석하게 된다. 이렇듯 ‘레디-메이드’는 관객에 개입하는 예술로, 근대 이후의 예술양식인 개념미술의 길을 닦았다.

※개념미술 : 근대 미술의 ‘완성된 물질성’에 저항하는 예술양식으로 완성된 작품보다  해석, 비평 등 작품 속의 관념이 더욱 중시됨



 <큰 유리> 전시 전경

[▲<큰 유리>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신부>

[▲<신부>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두 번째 부분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는 저명한 대표작들뿐만 아니라 ‘레디-메이드’의 시작과 끝을 조망할 수 있다. 그의 첫 ‘레디-메이드’인 자전거 바퀴부터 의도적으로 서명의 값이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량의 복제품을 만든 와인잔 병걸이까지. ‘레디-메이드’는 통념에 도전한 과정이자 1920년대 기존 예술에 반발한 예술운동인 다다이즘에 큰 영향을 준 개념이다.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전시 전경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전시 전경 1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전시 전경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전시 전경 2 ⓒ국립현대미술관]


에로즈 셀라비는 그의 또 다른 자아로, 이를 공개한 후 그는 마르셀 뒤샹과 로즈 셀라비, 두 가지 서명을 함께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에로즈 셀라비는 ‘Eros, c'est la vie’, 프랑스어로 ‘에로스가 곧 삶이다’라는 뜻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죽음의 반대편 끝단인 생동이 바로 욕망임을 뜻하지 않았을까? 성적 지식에 대한 논의가 막 시작된 당시 배경에서 보았을 때, 그의 작업은 그야말로 규범의 파괴였다. 여, 남의 경계를 넘나듦으로써 ‘두 개의 성’에 의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에로스는 뒤샹의 지속적인 관심사였다. 그의 마지막 작업인 <에탕 도네>는 마치 죽어있는 누드같지만 적극적으로 여성의 성적욕망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평론가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 욕망의 여인’에서는 이러한 에로스에 대한 고찰인 <에탕 도네>를 연령 제한(만 19세 이상) 하에 관람할 수 있다.

 

관객과의 연결,


“대체로 창조적 행위는 예술가 혼자서 수행하는 게 아니다.

관객은 작품이 바깥세상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해준다.”


뒤샹은 추상, 구상을 넘어선 움직임의 입체파를 창조한 화가이자 물질성을 넘어선 개념미술의 초상, 나아가 여/남을 넘어선 성별무법자 등 규범을 넘나드는 예술가였다. 그러나 뒤샹은 ‘대중만이 제 관심사’라고 할 정도로 관객과의 접촉을 시도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작품관을 반영하듯,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관객과의 소통을 도모하고자 [MMCA 뮤지엄나잇 with 뒤샹]을 마련하였다.



[MMCA 뮤지엄나잇 with 뒤샹] 전경 

[▲[MMCA 뮤지엄나잇 with 뒤샹] 전경 ⓒ송효진]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 ⓒ송효진]


12월 22일 진행된 [MMCA 뮤지엄나잇 with 뒤샹]은 전시 투어, 셀럽 애장품 바자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디제이 글로우(DJ GLOW), 김아일, 서사무엘 등 뮤지션 스페셜 공연을 진행했다. 참여 수익금은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 월드비전(World Vision)에 전액 기부되며, 분쟁 피해아동의 정서 회복을 위한 미술 프로그램에 지원된다.



디제잉을 하고 있는 디제이 글로우(DJ GLOW) 

[▲디제잉을 하고 있는 디제이 글로우(DJ GLOW) ⓒ송효진]


무대 위에서 공연 중인 김아일

[▲무대 위에서 공연 중인 김아일 ⓒ송효진]


특히 서사무엘은 ‘뒤샹 오마주(Hommage)'*를 콘셉트로 자신의 작업과정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곡, 뮤지엄 나잇을 찾은 연인을 위한 곡 등을 관객에게 선물하며 미술관의 밤을 밝혔다.

※오마주 : 존경, 존중을 뜻하는 프랑스어. 존경하는 작가와 작품에 영향을 받아 그 와 비슷한 작품을 창작하는 것.


공연 중인 서사무엘

[▲공연 중인 서사무엘 ⓒ송효진]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는 서사무엘

[▲포토월에서 사진을 찍는 서사무엘 ⓒ송효진]


뮤지엄 나잇을 놓친 관객을 위해 교육문화프로그램 또한 제공된다. ‘레디메이드 워크숍’에서는 직접 레디메이드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으며, ‘마르셀 뒤샹 (그리고/혹은) 에로즈 셀라비’에서는 자신만의 에로즈 셀라비, 제2의 자아를 만들어 볼 수 있다.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 사이, 거장의 작품세계를 둘러봄과 동시에, 교육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에게 먼저 손 내미는 관객이 되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송효진 기자 yyy99282000@naver.com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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