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이미지로 바라 본 현실의 기록_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게시일
2018.12.05.
조회수
2530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44-203-2050)
담당자
이성은

영상 이미지로 바라 본 현실의 기록

_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best-known) 미지(unknown)의 감독"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미지의 감독, 하룬 파로키



  영화 <꺼지지 않는 불꽃 />에 등장하는 하룬 파로키

[▲영화 <꺼지지 않는 불꽃>에 등장하는 하룬 파로키 ⓒHarun Farocki GbR Berlin]


하룬 파로키는 생전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미지의 감독’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언뜻 보면 모순적인 이 수식어는 그를 가장 잘 나타낸다. 이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본 이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간 그의 작품이 몇 개의 필름페스티벌이나 비엔날레 등에서 일부 소개된 적은 있지만,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처럼 큰 규모의 기획전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 전시장 입구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전시장 입구 ⓒ이지영]


하룬 파로키는 미디어를 통해 현 시대의 이면을 보여주고자 했던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미디어 예술가다.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진 그를 영화제가 아닌, 현대미술 전시관에서 만나보게 된 이유는 그가 영상을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전언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색다른 시각을 나타냈던 그의 작품세계를 돌아보고,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노동의 기록을 통해 던진 질문



  What Ought to Be Done? Work and Life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2018. 10.27.-2019.4.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포스터

[▲전시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포스터ⓒ국립현대미술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기관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15년부터 <필립 가렐> <요나스 메카스> 등 현대영화사에서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올해 또한 노동·전쟁·테크놀로지의 이면과 함께 이미지의 실체를 추적한 하룬 파로키를 조명하는 전시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디어를 통해 세계의 이면을 나타내고자 했던 그의 작품 9점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내년 2월 24일까지 열리는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전시 연계 특별상영 <하룬 파로키 회고전>을 통해 그의 작품 48편을 관람할 수 있다.



  하룬 파로키, <평행 Ⅰ>

[▲하룬 파로키, <평행 Ⅰ>ⓒHarun Farocki GbR Berlin]


<평행 Ⅰ-Ⅳ>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평행 Ⅰ-Ⅳ>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이지영]


6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평행 Ⅰ-Ⅳ> 작품을 제외한 전시 작품 8점 모두는 그가 집요하게 인간의 노동행위를 기록하고자 한 의도가 드러난다.

하룬 파로키의 <평행> 시리즈는 마치 게임 속 가상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평행 Ⅰ> 중 한 장면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듯한 모자이크 그림이 등장한다.

실제로 하룬 파로키는 <평행>을 통해 실제 이미지와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비교하고, 자연의 모습이 지난 시간동안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술에 의해 어떻게 다른 모습을 갖추어 왔는지를 추적하고자 했다. 이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면서도, 현실과는 또 다른 ‘평행 현실’이다.


<노동의 싱글 숏> 전시장 내부 

[▲<노동의 싱글 숏> 전시장 내부ⓒ국립현대미술관]


특히 7전시실의 <노동의 싱글 숏>은 마치 미로처럼 펼쳐져있는데, 전시실 내 스크린에서는 세계 여러 도시 16곳의 각기 다른 노동현장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 작품에는 저명한 배우가 출연해 연기하는 것도 아니며, 화려한 영상미 또한 찾을 수 없다. 그저 평범한, 보통의 일반 노동자가 등장해 짧게는 6분, 길게는 11분가량 노동이 행해질 뿐이다. 무미건조하고, 심지어는 지루하기까지 한 이 영상을 통해 하룬 파로키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노동의 싱글 숏>은 하룬 파로키와 그의 아내인 안체 에만이 2011년부터 시작한 워크숍 프로젝트로, 그가 타계하기 전인 2014년까지 15개 도시에서 촬영됐다. 이후 2017년 안체 에만이 3개의 도시를 추가해 촬영했고,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15개 도시의 노동현장과 2017년에 촬영된 도시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의 노동 현장이 추가됐다.

그들은 특별할 것 없는 일반의 노동 현장을 인위적 편집 없이 한 번의 연속촬영으로 담아냈다.

16개 영상에서는 각국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노동자가 등장하는데, 이를테면 환경 미화원, 간호사, 구두 수선공, 웨이터 등이다. 이들을 통해 흔히 볼 수 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다양한 노동현장을 면밀히 살필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각 도시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노동의 싱글 숏> 프로젝트 영상

[▲<노동의 싱글 숏> 프로젝트 영상ⓒ이지영]


미로 같은 전시실 내에서 각기 다른 노동의 모습은 단절돼있는 듯하나, 소리가 뒤섞이고 전시의 큰 축을 형성해내면서 결합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다양한 노동 현장과 각기 다른 도시 모습이 공존하면서 우리 사회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우리 주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중 <리용의 뤼미에르 공장 문을 나서는 노동자들>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중 <리용의 뤼미에르 공장 문을 나서는 노동자들>

ⓒHarun Farocki GbR Berlin] 

 

전시장 내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전시장 내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이지영]


이어지는 미디어랩에서는 벽돌 생산방식을 비교한 작품 <비교>와 110년간 제작된 영화 및 필름 조각 중에서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긴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등이 전시된다.

하룬 파로키는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기록영화 <리용의 뤼미에르 공장 문을 나서는 노동자들>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사 110년간 제작된 수많은 영화 중 퇴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담아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제작했다. 전시장 내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에서는 <리용의 뤼미에르 공장 문을 나서는 노동자들>의 노동자 퇴근 장면을 비롯해,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비교적 최근인 2000년에 제작된 영화 '어둠 속의 댄서' 등 다양한 시기와 배경 속 제작된 영화에서 등장하는 퇴근장면을 12개의 모니터에서 각각 볼 수 있다.



  <리메이크-공장을 나서는 사람들> 중에서

[▲<리메이크-공장을 나서는 사람들> 중에서ⓒHarun Farocki GbR Berlin]


전시 <리메이크-공장을 나서는 사람들>

[▲전시 <리메이크-공장을 나서는 사람들>ⓒ국립현대미술관]


또한 전시장 외부에는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재구성한 프로젝트 <리메이크-공장을 나서는 사람들>이 전시된다.

이는 <노동의 싱글 숏>과 마찬가지로, 노동의 단편적 모습을 담은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시대, 지역, 순간을 사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하룬 파로키 회고전



  MMCA필름앤비디오 전경

[▲MMCA필름앤비디오 전경ⓒ국립현대미술관]


MMCA필름앤비디오에서는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인 <하룬 파로키 회고전>을 통해, 그의 작품 중 48편을 매주 수, 목, 금, 토, 일요일에 상영한다. 또한 두 차례의 강연까지 준비돼있다.



  ‘하룬 파로키와의 대화’ 중 남수영 강연자의 낭독

[▲‘하룬 파로키와의 대화’ 중 남수영 강연자의 낭독ⓒ이지영]


<하룬 파로키 회고전>이 시작되던 주의 주말이던 11월 17일에는 ‘하룬 파로키와의 대화’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하룬 파로키의 네 작품 <정물 Still Life>, <산업과 사진 Industry and Photography>, <교도소 이미지 Prison Images>, <하룬 파로키가 가르쳐 준 것 What Farocki Taught> 을 함께 감상한 후 강연자의 낭독 및 대화로 이뤄졌다. 이 시간을 통해 관람객들은 하룬 파로키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오는 1월 19일 토요일 오후 4시에는 독일의 자유기고가 톰 홀러트가 ‘아카이브, 몽타주, 내비게이션. 하룬 파로키 작품에서 본 지식의 기능’이라는 주제로 서울관 필름앤비디오에서 강연을 진행한다. 또한 3월 30일 토요일 오후 4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움직이는 몸들: 하룬 파로키의 후기 작품에서 포착된 삶’이라는 주제로 영국의 영화학자 에리카 발솜이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 연계 강연은 모두 온라인 사전예약 또는 선착순 현장신청으로 참여 가능하며, 온라인 사전예약자가 우선적으로 입장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룬 파로키는 직설적인 이미지를 통해 현 세계를 비판하고, 사유하고 때로는 많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영상 매체를 통해 서사를 그려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가시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러한 점 때문에 그에게는 영화감독보다는 ‘작가’라는 호칭이 더욱 어울려 보인다.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것도, 흥미로운 시나리오를 구성한 것도 아니지만 그의 영상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현상들의 배후를 추적하고, 이를 통해 반(反)이성의 시대에 이성을 회복하길 바랐던 그의 작품세계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계속된다.


기간: 2018. 10. 27.(토) ~ 2019. 4. 7.(일)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6,7전시실, 미디어랩

시간: 

월, 화, 수, 목, 일요일 오전 10:00 ~ 오후 6:00

금, 토요일: 오전 10:00 ~ 저녁 9:00

관람료: 통합관람권 4,000원(오후 6:00 ~ 저녁 9:00 야간개장 및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무료 관람)


무료관람 대상:

만24세 이하 또는 만65세 이상

대학생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유공자증 소지시 본인 및 동반가족)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 유족증 소지자

미술관에 미술작품 등의 자료 기증자(기증자 카드 소지시 본인 및 동반가족)

국립현대미술관 유료회원

박물관·미술관 학예사 자격 취득자

예술인패스 소지자

ICOM(국제박물관협의회)카드 소지자

학생인솔교사 및 관광안내사(사전예약 단체에 한함)

장애인 및 동행보호자

기초수급 대상자 및 차상위 계층(증명서 제시자에 한함)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이지영기자 quxou@naver.com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주거환경학과

공공누리 3유형(출처표시-변경금지)

문화체육관광부 "영상 이미지로 바라 본 현실의 기록_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작물은 "공공누리 3유형(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 방문통계

통계보기

전체댓글(0) 별점 평가 및 댓글 달기를 하시려면 들어가기(로그인) 해 주세요.

  • 비방 · 욕설, 음란한 표현, 상업적인 광고, 동일한 내용 반복 게시, 특정인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내용은 게시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삭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 및 자료 등에 대한 문의는 각 담당 부서에 문의하시거나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질의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