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몸을 말하는 법_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
게시일
2018.10.02.
조회수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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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성은
 

한글로 몸을 말하는 법_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


‘심장’, ‘간’, ‘복근’ 등 우리 몸을 지칭하는 말들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 이들은 현재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생겨난 시점은 다르다. 이처럼 우리 몸을 나타내는 말들은 한글 고유어와 한자어 등 다양한 어원을 지니는데 그 이유는 개화기 서양의학의 도입이 우리말과 전통적인 사고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1906년 발간된 한국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와 이를 통한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의 만남이 초래한 우리말과 전통적인 사고의 변화를 주제로 10월 14일까지 특별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는 1부 ‘몸의 시대를 열다’, 2부 ‘몸을 정의하다’, 3부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로 구성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으로, 2014년 10월 9일 한글날에 개관해 한글문화를 정착시키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등 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한글 자료의 체계적인 수집과 보존, 연구의 노력과 이를 알리는 상설전시와 기획전시가 다채롭게 진행되어 우리 국민의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나는 몸이로소이다> 전시관 입구

[▲ <나는 몸이로소이다> 전시관 입구 Ⓒ신예진]


1부 몸의 시대를 열다


1876년 조선의 개항 이후 몸에 대한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른 전통의학과 근대 서양의학이 만나며 몸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새로운 몸의 시대가 열렸다. 동양은 몸과 정신을 하나로 보지만 서양에서는 몸은 물질일 뿐이고 그것을 지배하는 것은 정신이라고 보기 때문에 몸에 대한 근본적인 세계관의 차이가 존재했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사람의 몸을 열어 직접 아픈 부위를 살피는 외과 치료나 시체를 해부하여 인체 구조를 살피는 해부학이 단순한 물질인 몸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전통의학은 약재나 침을 이용해 몸의 조화를 이루는 간접적 치료를 지향했다.

 

 

고종 임금의 어의 분쉬가 사용한 외과 도구

[▲ 고종 임금의 어의 분쉬가 사용한 외과 도구 Ⓒ신예진]

 

음양오행의 질서가 담긴 동양의 전통 의서 

[▲ 음양오행의 질서가 담긴 동양의 전통 의서 Ⓒ신예진]


조선에서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 죽음의 원인을 밝힐 때도 겉으로 드러난 흔적을 조사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시체의 몸을 열어 관찰하지 않았다. 몸과 정신이 하나라는 세계관에 따라 몸의 훼손을 극도로 꺼린 것이다. 따라서 개화기 서양의학과 해부학을 받아들이며 조선의 근본적인 세계관을 뒤흔드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조선시대 독을 확인하는 검시 도구로 사용된 은비녀

[▲ 조선시대 독을 확인하는 검시 도구로 사용된 은비녀 Ⓒ신예진]

 

강릉에서 발생한 치사 사건 검시 보고서 

[▲ 강릉에서 발생한 치사 사건 검시 보고서 Ⓒ신예진]


14세기 서양에서는 몸과 마음을 나누고, 몸을 보편성과 합리성의 잣대로 분석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이 생각은 죽은 사람의 몸을 큰 죄책감 없이 해부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서양의 외과 기술 발전으로 이어졌다. 근대 서양의학은 17세기 무렵 일본에 도입되었고, 일본에서는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했다. 한국은 19세기 말 일본을 통해 서양의학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본 최초의 서양 해부학 번역서

[▲ 일본 최초의 서양 해부학 번역서 Ⓒ신예진]


2부 몸을 정의하다


한글 창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몸을 가리키는 우리말과 글은 계속해서 변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맞이한 우리말의 변화다. 서양의학의 도입으로 몸을 지칭하는 말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고, 기존의 말이 사라지거나 그 의미가 변하기도 했다. 한국은 일본을 통해 서양의학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개화기에 새로운 일본식 한자어가 많이 유입됐다. 이러한 한자어는 기존의 고유어를 대체하거나 새롭게 알게 된 신체기관을 가리키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한자어의 유입에도 여전히 전통적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말들도 남아있다.

 

 

동서양의 병 이름을 비교한 책

[▲ 동서양의 병 이름을 비교한 책 Ⓒ신예진]

 

<우리 몸을 나타내는 말의 질서>: 몸을 이야기 할 때 공통으로 사용되는 어휘를 정리하였다 

[▲ <우리 몸을 나타내는 말의 질서>: 몸을 이야기 할 때 공통으로 사용되는 어휘를 정리하였다 Ⓒ신예진]


근대 서양의학은 전통의학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이전에는 알 수 없던 몸의 내부에 대한 인지가 가능해진 것이다. 몸 내부의 혈관, 세포, 뼈, 근육 등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고, 이를 지칭하는 어휘들이 만들어졌다. 조선에서는 이를 근대 학문으로 교육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인체 해부 교육용 모형

[▲ 20세기 인체 해부 교육용 모형 Ⓒ신예진]


3부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한국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는 1906년 대한황성제중원에서 출간한 「해부학」 권 1-3이다. 이는 일본의 이마다 쓰카누의 「실용해부학」 권 1-3을 김필순이 번역하고, 에비슨이 교열하여 완성되었다. 번역 과정에서 완성된 원고가 불타 없어지는 등 여러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이를 딛고 한글 해부학 교과서가 탄생했다.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 Ⓒ신예진]


제중원과 이후 세브란스병원 의학교에서는 「해부학」 외에도 다양한 한글 의학 교과서를 발간했다. 이러한 한글 의학 교과서들은 낯선 서양의학의 개념을 우리말로 정의함으로써 근대 서양의 관점을 수용하고, 서양의학을 우리의 지식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초의 한글 약물학 교과서

[▲ 최초의 한글 약물학 교과서 Ⓒ신예진]

 

한글 피부병 진단 교과서 

[▲ 한글 피부병 진단 교과서 Ⓒ신예진]


전시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듣기 위해 국립한글박물관의 오용환 해설사를 만나보았다.


Q. <나는 몸이로소이다>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A. 이번 전시는 최초의 한글 해부학 교과서인 ‘해부학’을 통해 서양의학이 들어오며 우리말에 어떠한 변화를 끼치게 되었는지를 다루는 전시입니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가장 큰 차이점인 ‘해부학’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개념을 지칭하기 위해 말이 만들어지거나, 기존에 사용하던 말이 바뀌는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번 전시는 이러한 변화를 다룹니다.


Q. 새로운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우리말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A. 우리 신체를 이루는 말들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우선, 해부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뼈, 근육, 장기 등을 지칭하는 이름들이 만들어지며 새로운 말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해부학이 일본을 통해 들어오면서 일본에서 만든 한자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예로는 과거에 심장을 의미하는 말로는 순우리말 ‘염통’을 많이 썼지만, 현재는 ‘심장’이 사용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무릎뼈를 의미하는 순우리말 ‘장기뼈’, ‘종지뼈’ 등도 해부학이 들어오며 한자어 ‘슬개골’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이전에 사용하던 순우리말 단어가 한자어로 교체되거나 사라지는 등 개화기 해부학의 도입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나는 몸이로소이다> 전시 해설 안내

[▲ <나는 몸이로소이다> 전시 해설 안내 Ⓒ신예진]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에서는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해설사의 한글 전시 해설이 진행된다. 별도의 신청을 하지 않아도 시간에 맞춰 전시관 앞으로 가면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풍부한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나는 몸이로소이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우리 몸을 가리키는 말을 새롭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더운 여름, 시원한 박물관에서 우리 몸과 말의 관계를 탐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 목 : 국립한글박물관 <나는 몸이로소이다>

기 간 : 7. 19. (목) ~ 10. 14. (일)

장 소: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관람료: 무료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울림 13기 신예진 기자 zlovexz@naver.com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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