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독서의 해, 작가를 만나다] 우리나라에서 시를 가장 많이 읽는 시인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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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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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독서의 해, 작가를 만나다

 

우리나라에서 시를 가장 많이 읽는 시인,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고 학창시절에 읽었던 익숙한 시,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 한 켠에 기록되어 있는 이 시는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이다. 최근 열 번째 시집은 『북항』을 출간한 안도현 시인을 만났다. 이 인터뷰는 스스로 ‘우리나라에서 시를 가장 많이 읽는 시인’이라고 표현한 안도현 시인과 나눈 속 깊은 ‘대화의 모든 것’이다.

 


 

“투명과 불투명의 사이, 명징함과 모호함의 경계쯤에 시를 두고 싶었으나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개판 같은 세상을 개판이라고 말하지 않는 미적 형식을 얻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말과 문체를 갱신해 또 다른 시적인 것을 찾고자 하였으나 그 소출이 도무지 형편없다. 저 들판은 초록인데, 나는 붉은 눈으로 운다.” _ 『북항』 작가의 말 중

 

안도현: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등을 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향이란, 조상이 묻혀있는 곳은 고향이지

 

Q. 『북항』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북항’이라는 항구는 부산, 목포, 인천에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이라는 글자가 대한민국 사람에게 단순히 방향만 표현하는 글자가 아니잖아요. 이념도, 눈물도, 원망도 들어가 복잡한 북의 상징, 이미지를 섞어본 것입니다.

 

Q. 5년 만의 신작입니다.

평소에는 2∼3년 만에 한 번씩 시집을 출간했었는데, 이번엔 어쩌다보니 5년 만이네요. 최근 1년간 시를 한 편도 쓰지 못하기도 했고, 모색의 기간이 길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전의 형식을 되풀이하지 않는, 새로운 미적 형식을 추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Q. 옛 선인들의 해학이 담긴 시가 종종 눈에 띄었는데, 이번 시집에서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이번 시집은 화자의 말투를 바꿔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최근 몇 년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중에 옛날 조선 시대 실학자들이 쓴 글들을 참고했죠. 정약용, 이덕무, 박지원 같은 분들이 써 놓은 글을 보면서 ‘번역 문체를 시에 활용해보자!’ 생각했어요. 고전 번역이 가지고 있는 약간은 촌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깐깐한 선비의 목소리를 이런 고어체가 대신해 줄 수도 있겠다 싶었죠. 예를 들어 ‘설국’이라는 시가 그렇죠.

 

 

좋은 글은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것

 

안도현 시인의 작업실

 

Q. 시인 안도현에게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요?

글이라는 것은 시, 소설, 산문, 신문기사, 자기소개서, 문자메시지까지 어떤 형식이든 간에 자신을 표현하는 양식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쓴 글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쓰는 것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에 대한 기쁨을 제공하는 것이고,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것도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슬픔, 기쁨, 분노, 감동 모든 것을 표현하고 느끼게 하는 글 모두가 광의적으로는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먼저 내 마음을 드러내야 하겠지요. 내 마음을 드러내서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멋지지 않은가요?(웃음)

 

Q. 시인이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는 시를 쓴다는 것도 잘 모르고, 읽는 것이 재밌어서 그냥 많이 읽었어요. 많이 읽다 보니 시가 주는 감동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씩 알 것 같았고, 눈치를 채기 시작하면서 ‘아! 나도 남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가짐에 시인이 되고자 했습니다.

 

Q. 요즘 젊은 층에는 시가 낯설게 다가가기도 하고, 시에 관한 관심이 예전보다는 덜 한 것 같아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취향에 따라 다른 음식을 먹잖아요. ‘나는 내 취향대로, 다른 사람은 그 사람에게 맞는 취향대로’가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편식을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시도 다양하게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물론 시가 주는 아름다움과 그 느낌을 모르는 학생들도 많아요. 요즘은 국어 시간에 시를 배우면 시를 나눠가며, 찢어가며 분석하듯이 보니까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분석하기보다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관심을 두고 느끼기 시작하면 시의 재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Q. 「너에게 묻는다」 시가 매우 유명한데,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시를 보고 수많은 사람이 ‘뜨끔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너에게 묻는다」는 저의 해직 시절에 쓴 시고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였습니다. 해직이라는 힘든 시절을 버텨나가기 위해 나 자신만을 생각하지 말고,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시였습니다.

 

Q. 그러면 해직이라는 것이 긍정적으로 다가갔나요?

글쎄요. 그 당시 전국에서 1,500명이나 되는 교사들이 해직됐는데 저는 그나마 글을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해직 이후에도 다른 해직교사들보다는 덜 힘들고 덜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해직 당시를 떠올리면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는 생각에 힘들긴 했지만, 한편으로 저 스스로에게는 제일 뜨거운 시기였고, 그랬기에 더 달콤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돌아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었겠네요.

 

Q. 안도현의 시에는 특히 안도현만의 경험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좋은 글은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잖아요. 그런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제가 시나 글에 장치해놓은 전술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에 상대방과 말을 할 때 ‘내가 겪은 거야’라고 하면 상대방이 제일 잘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내 친구가 봤다는데, 이런 일이 있었대’라고 말하면 마음을 움직이는 것과 점점 멀어지고, 낯선 느낌이 많이 들겠지요? 물론, 글을 쓴 사람의 체험이 어느 정도 있어야 시와 글로 표현할 수 있고, 나타나는 것이겠죠. 다시 말하자면, 내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것도 있고, 내 이야기인척 하면서 보편적인 공감과 이해를 돕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시

 

Q. 그렇다면 시 중에 본인의 현실과 마음, 경험을 있는 그대로 투영한 시는 무엇인가요?

제가 시집이 열권이 있는데, 그 중『외롭고 높고 쓸쓸한』에 있는 시들이 대표적입니다. 이 시집은 해직기간에 쓴 것이기 때문에 당시의 제 생활을 잘 반영했습니다. 「너에게 묻는다」이외에도, 「연탄 한 장」,「기관차를 위하여」,「국방색 바지에 대하여」,「나의 경제」,「집」,「옷」등이 제 생활을 반영하고 경험을 반영한 것들입니다. 해직이라는 것이 일반사람들에게는 드문 경험이기 때문에, 해직이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시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했지요(웃음).

 

Q. 그렇다면 현실적이고, 본인의 경험이 들어간 시를 주로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시를 관념적으로 쓰기보다 구체적인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시에서 구체성이라는 것은 시에 여러 가지 작용을 하는데, 첫 번째는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문학이 삶이라는 것과 동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저만의 문학관 때문입니다.

 

Q. 현실적인 시를 많이 쓰시지만 사랑, 연애에 관한 시도 굉장히 많이 쓰셨어요.

사랑이나 연애에 대해서 쓴 시 중에 많이 알려진 것들이 있지요. 사랑, 연애도 우리 삶에 있는 것들이고, 우리의 경험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사랑이 남자와 여자가 둘이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말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랑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그 배경들, 함께한 기억, 추억, 모든 것을 포함하죠. 상대방의 얼굴과 몸만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의 빈털터리 지갑도 사랑하고, 그의 친구들도 사랑하고, 그의 못난 점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한 보고 싶음이 아니라 사랑함으로써 서로가 이 세상 속에서 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이런 생각들을 시에 녹여내기도 하고요.

 

Q. 그렇다면 현실과 낭만 사이를 구분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현실과 낭만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체게바라의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낭만이라고 한다면 게으름과 유흥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텐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 이 팍팍한 현실 너머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현실이 싫다고 이민 갈 수 없는 것처럼, 뿌리는 지금 이곳에 두고 있지만, 이상을 항상 꿈꾸며 사는 것처럼, 시가 사람들에게 낭만 같은 존재고, 꿈과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습니다. 즉 현실과 낭만은 떨어질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Q. 시는 보통 어디서 쓰시나요?

학교 연구실에서도 쓰고, 방학 때에는 10~15일 정도 산속이나, 저만 아는 비밀 공간에 틀어박혀서 씁니다. 그 곳에는 전화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는 곳에서 시만 생각하고, 시만 읽고, 시만 쓰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주 쯤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어디인지는 비밀입니다(웃음).

 

안도현 시인

 

Q. 시를 쓰는 과정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저는 1,000편이 넘는 시를 써오면서 그 어떤 것도 첫 줄부터 끝까지 한 번에 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영감이 떠오르면 메모를 해놓는데, 그 메모들이 쌓이고 쌓여서, 아주 오래전 메모부터 최근의 메모까지 있습니다. 사람이 하루하루마다 기분도 다르고, 영감도 다르잖아요? 그러면 메모를 쭉 보다가 ‘아! 오늘은 이 메모가 나와 맞는 것 같다’ 싶으면 그 주제를 가지고 씁니다. 그 후에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저도 한 번에 시를 써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웃음) 그리고 제목은 먼저 생각하고 쓸 때도 있는데, 주로 시가 완성된 다음에 제목을 쓰는 편입니다.

 

Q. 선생님이 시에 대한 재능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닙니다.(웃음) 저는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글을 쓰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글이라는 것은 재능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관심, 열정,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능이 없음에도 시가 재밌었고, 흥미로웠고, 시를 쓰기 위해 더 많은 책을 읽고 퇴고를 하고, 고치고 더 많이 노력했었습니다. 그래서 재능이 있다고 소문이 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안도현의 젊은 날은 어땠나요?

8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때는 머릿속에 시 밖에 없었지요. 5공화국의 광주항쟁 이후의 군부독재를 경험하면서, ‘내 시가 골방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하면 광장과 결합할 것인가. 내 글이 어떻게 하면 세상과 결합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이바지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대학생활은 그 정도로 시에 몰두해서 F 학점이 10개나 되고, 학사경고도 2번이나 받았었습니다.(웃음) 단순히 내가 놀고 게으름 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내가 쓴 시의 길을 열어가겠다’라는 젊은 날의 열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잘 알려진 시인으로서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잘 알려진 시인이라는 말을 앞으로는 덜 듣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잘 알려졌다는 말이 대중적 시인이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까지는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도현은 대중시인이다’라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표현입니다. 시, 소설, 영화, 음반 같은 것은 많이 팔려야 최고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는 많이 팔리고, 잘 알려진 시인이라고 해서 최고의 시가 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래도 시집이 인기가 많고, 많이 팔리면 기분이 좋긴 하죠(웃음).

 

Q. 그렇다면 본인을 어떤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저를 보고 ‘시를 잘 쓴다’고 하지만 저는 아직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시를 잘 쓰는 시인’, ‘완벽한 시인’이라고 말을 하기도 해요. 그러나 저는 시 한 편을 쓰는 것에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수십 번 고치는 것 같이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시를 가장 많이 읽는 시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항상 다른 시로부터 배우고 더 많이 읽고, 더 노력하기 때문이죠.

 

Q. 본인이 느끼기에 시인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인이 직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이 직업이 되려면 생계유지가 가능해야 하는데 시를 쓰는 것만으로 생계유지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현 자본주의 사회에 역행하는 부분이죠. 그럼에도 시인이 좋은 이유는 세상이 바라는 곳, 세상이 가자는 곳으로 따라가지 않고, 그 뒤에서 그 이면을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돈이 최고다’고 말할 때, ‘돈이 최고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시이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고치고 발상을 바꿔야 할 부분이 매우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는 시인이지만, 시인이 아닌 깨어있는 시민 역할로써, 또 시인으로서, 시를 통해 발언할 수 있지요.

 

안도현 시인

 

Q. 가장 존경하는 혹은 존경하던 시인이 있나요?

‘백석’시인입니다. 백석의 시에는 평안도 지방의 토속어와 습속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북을 향한 그리움이 아니라 남북대립이전의 우리 영토 등에 있어서 묘한 그리움을 주는 것입니다. 제가 요즘 ‘백석 평전’을 쓰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년 초 발간할 예정인데, 아직 백석 시인에 대해 제대로 정리한 평전이 아직 없습니다. 이미 알려진 것 말고 분단 이전과 이후의 행적까지 정리할 계획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선 1988년 이후 백석의 시가 본격적으로 읽히기 시작했지만 그의 삶에 대해선 여전히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아 아쉽습니다.

 

Q. 다른 시인의 시중 가장 좋아하는 시는?

하나만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시들을 엮어놓은 시집도 있습니다.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안도현의 내가 사랑하는 시.

 

Q. 시뿐만 아니라 동화, 동시까지 다양한 장르를 다루시고 있습니다.

혹자는 제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기 때문에 작가로서 욕심이 많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시인으로 오랫동안 살아왔고, 시인으로서 어른을 위한 동화나 동시를 쓰는 것일 뿐입니다. 2010년에는 첫 동시집 『냠냠』을 냈습니다. 동시를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시의 영역에서 동시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르에 대한 욕심은 없고, 만약 제가 발견한 어떤 시적인 내용이 서사의 옷을 입어야 어울린다면 저는 그것을 서사 구조 속에 넣고, 부풀리는 것일 뿐입니다.

 

Q, 시인으로서 뿌듯함을 느낄 때는 언젠가요?

시집 인쇄가 들어올 때죠. (웃음) 농담이고요. 누군가 제 시를 읽고 ‘감동이었다’고 말해 줄 때입니다. 또한 ‘그 시가 나를 바꾸고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해줄 때 저 역시 감동받습니다.

 

Q. 선생님의 평소 수업시간이 궁금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어떤 것을 주로 가르치시나요?

보통 문예창작이면 글을 쓰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오해를 많이 합니다. 물론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긴 하지만, 글이라는 것이 방법을 안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 태도 등 모든 것을 통틀어 염두 해야만 좋은 글이 나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열정을 품어야 한다’고 항상 말합니다. 또한 저는 학생들과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위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고,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조언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선생이나 선배는 존경해야하고, 머리위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후배들에게 우리를 밟고 더 높이 올라가라고 징검다리처럼 있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이 더 커서 세상을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죠.

 

Q. 젊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요즘 대학생들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취업의 문제에 대해 너무나 일찍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하는 공부가 있다면 공부를 더 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더 고민해도 되는데, 그것은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취업주의적인 것입니다. 물론 나름의 고민은 많이 하겠지만, 조금 더 진중하게 시간을 두고 꿈과 인생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으로서 자신은 재능이 없다며 남들보다 수십 배 노력하는 안도현 시인. 그의 시집 『북항』은 그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일기’에 이어 ‘북항’, ‘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국화꽃 그늘과 쥐수염붓’, ‘입추’, ‘명궁’, ‘설국’ 등 실린 시들은 제각각 각기 다른 아름다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에 펴낸 『북항』은 그의 인생에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시집 아홉 권에 대한 점검과 반성을 바탕으로 새롭게 변모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안도현 시인. 그와의 인터뷰 마지막은 안도현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가장 들려주고 싶다는 시 「일기」로 끝맺는다.

 


 

일기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문화체육관광부 임현채 대학생기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littleprinc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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