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50주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최태지 단장을 만나다
게시일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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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국립발레단 50주년, '도약'을 준비하는 최태지 단장을 만나다


한국의 대표적 예술단체인 국립발레단이 창단 된 지 올해로 50년이다. 1982년 이래 최고 수준의 작품으로 명성을 이어온 국립발레단은 새로운 슬로건과 다양한 공연으로 반세기의 연륜을 맞이한다. 50년 역사에서 발레단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끈 최태지 단장을 만나 발레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세기를 걸어온 국립발레단의 야심작


Q. 이번 5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공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희 국립발레단은 ‘50년의 꿈, 100년의 감동’이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50년간 세계적 발레단과 많은 레퍼토리를 구축해왔습니다. 그래서 50주년이 되는 올해에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창작활동에 주안점을 둘 생각입니다. 21세기형 창작발레인 신작 <포이즈(POISE)>도 준비 중이고, 국악의 거장 황병기 선생님과 새로운 작품도 만들고 있어요. 물론 <지젤>이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처럼 국민들이 많이 사랑하는 명작 발레도 공연할 예정입니다.


Q. 새롭게 선보이는 <포이즈>는 어떤 작품인가요?

<포이즈>는 ‘발란스’를 의미합니다. <왕자호동>, <춘향>과 같이 한국의 전통성을 대변하는 작품이 아닌, 좀 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면서 모던한 작품이에요. 클래식이나 모던, 한국무용 등으로 분류하기보다는 음악을 따라가며 나오는 춤 그 자체를 탐구합니다. 아직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저희도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어요. 본래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때는 그것이 완전히 완성되기 전까지도 어떤 모습이 나올지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거든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창작발레인 신작 <포이즈(POISE)> 



발레의 세계화 명품화 대중화를 꿈꾼다


국립발레단은 50주년을 맞아 발레의 ‘세계화 명품화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과의 합동공연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명품화’는 세계의 거장 안무가들과 교류하고 작품을 초빙해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발레를 소개한다. 이 밖에 여러 지방을 직접 방문해 공연하며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Q. 발레의 명품화와 대중화라는 개념은 서로 충돌하지 않나요?

제가 2008년에 발레단에 다시 들어왔었는데 그때부터 국립발레단이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하는 공연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공연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무대까지 갖추어 명품 종합예술을 제공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명품발레는 이를 구성하는 레퍼토리적인 의미에서의 명품을 말하는 것이죠. 이에 비해 대중화는 이러한 명품을 대중과 나누는 것입니다. 5년 전부터 3-4천 원 값의 티켓도 팔고, 아주 특별하지 않은 이상, 십만 원이 넘는 티켓 팔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또한 연간 100회 정도를 지방에 가서 공연합니다. 국가 예산의 도움으로 다문화가정이나 실버계층, 장애우를 위해 찾아가 공익사업과 함께 발레의 대중화를 이루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명품 공연과 함께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 즉 ‘명품화=대중화’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Q. 국립발레단이 세계적인 발레단이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세계 유수의 발레단과 함께 공연하며 상호 교류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른 발레단과 무대에 함께 섬으로써, 그들과 하나가 되는 과정이 중요해요. 물론 최근에는 세계적인 스타나 해외의 뛰어난 무용수들을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데려오다 보면, 우리 무용수들을 키워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5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이제 우리도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외국 발레단에서도 우리를 초청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연 140회 공연, 국민의 사랑이 있어 힘들지 않아요



1997년 시작된 <해설이 있는 발레>는 최태지 단장이 만든 공연사업으로 각종 신기록을 세우며 연속 전회 매진 기록을 세우고 있다. 특히 <찾아가는 해설이 있는 발레>는 서울을 벗어나 소외지역이나 군부대 등 문화향유의 기회가 적은 계층을 찾아가는 공익사업으로 발전시켜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2년 공연일정표

 


Q. 지방 공연을 많이 다니면 단원들이 힘들어하지는 않나요?

세계적 발레단들은 그들의 홈그라운드, 홈시어터를 두고 공연하지만, 우리는 예술의전당의 상주단체이다 보니 전용극장이 없지요. 특히 지방의 경우 많은 극장을 돌아다니면서 단원들이 고생할 때는 참 안타까워요. 우리 공연의 3분의 2가 지방공연인데…. 그렇지만 우리 단원들 정도의 프로페셔녈리즘이라면 안에서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을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할 거라 확신합니다. 매일 관객을 만나 그들에게 감동을 주고, 또 단원들은 그들의 박수소리에 가슴 벅찬 감동을 받기 때문이죠. 오히려 공연이 많은 것은 무용수로서 행복한 시간이에요. 슈튜트가르트나 파리오페라 발레단는 연간 200회는 공연하는데, 단원들은 그런 발레단을 부러워하죠.

 

Q. 지방에 갔는데 발레를 할 수 있는 공연장이 별로 없으면 속상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미리 답사를 가서 그곳에 맞게끔 규모를 작게 하거나 해설발레를 해요. 사실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세계적인 작품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해설을 하지 않지만, 지방에서는 대부분 <해설이 있는 발레>를 합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곳에는 발레를 생전 보지 못한 분들이 많아서 그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발레를 관람해 주셔요. 그들의 호응 덕분에 단원들은 다시 힘을 얻죠. 가끔은 분장실이 없어 단원들이 화장실에서 분장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지만, 국립발레단으로서 국민들과 함께 문화향수의 기회를 드리는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람을 느껴요. 또 무용수들에게 브라보도 외쳐주시고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도 해주시니 속상하기는커녕 그 호응에 단원들은 지방 가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얼마 전 감사하게도 대기업으로부터 우리 단원들 편히 다녀오라고 리무진 버스도 기증 받았지요. 그렇게 후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최단장은 지방공연을 통해 무용수들이 무대경험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새로운 발레스타를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아무리 홀에서 연습을 하더라도 무용수는 직접 무대에 서서 많은 관객을 만나고 작품을 다루면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기회를 주고, 지방공연에서 경험을 쌓은 후에 대극장에 데뷔하는 과정을 거쳐 스타를 발굴한다. 전막 발레에는 코르드발레(발레 군무)가 그 발레단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지만 주역을 맡은 스타무용수가 누구인지에 따라 티켓 판매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스타 마케팅도 중요하다고 했다.



발레 열풍, 이제부터가 시작이에요


2010년 문화부가 초대권 제도를 폐지했는데도 작년에 국립발레단의 <왕자호동>의 유료 관객 점유율이 95%를 넘었고, <지젤>은 국립발레단 사상 처음으로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최근 리바이스 청바지 회사의 광고에도 국립발레단 무용수의 다양한 발레 동작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광고는 물론 잡지, 화장품, 영화,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고, 여성들 사이에서 체형 교정이나 몸매 관리를 위한 발레 클래스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발레열풍 


Q. 발레학교의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가끔 이런 편지를 받아요. 아이가 너무 발레를 하고 싶어 하는데, 사교육비도 비싸고 개인레슨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 내용 말이에요. 너무 안타깝죠. 현재 세계의 유명 발레단은 모두 부설발레학교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예술을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형편이 어려워도 재능 있는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발레학교가 생겨야 합니다. 발레는 몸매 하나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력과 음악성, 연기력까지 많은 자질이 필요하므로 오랜 훈련과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에 필요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죠. 발레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사교육에 맡기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Q. 우리나라 발레교육이 외국과 많이 다른가요?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어머, 대학 졸업장 있는 발레리나가 있어?”라고 묻습니다. 모든 것이 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체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한국의 발레교육에는 일대일의 개인레슨이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이의 발레실력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1, 2, 3등으로 나누다 보니, 누구보다 뛰어나거나 지지 않는 방식의 교육이 팽배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스타성이 강한 무용수가 많고, 해외 콩쿠르에서 상을 많이 받기도 하죠. 하지만 예중 예고도 지금까지 온전히 입시를 위해 존재했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매달려 등수와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스트레스성 교육방식에 얽매여 있습니다.


Q. 입시 위주의 발레교육에 문제가 많은 것 같네요.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까요?

예능계 아이들의 이력은 어디 학교를 나왔느냐가 아니라 어느 선생님에게 배웠냐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입시 위주 사회에 휘둘린 발레교육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발레 공연도 제대로 안 봐요. 그래서 발레단 들어와 다시 교육을 시키고 나서 무대에 올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특별히 남자의 경우에는 병역 문제 때문에 국내외 특정 콩쿠르에 나가 상을 받아야만 면제 되니, 콩쿠르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요.


최태지 단장은 ‘영재학교’가 아닌 ‘발레학교’ 라는 타이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재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프로를 만든다는 취지의 발레학교여야 하며 세계의 발레학교를 벤치마킹해 점진적으로 설립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프로페셔널리즘만으로도 사회에서 공연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그 시점에 발레학교가 생겨 전문성을 갖추고 능력 있는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최단장은 사교육이나 입시 위주의 예술교육이 아닌 순수발레를 위해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발레학교가 꼭 필요하고 이것이 한국발레 발전을 이끌 것을 확신했다.


국립발레단 50주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최태지 단장을 만나다


앞으로의 50년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Q. 50주년을 기념해 초대 발레단장인 임성남 선생님을 기념하는 사업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네, 국립발레단이 이제 재단법인화도 되었고 지난 50년간 많은 과정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뒤를 돌아보는 새도 없었습니다. 이제 지나온 역사를 정리할 시간이 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50주년을 맞아 국립발레단에서 책도 내면서, 한국 발레를 개척하고 이끌어 주신 임성남 단장(1929~2002)님의 10주기를 추모하는 행사도 할 예정입니다. 11월 11, 12일에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공연과 추모식, 그리고 선생님의 동상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맞이할 50년이 더 중요하겠지요?

50년이란 시간은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일해요. 우리를 기다리는 관객에게, 또 찾아오지 못하는 분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발레를 아주 클래식하고 고급예술이라고 생각해 멀리하기 쉽지만, 그러한 고급예술이 국민들 모두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길을 저희가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고 공연을 통해 현실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운 예술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지켜보고 응원해 주세요!


문화체육관광부 손예운 대학생기자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부 yeye92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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