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단색화전’ 이강소 작가 스튜디오를 가다
게시일
2012.04.10.
조회수
6238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2-3704-9044)
담당자
이유진

한국의 단색화전 이강소작가 작업소를 가다

 

매섭던 봄바람이 한풀 꺾이고 이제 정말 완연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봄을 맞이해서 미술관 나들이 어떠신가요? 국립현대미술관은 3월 31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단색화전’을 통해 지난 40여 년 간 한국의 단색 화가들이 이룩한 마음의 풍경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이 전시의 연계교육 문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30명의 지원자를 받아 이강소 작가 스튜디오 탐방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강소 작가는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는 도전정신으로 유명한 한국의 대표 미술 작가로 이번 단색화전에 출품한 6인 중 한 명입니다. 인터넷 사전 접수가 2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시작 전부터 작가님을 향한 관심이 고조되었는데요.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이 오전 아홉 시 시청역으로 속속히 모여들었고 다 함께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이강소 작가의 스튜디오로 이동했습니다.




 

출생 1943년(대구광역시)

학력 서울대학교 회화과 학사

수상 2003년 이인성 미술상

경력 1985~1987 뉴욕주립대학교 올바니교 객원교수

     1982~1993 경상대학교 교수

대표작 선술집. 갈대. 허(虛)시리즈 외 다수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푸근한 인상의 이강소 작가가 방문객들을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마치 소박한 미술관을 구현해 놓은 것 같은 두 채의 전시관과 설치 미술품 보관․작업실, 조각실, 그리고 거대한 캔버스가 즐비한 작업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강소 작가는 이 공간들을 직접 안내하며 작업 과정과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이강소 작가 스튜디오

 

처음 들어간 전시실에서는 작가님의 조각품과 그림, 사진 작품 등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네모나게 잘려져 손가락으로 푹 찌르면 들어갈 듯한 자연스러운 질감의 조각품들이었습니다. 이강소 작가는 “1980년부터 고민했던 것이 종래의 조각방법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해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모로 궁리를 하면서 석고를 떠보기도 하고 브론즈를 떠보기도 하다가 생각한 것이 이렇게 흙 모양을 그대로 굽는 방법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이건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나오는 대로 던져서 하나의 조각을 만드는 겁니다. 막무가내로 하면 돼요. 한 30년간 하니깐 그냥 던져도 작업 비슷하여지더라고요.” 라고 유쾌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강소 작가 스튜디오


다음으로 들어간 곳은 이강소 작가의 설치미술 대표작을 보관해 놓은 공간이었습니다. 며칠 전 앞으로 들어올 작품들을 위해 공간을 더 넓혔다는 이곳은 이강소 작가가 그동안 작업했던 설치미술품들의 역사를 보는 듯했는데요. 보관해 놓은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분황사’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실제로 분황사 종각의 기둥이었던 것을 골동품 상점에서 발견하고 보관해두었다가 작업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선반에 올려져 있는 ‘갈대’와 ‘선술집’에 쓰인 의자, 테이블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강소 작가의 작품 창작 계기와 과정을 듣고 일상생활 속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대상에서 숨겨진 이야기와 의미를 발견한다면 훌륭한 창작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강소 작가 스튜디오


이어서 방문한 공간은 수백 개의 조각품들이 놓여있는 곳이었습니다. 바닥과 선반을 가득 채운 하얀 천을 씌운 수많은 조각품들이 늘어져 있는 모습에 방문객들 모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이곳은 토련기를 이용하여 앞서 전시관에서 보았던 조각들을 만드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토련기의 끝에 원통형이나 각진 모양의 틀을 끼워 나오는 흙덩어리를 마음 내키는 대로 던져 작품을 완성합니다. 이강소 작가는 “모양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작업을 하면 절대 좋은 작품이 나오질 않습니다.”라고 하며 조각하는 과정을 한석봉 어머니가 어두운 곳에서 떡을 썰어도 반듯한 모양의 떡이 나오는 것에 비유하였습니다. 언뜻 보면 쉬울 것 같지만 수년간의 연구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실제로 후배들이 와서 직접 시도해본다고 나서도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웃음 지었습니다.


 

이강소 작가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그가 끊임없이 주변의 모든 것들과 상호작용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강소 작가는 무생물이라고 여기는 캔버스도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으며 나와 연결되어 존재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성으로 스튜디오를 옮기면서 자연과 교감하며 살고 있는 그의 그림에서 왜 자연스러운 호탕함과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소통과 공감, 이 멋진 것들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강소 작가


Q.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막막한 캔버스에 어떻게 하면 저의 표현이 담겨져서 타인에게 연결되어 강요하지 않는 구조로 편하게 관련지어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지금 내 세상은 어떻고 현재 내 상태는 어떻고 개인적인 느낌은 이렇다는 것을 화폭에 담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가능하면 그런 것보다 더 근저에 있는 무언가, 우주라는 큰 세계에 있는 기본적인 것들인 소통과 공감과 같은 멋진 것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가 하는 노력입니다. 가능하면 욕심을 빼고 실제적인 것과 자연적인 상황 흐름을 중시하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그러면 작업 역시 좀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급하면 조급한 것이 화면에 보이기 때문에 그런 구조에서 작업이 가능하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작업을 하려고 일부러 영감을 찾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 재밌다 싶은 재료를 구해놓고 보관해두면 어느 순간 잠을 자려다가도 이거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또 우리가 평소에 교류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소중한 것들이 쉽게 잊히는 게 많거든요. 어느   순간에 아 이런 것도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었는데 놓치고 있구나 하는 고마운 존재를 불현듯 느낄 때가 있어요. 그것을 드러내는 것, 드러내서 공유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셨는데 앞으로 할 예정이거나 하고 싶은 작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제가 수년째 작업을 하면서 과거에 작업을 했던 것들과 진행 중인 것들이 뒤죽박죽이 돼서 엉망진창이에요. 제가 없으면 아마 청소도 제대로 못 할 겁니다. 아직 마무리를 못한 것도 많이 남아있어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또 제가 욕심이 많아서요. 비디오작업 같은 것도 계속하고 싶고요. 비디오 작업에 관심이 많아서 감상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조각과 회화같이 지금 하는 분야에서도 가만히 보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아요. 그 놓치고 있는 부분을 그냥 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제 나름대로 제안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미술을 하며 아쉬운 것은 나이가 먹으면 자꾸 개인적으로 흩어지는 겁니다. 자기 작품세계에 고집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저는 뭉쳐서 작품 활동도같이 하고 친목 도모를 하고 그런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선입견을 갖고 느끼는 것은 좋지 않아요. 그냥 자기 나름대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게 중요하죠. 어떤 시골에 있는 사람은 이 허(虛) 그림을 보고 누드화 같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이 그림을 누드로 보라는 건 아니고요.(웃음)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멀게만 여겼던 한국의 유명 화가의 모습은 생각보다 무척 소탈했고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스튜디오 탐방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한국적인 여유와 호쾌한 기백을 담은 ‘한국의 단색화전’에 참 잘 어울리는 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은 위치에서도 항상 겸손하게 노력하는 자세로 전진하는 이강소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앞으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한국의 단색화 - Dansaekhwa: Korean Monochrome Painting


전시기간 : 2012.03.17 - 2012.05.13

전시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 제 1, 2 전시실 및 중앙홀

참여작가 : 이우환, 박서보 등 총 31명

작품수 : 약 120여 점

주최/후원 : 국립현대미술관

관람료 : 3,000원 (단체 2,400원)

전시해설시간 : 화-금 2 pm, 4 pm / 토-일 2 pm, 4p m, 6 pm

홈페이지 : www.moca.go.kr



 

 

문화체육관광부 박재은 대학생기자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anastasia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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