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마세요~ 눈에 양보하세요~” 눈으로 즐기자! 음식 모형 제작자 정규민
게시일
2012.01.12.
조회수
10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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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이유진

먹지 마세요~ 눈에 양보하세요~ 음식 모형 제작자 정규민


저녁 여섯시. 어떻게 알았는지 배시계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 의도치 않게 눈이 한 곳에 머무릅니다. 음식점 앞에 있는 음식 모형이 우리에게 손짓을 합니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요정 사이렌 같습니다. 자연스레 발이 음식점 안으로 향합니다. 착하기만 했던 눈과 발이 유일하게 반항을 하는 때입니다. 어쩔 수 없는 척 음식점으로 이끌려 들어갑니다. 하… 오늘도 이렇게…


여러분, 위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시나요? 부끄럽지만 매일 반복되는 저의 일상이라고 조심스레 고백해봅니다. 길을 걷다가 분명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진 음식모형을 보면 갑자기 배가 고파지지 않으시나요? 그러면서 동시에 “와, 이런 건 어떻게 만드는 거지?”라는 감탄사도 함께 나옵니다.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모형, 정말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음식모형 제작자 정규민씨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 공대생에서 음식모형 제작자까지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음식모형을 제작하는 정규민입니다. 지금은 ‘음식모형 국가대표’라는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의뢰받은 작업을 만들고 수강생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어 음식모형에 관심 있는 분들과 교류도 하고 있습니다.


-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많으셨나봐요. 어떻게 이 길을 선택하게 되셨어요?

사실 집안 분위기만 보면 저는 돌연변이나 마찬가지에요. 가족이 모두 무역업에 종사했었고 부모님도 제가 그 뒤를 이어 받길 원하셨죠. 저도 사실 음식모형제작과 전혀 상관없는 공대를 나왔고요. 제가 음식모형 제작을 처음 시작한 게 10년 전이었는데요. 음식점 앞에 진열된 음식모형을 보고 호기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일본으로 여행을 갔는데 일본이 음식모형의 원조라는 걸 알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하다 보니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음식모형 제작 업체를 직접 찾아가 배움을 요청하고 직장 생활을 하며 기술을 배웠습니다. 그리곤 나중에 퇴사해 지금의 개인 작업실을 차리게 되었고요.


- 섬세한 관찰력이 없으면 어려운 직업일 것 같은데 어떠세요?

회화나 조소 같은 미술이 사물 그대로를 재현해내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섬세한 관찰력을 요하고요. 음식모형도 마찬가지에요. 우리가 주문하고 먹는 음식을 그대로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예리한 관찰력이 필수입니다. 물론 타고난 분들도 계시지만 노력하고 연습하면 음식모형에 필요한 관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식 모형 제작자 정규민

 

- 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은 주로 조소학과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정규민씨는 뭔가를 만들거나 모형 제작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으신데, 과정이 힘들진 않으셨나요?

이 분야와 직업이 손재주가 좋아야 하기 때문에 조소학과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문적으로 음식모형 제작을 가르치는 학교나 학원은 아직 없거든요. 그래서 어떤 분야를 공부했건 간에 상관없이 모두 제작 업체에 들어가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과정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또 손재주는 연습하다보면 늘기도 하고요.


- 손재주뿐만 아니라 색에 대한 감각, 푸드 스타일링 감각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따로 공부를 하셨나요?

음식모형을 만들 때 필요로 하는 감각을 키우려면 ‘많이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음식을 어떻게 스타일링하고 어떤 재료를 올려야 가장 맛스럽게 보이는지, 어떤 색이 가장 미각을 자극하는지 등 연구해야할 부분이 상당히 많아요. 그러려면 사진을 많이 보고 스스로가 어떤 음식 사진을 봤을 때 가장 끌리는지를 분석하면 답이 나오죠. 저의 경우에는 책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음식 사진을 많이 올리잖아요. 그것도 열심히 찾아봤고요.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불모지 음식모형제작, 그의 외로운 행보


음식 모형

 

- 음식모형을 만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시 하시나요?

저는 음식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색’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식욕을 자극하는 건 사실 모양보다도 색이거든요. 파란색 삼겹살을 상상해보세요. 군침이 도시나요? 절대 아니란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색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도 꾸준히 해야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색을 맞추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색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해 본적이 없어서 처음엔 정말 어려워했죠. 그리고 음식도 나라마다 굉장히 다양하고 그 안에서도 종류가 많은데, 그 음식들 각각에 들어가는 색을 모두 익히려니 너무 힘들었죠. 하지만 좋아하니까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어요.


- 음식모형을 만들 때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면요?

우선 의뢰를 한 고객의 의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그 다음으로는 정확성입니다. 음식모형을 만들기 전에 미리 음식의 실물을 보거나 사진으로 받아서 분석을 하는데요. 실제 음식보다 크게 만든다던지, 음식 위에 올라가는 양념이나 토핑을 더 많이 얹게 되면 그건 ‘거짓말’이 되는 거죠. 그래서 실제 음식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것도 역시 중요합니다.


- 실제 음식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어떤 부분은 더 강조하고 더 맛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음식 위에 올라가는 토핑을 많이 신경 쓰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없는 토핑을 올리진 않아요. 예를 들어 떡볶이 모형을 만들 때 깨소금이나 파슬리를 예쁘게 올려 정성스러운 음식,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보이게 하는 거죠.

색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김치를 떠올리면 ‘빨강’이 연상되죠. 하지만 빨강도 어떤 색을 섞느냐에 따라 수 백, 수 천 가지 색이 됩니다. 그 중에서 더 맛있어 보이는 색, 사람들의 침을 고이게 하는 색을 찾는 거죠. 실제 음식의 색과 100% 일치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이런 감각은 책에서도 얻을 수 없어요. 실패와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죠.


- 저는 어릴 땐 음식모형이 음식을 그대로 굳혀서 만드는 건 줄 알았어요.(웃음) 음식모형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는 건가요?

음식모형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재료가 바로 ‘PVC(Polyvinyl Chloride, 염화비닐)’인데요. 모형의 기본적인 형태를 만들 때 사용됩니다. 그리고 이 PVC를 다양하고 구체적 형태로 만드는 건 제작틀, 형태기라고도 불리는 ‘몰드(Mold)’입니다. 그리고 뿌려진 소스처럼 보이게 하는 재료는 ‘에폭시’이고요. 음식에 윤기를 내고 코팅하는 것은 ‘밀크’라고 부릅니다. 조금 용어가 어렵죠? 그리고 찌개 국물이나 아이스크림, 휘핑크림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재료는 ‘실렌트’라고 합니다. 젤리 형태를 만들 때는 PVC에 ‘덤’이라는 재료를 섞어서 말캉말캉한 느낌을 내지요. 아마 병원에서 지방덩어리 1KG 모형 많이들 보셨을 텐데요. 바로 덤이라는 재료로 만든 것이랍니다. 음식모형 재료가 약 30가지 정도 되는데 음식의 종류마다 다른 재료를 사용합니다.


- 재료의 명칭을 듣고 나니 만드는 과정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음식모형 제작 과정 설명 부탁드릴게요.

처음 의뢰가 들어오면 실물이나 사진을 받아서 음식에 들어간 구성물을 분석하고 형을 뜨는데요. 방금 말한 PVC라는 재료에 물감을 섞어 적절한 색을 만든 후 몰드에 넣어 오븐기에 구워내요. 꺼내서 필요한 색을 한 번 더 입히고 그릇에 담아서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이나 고명을 올리고 접착제로 부착합니다.


- 만들 때 가장 힘들었던 음식은 어떤 것이었나요?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음식 종류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한국 사람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한식이 표현해야할 게 많아서 제일 어려워요. 한식 중에서도 비빔밥과 전골이 가장 어려워요. 먹는 사람들은 푸짐하고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서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만들 때는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어려워요. 반면 제일 쉬운 음식은 양식이에요. 빵 종류가 많고 간단하기 때문에 손이 갈 일이 별로 없죠.


- 식(食)문화가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음식점이 많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이 음식점들 대부분이 음식모형을 필요로 하는데, 사실 제작할 수 있는 기술자는 굉장히 적은 것 같아요.

일단 외식 사업이 각광을 받는 시대로 발돋움한 부분은 제 입장에선 대환영이에요. (웃음)

하지만 제가 대환영이라는 부분은 일반 음식모형 업체의 입장과는 조금 달라요. 일거리가 많아져서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이 분야가 발전해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저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음식모형 제작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저를 포함해서 전국에 50명이 채 안되는데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음식모형 만드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에요. 제가 이렇게 수강생을 모집하고 강의를 하는 건 돈의 목적이 아니라 저와 함께할 수 있는 재주 있는 사람을 찾는 거예요. 일거리는 많은데 더 커질 수 있는 시장이 없다는 게, 자리를 잡기 어렵다는 게 안타깝죠.




한식의 세계화, 음식모형으로 발돋움하자

 

음식 모형 제작


- 한식에 대해 잘 모르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외국인들이 음식 모형을 통해 군침을 흘리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경우가 있나요?

교포 분들이 많이 오셨고 그 분들의 친구로 외국인들이 오기도 했어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하지만 손으로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알려줬죠. 외국에서 오래 사신 분들은 한국 음식에 대해 잘 모르세요. 관광을 오기 전에 조사를 통해 불고기나 김치, 떡볶이 등이 유명하다는 정도만 막연하게 알지요. 그러다가 제가 ‘그냥 만드는 걸로 그치지 말고 음식의 유래나 역사, 효과를 함께 알려주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자료들을 찾아서 음식의 역사를 알려주고 자료를 나눠드렸더니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점에서 저도 좋고 그 분들도 좋아하셨어요.


- 약과나 삼겹살 모양으로 비누도 만드시던데,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아요. 혹은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좋을 것 같고요.

우선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가 좋습니다. 음식모형 비누는 ‘명절 상품으로 판매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명절 때가 되면 음식 모형제작 의뢰가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음식모형은 팔지도 못하고 그냥 전시용이잖아요. 그러다가 ‘우리나라는 명절에 서로 선물도 주고받는 문화가 있으니까 명절 선물로 이런 모형 비누를 주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파트 부녀회에서 공동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웃음) 명절에 가볍게 선물로 주기도 좋고 아이들의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좋죠. 외국인들에게도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한 번은 외국인이 많이 오는 곳 화장실에 삼겹살 비누를 놓아 봤는데 외국인들이 처음엔 굉장히 놀래다가 나중엔 오히려 좋아하더라고요.


- '2011 핸드메이드 코리아 페어'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귀금속이나 악세사리만 떠올렸던 사람들의 인식이 이 페어를 계기로 조금은 바뀌었을 것 같아요.

우선 저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음식모형으로 전시를 나간 사람은 제가 처음이었을 텐데요.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래서인지 관계자 분께서도 방문자 설문 통계를 내보시곤 제가 괜찮은 부스에 속했는지 “내년에는 저에게 좋은 자리를 주겠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이번에는 다른 핸드메이드 품목도 많고 반응이 어떨지 모르니까 작은 부스에서 진행했거든요. 반응도 좋았고 전시는 계속 참가할 생각이에요. 음식모형 제작 기업에서는 이런 박람회에 관심이 없어요. 파는 데만 목적이 있고 수익만을 생각하기 때문이죠. 저는 교육 사업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그들과 목적이 분명하게 다르고, 핸드메이드 페어에 나간 것입니다.


-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야고 어떻게 보면 비인기 직업인데요. 그래도 꿋꿋하게 이 일을 하시는 것을 보면 어떤 꿈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우선 저는 한국 음식모형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고 싶어요.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할 때 기프트샵에서 기념품을 사가는 대신 직접 김치나 떡볶이 모형을 만들고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일본은 이미 그런 곳이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시작하려 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제가 기술을 점점 쌓아 가면서 누군가를 가르쳐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저는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와서 기술을 배우고 그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해요. 어린이들이 학교 미술시간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할 때도 뿌듯하고요.

저의 최종 꿈은 음식모형 학교를 세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간 과정으로 지금 수강생을 받아 가르치고 있는 것이고요. 나이를 더 먹으면 나이 드신 어르신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 음식 모형에 관심을 갖고, 직업으로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제까지 음식모형에 관심을 갖던 분들은 미술을 전공한 친구들이나 요리공부를 하신 분들이었어요. 왜냐면 음식모형 제작을 배울만한 학교와 학원도 없었고 심지어 정보와 책조차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배울 때 굉장히 어렵게 배웠습니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 말고 이 분야에 많은 분들이 도전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필요하시다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음식 모형 제작자 정규민


우리가 보고 침 흘리기만 했던 음식모형! 전문가의 손을 거쳐 세심하게 만들어지지만 많은 기술자가 부족한 상황이라니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한식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음식모형! 여러분도 미리 체험해 보실 수 있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cafe.naver.com/andgirl를 참고하세요!



문화체육관광부 이자은 대학생기자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piglj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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