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의 대들보, 국가대표 축구팀 최주영 의무팀장을 만나다
게시일
2011.12.05.
조회수
7230
담당부서
홍보담당관(02-3704-9044)
담당자
이유진

나는 뼛속부터 트레이너 국가대표 축구팀 최주영 의무팀장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이동국 선수가 부상을 당했습니다. 결국 월드컵에서 뛸 수 없게 되었는데요.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이동국 선수도 힘들었겠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팬들도 안타까웠을 겁니다. 이 안타까운 상황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또 지켜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축구협회 최주영 의무팀장님인데요. 선수들이 쓰러질 때마다 넓은 잔디밭을 뛰어 치료를 해주는 그의 별명은 의외로 ‘저승사자’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최주영 대한축구협회 의무팀장


1882년~91년 카타르 배구대표팀 선수 트레이너

1994년~ 대한축구협회 의무팀

現 대한축구협회 의무팀장

대한 선수 트레이너 협회 명예회장



저는 뼛속부터 선수 트레이너인가봐요

 

최주영 대한축구협회 의무팀장


Q.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최주영 팀장님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1년 동안 대한축구협회의 재활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최주영입니다. 현재는 의무팀장과 수석 재활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대한축구협회 의무팀장으로 계시는데요. 의무 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하는 일이 궁금합니다.

대한축구협회 의무 팀은 저를 포함해 총 8명의 스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임무는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최상의 경기를 선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선수의 건강, 부상치료, 재활, 영양관리 등 전반적인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리적 치료·관리 외에도 부상당한 선수가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재활치료는 선수가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상처부위가 낫더라도 100% 치료됐다고 할 수 없거든요.


Q. ‘선수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재활치료학을 공부하던 시절에는 ‘선수 재활 트레이너’라는 분야가 불모지였어요. 선수의 재활 트레이닝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죠. 이 분야에 관심이 있을 중, 우연히 카타르 배구 대표 팀에서 일할 기회가 왔어요. 며칠 고민을 하다가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지원해 일하게 됐는데요. 저는 병원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스포츠 재활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에 다소 막막하더라고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에 침, 테이핑 등을 배웠지만 부족하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러다 미국에서 스포츠 트레이닝에 대해 공부한 은사님이 계시다는 얘길 듣고 찾아갔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스포츠 트레이닝에 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됐습니다.


Q.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오셨어요.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91년도 말에 사표를 냈어요. 한국에서의 사업 때문이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제 길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사업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제가 오랜 기간 해왔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한다는 것도 힘들었지만 좋아하는 스포츠와 떨어져 있으려니 답답하더라고요. 그리고 트레이너로서 선수들과 전지훈련 다녔던 추억들이 떠오르며 그라운드가 그리웠어요. 그러다 1994년, 현대 프로 야구단(현 넥센)이 창단하면서 재활 트레이너를 구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고 결국 이력서를 냈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 한 통이 오더라고요. 당시 대한축구협회 김정남 전무께서 대표팀을 맡아 달란 부탁을 하셨어요. 예상외의 제안이었는데요. 알고 보니 은사님이 당시 대표팀을 맡고 계셨는데 제가 한국에 있는 것을 알고 추천하셨더라고요. 결국, 전무님을 만났고 일을 하게 됐습니다. 만약 그 당시 축구대표팀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지금은 야구팀에서 저를 볼 수 있었을 거예요.



선수들이 저를 저승사자, 악마라고 부르더라고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김두현 선수(좌)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최주영 팀장(우)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김두현 선수(좌)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최주영 팀장(우)  ⓒ대한축구협회


Q. 선수가 갑작스럽게 부상을 입으면 누구 보다 빨리 달려가세요. 어떤 조취를 취하는지 궁금합니다.

다친 부위와 정도에 따라 치료과정이 달라지는데요. 예를 들어 선수가 머리에 충격을 받아 그라운드에 쓰러졌을 경우 뇌진탕일 가능성이 큰데요. 신속히 선수 상태를 확인하고요, 부상 정도가 심각하면 선수는 병원으로 후송 조치하죠. 상태가 괜찮다 싶은 선수는 휴식 후 일어나게 해요. 그 때 선수가 조금이라도 주춤거리면 바로 교체 아웃을 해야 합니다. 뇌는 예민하기에 만약을 대비해야 합니다. 검사 후에 이상 소견이 없어도 선수를 자세히 관찰해 이상 여부를 파악합니다. 늘 선수와 함께해야 하죠.


Q. 인디언, 사마귀, 저승사자 등 별명이 다양하세요. 이영표, 김태영 선수는 팀장님과의 재활 얘기면 벌벌 떤다는 소문이 있어요.

이영표, 김태영 선수는 부상이 잦았어요. 그래서 저와 재활 치료를 자주 했는데요. 재활치료라는 것이 힘든 과정이에요. 제가 혹독하게 시킨 것도 있지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빠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거든요. 대신 저도 재활에 함께 했는데요. ‘자, 열심히! 파이팅!’ 구호를 외치며 선수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했어요. 치료를 마치고 그 친구들이 저를 저승사자라고 부르더라고요. 여유 부릴 시간을 안 준다는 이유였는데요. 그렇지만 ‘선생님 덕분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해줘 고맙더라고요.


Q.  이렇게 혹독한 재활 훈련을 시키려면 팀장님 체력도 좋아야할 것 같은데요.

제가 50대에요.(웃음) 실제 그렇게 보이나요? 제 나이 대에 이만한 체력을 가진 사람도 드물 거예요. 비결은 꾸준함이 아닐까 하는데요. 제가 40대에 체력을 관리를 시작했다면 지금의 체력까지는 아니었을 거예요. 젊은 시절부터 스포츠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택했고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거든요. 젊은 시절은 매일 12km 정도를 뛸 정도였으니까요. 지금도 아침 일찍 일어나 조깅하고 오후에는 학생들과 재활 훈련을 같이하며 체력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Q. 선수 트레이너를 하면서 에피소드 같은 건 없었나요?

2002년 월드컵 16강전(한국 vs 이탈리아)이었어요. 김태영 선수가 경기 도중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어요. 평소였으면 경기를 뛰지 않게 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 경기는 월드컵 16강전이었어요. 국민의 염원이 대단했거든요. 김태영 선수를 살펴보니 다행히 뛸 수 있겠더라고요. 황급히 히딩크 감독(당시 대표팀 감독)에게 상태를 보고 했고 상의 끝에 계속 경기를 뛰게 했습니다. 왜냐면 무척 중요한 경기였거든요. 물론 김태영 선수에게는 비밀로 했고요. 다행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데요. 경기가 끝나고 김태영 선수를 병원에 데려가서 진단을 받게 했어요. 김태영 선수가 “속았다”라고 푸념을 늘어놓더라고요.


Q. 현재, 이청용 선수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져 있어요. 현재 몸 상태가 궁금합니다.

부상 직후 이청용 선수에게 전화가 왔어요. 부상 정도를 말해주더군요. 상태가 다소 심각했지만 치료를 잘 받으면 되겠더라고요. 건강상태보다 걱정되는 것이 이청용 선수의 심리 상태였는데요. 경기력이 좋던 상황에서 당한 부상이라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따뜻한 조언을 해줬고 지금은 치료를 잘 받고 있어요. 복귀시기를 논하기에는 이른데요. 소속팀에서 재활치료를 잘 받고 있으니 곧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됩니다.


Q.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 중이에요. 안타깝게도 얼마 전 레바논에 패했어요. 예상외의 패배로 대표팀 선수의 심리가 위축되었을 것 같은데요. 어떠한가요?

시합이 끝나면 대부분의 선수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소속팀으로 복귀합니다. 팬들은 경기에 패했으니 선수들이 계속 우울한 상태일거로 생각하는데요. 패배에 대한 반성 후, 소속팀에 복귀해 다음 경기를 대비합니다. 모두 프로선수들이니까요. 레바논과의 경기도 마찬가지였어요. 경기 후, 코치진은 선수를 위로했고 그날의 패배를 교훈 삼아 남은 경기를 잘 치르자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희는 이제 패배는 잊고 다음 경기준비를 잘해서 경기에서 이길 생각입니다.



선수트레이너요?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최주영 의무팀장


Q. 스포츠 의학에 관심 있어 하는 학생이 많아요. 어떻게 해야 재활 트레이너가 될 수 있나요?

재활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체육학과를 졸업하거나 물리치료를 전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년 3월부터 6월까지 대한 선수 트레이너 협회(명예회장 최주영)에서 주관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하는데요. 연수과정에서 선수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취득 후 더 공부를 하거나 실제 현장에 나가 경험을 쌓으면 트레이너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최주영 팀장은 최근 유소년 선수 치료에 힘쓰고 있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고통을 나누고 있다.

▲ 최주영 팀장은 최근 유소년 선수 치료에 힘쓰고 있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고통을 나누고 있다. ⓒ정병화


Q. 재활 트레이너가 되기 위한 자질이나 소양이 있을까요?

재활 트레이너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과 이 직업에 대한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자세인데요. 저는 가끔 제 후배들에게 ‘재활트레이너는 아파할 자격도 없고, 아파도 자신의 선수를 관리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자신의 생활을 양보하며 선수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Q. 우리나라 선수 트레이닝과 관련된 분야가 열악하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처음 이 분야를 접했을 때는 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현재는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재활학계도 많이 진보했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어요. 그 예가 제가 학회장으로 있을 당시, 미국에서 선수 트레이너 협회로부터 양국 간의 자격증을 인정해주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한국의 재활치료 수준과 실력을 인정한 셈이죠. 사정상 무산되긴 했지만, 우리나라 재활치료학이 인정받았기 때문에 기분 좋았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동안은 잔디에서 야생마처럼 달려왔어요. 선수관리로 평생을 살았죠. 이제는 그동안 공부해온 지식과 직접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학문적 자료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교단에서 학생들과 만나게 될 거 같은데요. 좋은 트레이너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선수 트레이너를 위한 전문기관을 만들고 싶은데요. 그곳에서 석·박사를 취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2014년 월드컵도 대표팀과 함께할 생각인데요. 선수들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좋은 결과를 거두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최주영 팀장님은 유소년 치료를 위해 스포츠 재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흰 가운을 벗어던지고 민소매를 입은 차림으로 선수들과 재활 치료를 함께했습니다. 당신은 아직 청춘이며 한국 축구팀과 함께 뛰고 싶다 말하는데요. 그의 넘치는 에너지가 대표팀 선수들에게 전달되어 2014년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병화 대학생기자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agg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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