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달빛 길어올리기>를 보다
게시일
20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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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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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종로 피카디리 극장에 모인 정병국장관,임권택 감독, 배우 강수연씨 (왼쪽부터)

▲ 24일 종로 피카디리 극장에 모인 정병국장관,임권택 감독, 배우 강수연씨 (왼쪽부터)


지난 3월 24일 종로 피카디리 극장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정병국 장관과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 배우 강수연, 예지원씨가 한자리에 모였다. 세 사람은 한국 영화계의 발전과 한지 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담론을 가졌으며 저녁만찬을 함께 하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간 후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관람했다.


한국 영화계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이야기


<달빛 길어올리기>는 임권택 감독이 현대적 촬영기법을 도입한 첫 번째 디지털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새롭다. 오래된 것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게을리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는 오랫동안 그의 영화를 사랑해온 사람들에게 또 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언제나 올곧게, 한국 영화시장의 중심에서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한국 영화는 물론 세계 영화사에도 의미를 남기며 70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 중인 그의 이번 영화는 한 개인의 영화적 성과를 넘어 한국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임에도 틀림없다.


달빛이 너무 탐나 물을 길어갔다가 달도 함께 담았네 돌아와서야 응당 깨달았네 물을 비우면 달빛도 사라진다는 것을

 

<달빛 길어올리기>는 천년을 가는 최고의 명품 한지를 복원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년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은 시청 한지과로 전과한 후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감독 지원(강수연)을 만나 역사 속 천년한지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에 동행하고, 몇 가지 에피소드들도 함께 진행된다.


극 중 필용의 아내로 등장하는 효경(예지원)은 한지를 만들던 가문의 자식이면서 한지 공예가였다. 결혼 초, 종이나 만들던 가문의 자식이라며 무시 받을 때 위로는  커녕 공예에는 관심도 없던 필용이 한지 산업에 뛰어들며 지원과 지방의 오가는 모습에 그녀는 마음 쓰여 한다. 그러나 남녀의 불륜, 아내의 병과 납품업체 선별을 위한 로비 아닌 로비 등 몇 가지 에피소드들은 모두 관객을 한지의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영화적 양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극중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강수연)이 쓰는 카메라 속 영상은 실제 영화 스크린으로 옮겨져 관객들이 한지의 아름다움을 보다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달빛 흘러 넘치는 영상의 아름다움


달빛 흘러 넘치는 영상의 아름다움

 

영화는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입으로 말하기는 힘든, 보고 싶지 않은 요소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불륜, 정치적 홍보와 계급사회, 갈 곳을 잃어가는 전통과 오염된 환경까지. 그러나 유려한 영상미는 그 안에서도 한국인으로써 잊을 뻔 했던 정서들을 고즈넉이 꺼내어 놓는다. 동이 트는 한옥마을의 풍경과 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각종 한지 공예품들, 유려한 산수풍경과 은은한 달빛, 어려움 속에서도 한지산업의 맥을 이어온 장인들의 고집스러움까지. 영화의 장면들은 따뜻한 사람냄새를 풍기며 절절히 아름답다. 특히 마지막 천년한지를 만들어 내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쨍 하게 맑아 서늘함마저 느껴지는 달 빛 아래에서, 시원한 폭포줄기가 우렁차게 흐르는 계곡 위에서 혼신을 다하는 장인의 손길은 삽입곡들과 어우러져 짙은 여운을 남긴다.


달빛은 욕망의 은유이자 영화가 주는 메시지


달빛은 욕망의 은유이자 영화가 주는 메시지

 

어떤 이는 이번 영화를 두고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고 발전해 있는 스마트폰 세대에게선 기대할 수 없는 느림의 미학과 기다림, 한국적 장인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고 말한다. '비단은 오백년밖에 못가지만 한지는 천년을 간다' 는 말처럼 천년을 가는 민족 전통의 한지는 수천년을 이어 온 우리 민족 문화의 정신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영화 속 달빛은 좋은 한지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들의 욕망의 표현이자 우리가 마음으로 빚을 보듬을 때야 비로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영화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스크린을 가득채운 한지의 숨결이 우리 가슴에서도 뜨겁게 펼쳐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봉 1주일 만에 관객에게서 멀어지는 안타까운 현실


개봉 1주일 만에 관객에게서 멀어지는 안타까운 현실

 

현재 영화는 개봉 1주차 크게 눈에 띄는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대부분 극장에서 교차상영이 들어간 상황이다. 개봉 초 국내 3사 배급사(롯데,CJ,쇼박스)가 전국 단위 개봉을 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우리 민족의 고유 자산인 천년한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영화가 1주일 만에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지는 현실은 안타깝고 씁쓸하다. 개봉 초 거장 감독에 대한 예우와 존경의 표현이자 한국영화의 미래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투자와 배급, 마케팅을 함께했던 배급사들이 생각보다 저조한 흥행에 발 빠르게 상영관을 줄인 대처도 아쉽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우리 종이 한지에 대한 관심이 한지 산업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으로 이어져 사람들이 잊혀져 가는 한지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다양한 한지 응용품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 제조시설의 확충 및 관련 디자인 분야와의 연계도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극장에서 따뜻한 한지의 숨결을 느껴보길, 그리고 영화를 통해 우리 전통의 멋과 아름다움이 세계로 알려질 수 있길 바라본다.


문화체육관광부 박미영 대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조형학부 vv-ato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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