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언어실태 조사 연구
게시일
2007.03.08.
조회수
5310
담당부서
국립국어원(02-2669-9722+)
담당자
양명희
본문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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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에서는 소수자 언어 정책 수립을 위하여 북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온 새터민들의 언어 적응 및 언어 사용에 대한 언어실태 조사를 숙명여대 문금현 교수팀에게 의뢰하여 그 결과를 ‘새터민 언어실태 조사 연구’로 내놓았다.

크게 조사는 세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첫째는 새터민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한국 사회 및 언어 적응의 개인적, 사회적 문제점을 여러 가지 사회 변인과 상관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둘째로 사과 표현이라든지 감사 표현과 같은 담화 표현에 대한 적응 실태를 설문지와 심층 면접을 통해 조사하였다. 남과 북의 다른 언어문화 때문에 처음 한국에 오는 새터민들이 한국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는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외래어 때문에 새터민들이 곤란을 많이 겪는다는 증언에 기대어 그 정도가 실지로 어느 만큼인지를 알기 위해 다른 어휘들과 함께 새터민들의 어휘력을 테스트해 보았다.


언어 적응 기간 최소 12개월, 최대 36개월

먼저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언어 차이로 인한 생활 불편 정도에 대해 ‘보통이다’가 36%, ‘별로 못 느낀다’ 28%, ‘전혀 못 느낀다’가 15%이고, ‘많이 느낀다’ 18%, ‘매우 많이 느낀다’ 3%로 언어 차이로 인해 불편을 느끼는 사람보다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높게 나타났다. 또 “남한에 살면서 언어 차이를 느끼지 않게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의 소요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12개월이 30%, 24개월이 14%, 18개월이 8%, 36개월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이 32%로 대체로 새터민들은 3년은 지나야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한 사람처럼 말하도록 노력하겠다 13%밖에 안 돼, 69%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대답,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애착 높음

“남한어를 잘 이해하고 유창하게 사용하면 보다 나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별로 그렇지 않다’ 30%, ‘그렇다’와 ‘그렇지 않다’가 각각 19%, ‘보통이다’는 21%로 나타나 언어 문제를 남한 생활에 크게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북한어를 사용하면 남한 사람들이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그렇다’ 13%, ‘보통이다’ 30%, ‘별로 그렇지 않다’ 23%. ‘그렇지 않다’ 26%로 나타났다. 또 “남한사람처럼 말하도록 노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매우 그렇다’ 1%, ‘그렇다’ 12%, ‘보통이다’ 17%, ‘별로 그렇지 않다’ 26%, ‘그렇지 않다’ 43%로, 남한어에 동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지 않았다. 북에서 이주는 하였지만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새터민들은 “자녀들이 북한어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서술에 대해서도 50%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였고 ‘별로 그렇지 않다’ 18%, ‘보통이다’ 7%, ‘그렇다’ 6%, ‘매우 그렇다’ 1%로 자녀들이 북한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무리하게 억제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한어를 배우는 것이 어려운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가 11%, ‘그렇다’ 15%, ‘보통이다’ 26%, ‘별로 그렇지 않다’ 33%, ‘그렇지 않다’ 15%로 남한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는 언어 차이로 인한 심리적 위축감, 남한의 말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 가진 사람 많음

그러나 1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새터민들은 언어 차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며 남한의 말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한어를 잘 이해하고 유창하게 사용하면 보다 나은 직장에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10명 중에 7명이나 되었다.


남한사람들 빈 인사, 감사 표현, 사과 표현, 칭찬 표현 등 관계 표현 많이 사용해

담화표현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남한 사람들이 인사 표현이나 사과 표현, 칭찬 표현 등을 새터민들보다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언어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새터민들이 가장 당황했던 경험으로 든 것은 남한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 표현이다. 새터민 대부분은 남한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술 한 잔 해요, 전화할게요”라고 하는 경우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연락을 기다렸지만 그 뒤로 연락이 없거나 연락이 안 되어 실망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다.

새터민들은 특정 상황의 요청에 대한 거절 표현에 있어서도 남한 사람들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했다. 새터민들은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거절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바로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경향이 높았다. 사과 표현의 경우 북한에서는 “미안하다”라는 말이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남한에서는 잘못을 한 경우 상대가 반드시 사과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정착 초기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감사 표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새터민들은 남한사람들이 감사 표현을 너무 자주 한다고 느끼며, 동료끼리 칭찬하는 경험이 많지 않아 칭찬하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남한 사회에 적응해 가며 남한사람들처럼 감사 표현도 즉각적으로 하고 칭찬 표현에도 점점 익숙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외래어가 가장 어려워

어휘력 테스트 결과를 보면 새터민들은 역시 외래어를 가장 어려워하고 북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를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2개의 조사 어휘 중 정확도가 60점 이하인 예들(<표 1> 참조)을 보면 외래어가 전체의 80%에 달한다.

어휘력과 설문결과 간의 상관 관계 분석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었는데, 첫째는 남한어 학습에 대해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새터민일수록 어휘 정확도에 있어 다른 새터민들보다 우수하다는 점이고, 둘째는 언어 차이로 인한 생활의 불편을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어휘 정확도가 높았다는 점이다.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어휘력이 높음을 알려 주는 증거라 하겠다.


새터민의 언어·문화 재교육 필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통해 국립국어원은 새터민들에 대한 언어 재교육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현재 하나원에서 언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원에서 생활하는 10주 동안 교육생들의 관심은 직업 및 거주지 결정에 집중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먹고 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언어학습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높지 않다. 더구나 하나원에서는 언어 학습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체 프로그램에서 언어 학습 배정 시간이 높지 않아(전체 360시수 중 언어교육 21시간)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새터민들이 언어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한 정착 1년 후 즈음에 새터민들에 대한 언어 재교육을 실시한다면 남한 사회의 정착이 좀 더 용이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국어원은 2007년부터 시작되는 제1차 국어발전기본계획(2007~2011)에 새터민들을 위한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