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표면과 심연: Deeper than Deeper 이한나(LEE HANNA) 개인전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06.04.~2025.07.06.
- 시간
- 월-일 11:00 - 20:00 (*휴관일 없음) / 점심시간 12:00 - 13:00
- 장소
- 부산 | 부산문화재단
- 요금
- 무료
- 문의
- 오브제후드 갤러리 051-724-3507
- 바로가기
- https://busandabom.net/play/view.nm?menuCd=8&lang=ko&url=play&prg_cd=140&res_no=2025060051&playoftoday=Y
전시소개
오늘도 나는 하강 준비를 마쳤다. 저 깊은 곳으로 한없이 가라 앉으며 소리도, 중력도, 색도 없는 세계를 짚고 표면 위로 떠오르기 위해 휘어지는 다이빙대 끝에 까치발을 하고선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다. 호흡을 가다듬고 머릿속으로 동작을 복기해본다. 표면 위에서의 마지막 호흡, 신중하게 숨을 고르고 몸을 던진다. 물을 만나는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흩어지며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관중의 함성 소리가 먹먹해지고 바닥에 발을 붙이고 있던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순간 그 새카만 물 속에서 나는 고요함을 느낀다. 뱃속의 태아처럼 잠시 웅크리고 부유하다 호흡이 다 할때즈음 손날로 세차게 물살을 가르며 한 줄기 빛을 따라 수면 위로 오른다. 표면과 심연 사이, 익숙함과 두려움 사이 그 어딘가에서 참았던 숨을 내뱉어본다.
이한나 작가(b.1997)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감정과 실재를 물을 통해 발견한다. 특히 인체와 물이 상호 작용하며 만들어내는 힘의 흐름과 균형은 작가에게 인간과 세계를 감각하는 회화적 언어가 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다이빙> 시리즈는 다이빙을 통해 물속으로 가라앉다 다시 솟아오르는 순간, 즉 하강과 상승의 순간들을 포착한 시리즈이다. 물 속을 오르내리는 행위는 도전, 좌절, 회복, 순환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삶의 흐름으로 확장되어 응축된 에너지로 화폭 위에 존재한다. 작가는 차갑지만 부드러운 물성의 유화를 화폭에 얹고 꾸덕한 유화 물감을 물살을 가르던 다이버의 모습처럼 붓으로 밀어낸다. 회화 속에 머무르는 장면은 찰나의 순간으로 앞 뒤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관객은 회화 속에서 하강과 상승의 리듬, 물과 인체가 만들어내는 교감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실제로 관객들은 작품 위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물의 감촉과 인체의 유려한 몸짓에 동화되어 내면 속으로 헤엄친다.
오브제후드에서 진행되는 <표면과 심연 : Deeper than Deeper> 전시는 이한나 작가의 부산 첫 개인전으로 다이빙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에 대한 깊이 있는 발견을 회화로 풀어낸 작가의 철학적 접근과 서사를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개인전 출품작은 주로 상승의 순간, 꺼져가던 순간에서 다시금 생명이 피어오르는 순간을 포착한 <물막>, 긴장과 불안이 공존하는 다이빙 대 위의 발끝이 담긴 <선단> 등 큰 맥락의 <다이빙>시리즈 중에서도 특정 순간들에 집중한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인체와의 상호 작용으로 생겨나는 물살, 파동의 순간들에 주목한다. 주조색인 파랑은 물을 나타내는 색과 동시에 냉담하고 불가피한 상황 등 시련을 예고하는 현실을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지만 물살을 가르는 창백한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기도 하는, 양가적 모습이 공존하는 색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작가는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숨을 쉴 수 없는 물속에서 느껴지는 불안을 되새기며 스스로의 불안을 담아내고 공기와 물 사이를 오가며 변화하는 환경에 묵묵히 적응하는 모습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공기 중의 시간과 달리 느리게 흐르는 물의 시간은 급하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에 숨구멍이자 물막이 되어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해방을 선사한다. 이 전시를 통해 심연 속에서 고요한 물속을 헤엄치는 다이버가 되어 물을 감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글 큐레이터 신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