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공연

COLLECTION l KWAK Duckjun
- 분야
- 전시
- 기간
- 2025.05.12.~2025.06.12.
- 시간
- -
- 장소
- 서울 | 표갤러리
- 요금
- 무료
- 문의
- 02-543-7337
- 바로가기
- https://www.pyogallery.com/
전시소개
표갤러리에서는 2025년 5월 12일부터 6월 12일까지 곽덕준 컬렉션전을 개최한다.
“나는 누구인가”
작가 곽덕준의 삶은 이 단 하나의 물음으로 요약될 수 있다. 1937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국적을 박탈당한 그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경계의 공간에 놓인 이방인으로 성장했다. 한 사회에도 한 문화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채 방황하던 그는 결국 그 혼란의 시간을 예술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록은 곧 한국 현대미술의 한 축이 됐다.
곽덕준의 예술세계는 단지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형식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타인의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위치에서 자신과 세계를 관찰했고 그 시선은 곧 작품으로 이어졌다. 폐결핵으로 젊은 시절 생사의 기로를 오갔던 경험은 그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사유하게 했고 곧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확장되었다.
1960년대 후반, 곽덕준은 일본화와 염색기술을 바탕으로 한 화면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호분과 석고, 연마된 모래 위에 못으로 수천 개의 선을 긁어낸 작업은 육체적인 행위 그 자체로 치유이자 고백이었다. 화면에 드러난 유기적 형상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내면을 해학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드러냈다.
대표작 <대통령 곽> 시리즈는 미국 대선 후 타임지 표지에 등장하는 대통령 얼굴과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 배치함으로써 권력과 개인, 사회와 자아의 관계를 유머러스하게 비틀었다. 동시에 그는 <무의미> 시리즈에서 허무를 주제로 삼으며 세계의 부조리와 허상을 직시했고, 그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한다. <사회 벽화> 시리즈는 동일한 사각형 안에 다양한 생물을 배치해 몰개성화된 현대사회의 얼굴을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만화 같은 형상 속에는 아이러니와 비판,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 공존한다.
곽덕준은 ‘정체성’이라는 주제에서 출발해 ‘의미’, ‘존재’, ‘사회와 개인의 관계’로 사유의 반경을 넓혀갔다. 스스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그의 시선은 중심보다 더 정확히 시대를 포착했다. 경계에 선 이방인이었기에 가능한 통찰이 담긴 곽덕준의 예술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