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고발

저/역자
반디
출판사
다산책방
출판일
2017.2.15.
총페이지
276쪽
추천자
이근미(소설가)

도서안내

탈북자나 그들을 취재한 이들이 전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작가가 북한을 문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의 현역작가로 1950년생인 반디가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쓴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힘든 과정을 거쳐 북한에서 반출되어 2014년에 국내에서 출판되었을 때 별 반응이 없었다. 전 세계 20개국에서 출간한 데다 이 작품을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가 영국 PEN 번역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가 소련 작가 솔제니친에 비유하며 놀라움을 표하는 이유는 이 소설이 북한 주민들의 내밀한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출신성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남편을 보며 피임약을 먹는 아내(탈북기),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통행증 없이 길 떠났다가 감시원에게 체포되는 사내(지척만리),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대형 초상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 때문에 추방당하는 가족(유령의 도시) 등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처지와 절망적인 상황이 가슴을 깊게 찌른다. 이 책은 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하다. 그 속에서도 효도하려 애쓰고 사람의 정을 느끼려는 안간힘에 감동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반디는 한 올의 희망도 없는 북한 사회를 목소리 높여 고발하기보다 유려한 문학적 필치로 진정성 있게 그려내 엄청난 울림을 만들었다. 조금의 여지도 아량도 없는 북한 사회를 거의 잊다시피 한 세계인에게 ‘우리가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갈피갈피에 담았다. 가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억압 속에서 어떻게 숨 쉴 구멍을 만드는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가혹한 힘은 대체 뭔지, 반디는 무심한 듯한 필치로 강하게 두드려낸다. ‘겨울 해는 중대가리에 원두콩 굴 듯’같은 북한 특유의 수식어와 ‘흥락한 감정의 희억이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는 식의 독특한 표현법을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으면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함께 가야할 민족이라는 걸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체험과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수작이다.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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