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내가 있다

나에겐 아내가 있다

저/역자
전윤호
출판사
세종서적
출판일
2015.05.20.
총페이지
200쪽
추천자
서지문(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도서안내

‘허리가 아프다며 침 맞고 온 날/ 화장실에 주저앉아 아이 실내화를 빠는’아내의 모성은 남편에게‘미련’하게 보이지만 그 미련함은 그것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남편에게 경탄과 경외를 자아낸다. 아내는 모성의 대명사이면서‘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부지런히 가동되는‘발전소’이다. 이 시집은 이렇게 특별하고 위대한 아내에게 생일선물 하나 변변히 사주지 못하는 못난 남편의 자책과 비탄, 그리고 아내자랑을 담고 있다. 상사와의 다툼 끝에 자주 직장을 집어던져서 네 식구 생활비도 안 되는 월급이나마 끊기기 일쑤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혼자 출판사를 해 보겠다고 일을 벌였다가 모두 말아먹기도 하는, 그래서 허리가 아픈 아내에게 결혼 30년차에도 생계의 짐을 지우는 허약한 남편의 시말서는 가슴을 아리게 한다. 시인은 결혼이란 사악하고 험난한 세상을 건너가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라고 말하지만 끊임없이 집세, 교육비, 식비를 해결해야하는 아내에게도 그럴까? 남편이 보기에도 ‘거울로 봐도 이렇게 역겨운데/ 내 곁에 남다니’ 아내의 결혼은 ‘누가 봐도 손해 보는 장사’이다.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느라 몸이 망가진 아내를 보며 시인은 ‘봄날 벚꽃보다 어지럽던/ 내 애인은 어디로 가고/ 돌아선 등만 기억나는 엄마가 저기 있나’고 말한다. 결혼에서 일방적으로 무한이득을 챙겼지만 생활고에 어깨가 처진 남편을 ‘그래도 좋다니 정말 바보 같’은 아내. 그러나 이 온유하며 오래 참는 아내도 가끔은 인내가 바닥나서 분노가 폭발한다. ‘중학생 아들보다 나이가 많’은 냉장고가 내는 ‘늙은 환자의 숨소리’를 애써 모른 척 하다가 냉장고 걱정을 하는 아내에게 ‘그래. 사자니까. 고장 나거든’ 했다가 날라 온 숟가락에 인중을 맞고 냉장고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밤을 새는 남편. 그러나 매일매일 온 세상과 결전을 치러야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피난처이며 원군, 비밀병기, 생명선이다. ‘너는 나의 전선 열두 척/ 중과부적의 바다에 달아나지 않는 마지막 함대’이며 ‘새벽에 다시 일어나 여윈 북채 잡을 때/ 너는 흔들리는 돛대 위에 오르는 붉은 독전기’이다. 세상의 남편들이여, 그대들의 생명선을 단단히 붙들라.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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