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숲

비숲

저/역자
김산하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출판일
2015.05.08.
총페이지
352쪽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도서안내

이 연구를 할 사람은 너밖에 없어, 하는 달콤한 말에 속아서 침팬지를 연구하러 아프리카 밀림으로 들어간 제인 구달을 비롯한 여성 유인원 연구자들의 전기를 읽다 보면 슬며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나도 한 번 그래 보았으면!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놓았다가는 온갖 징그러운 벌레와 밀렵꾼이나 내전 당사자들에게 살해당할 위험과 독을 품은 동물들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현실을 모르는 낭만적인 생각이라고 타박을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낭만적인 꿈을 실현한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바로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 학자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이 책의 저자다. 저자는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과 함께 유인원에 속하면서도 왠지 그보다 좀 지능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름을 지닌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러 인도네시아 밀림으로 들어간다. 이 책은 저자가 여러 해 동안 그 속에서 긴팔원숭이와 함께 하면서 겪은 일들을 담고 있다. 저자도 그런 분위기를 좀 풍기긴 하지만, 이 책은 사실 무용담으로 읽어도 좋다.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생활해 봤어? 우리 후배가 왔다가 말벌에 쏘였는데, 말벌집을 불태우고 그 애벌레를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으로 복수를 했지. 긴팔원숭이가 어떻게 먹는 줄 알아? 얘들은 좀 지저분해. 손놀림이 좀 떨어져서 여기저기 흘리면서 먹지. 그걸 주워 먹는 동물들에게는 아주 진수성찬이 차려지는 셈이지. 이런 식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가득 실려 있다. 집필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필자답게 유머와 재미있는 일화와 적절한 긴장감을 섞어서 해박한 지식을 쉽게 와 닿도록 잘 버무린 책이다. 읽다보면 마치 실제 열대 우림에 가서 모험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우림(雨林)’이라는 한자어를 ‘비숲’이라고 바꾼 용기에도 찬사를 보낸다. 전문가가 바꾸겠다는 데 감히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국립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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